아이의 입원 중 간호사님들과의 좋은 기억
아이가 아픈지 몇 달째 되어가는데 크게 아프지는 않지만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갑자기 밤늦게 40도 정도 고열이 난 적이 있다. 깜짝 놀라서 집 근처에서 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을 찾아 진료 받고 약을 복용한 후에야 조금 나아졌기에 며칠 간 경과를 살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가 고열 증상을 다시 보였고 일일 복용량 한도를 넘어서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바로 병원을 데려갔었다. 의사선생님께서 진료를 한 후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나와 와이프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가녀린 아이의 손에서 혈관을 찾고 주사 바늘을 꽂기 위해 바둥거리는 아이를 꽉 붙잡고 오열하는 아이의 눈빛을 지켜보는 마음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간산히 검사를 마치고 우는 아이를 달래며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검사 결과가 나와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혈액 염증 수치가 매우 높으니 바로 입원하고 정밀 검사하며 경과를 살피자고 하셨다. 이미 입원했던 전례가 있기에 기왕 입원하는 김에 제대로 치료하고 퇴원하자는 생각으로 아픈 마음을 다잡고 와이프와 함께 입원 절차를 진행했다.
나는 입원실에서 아이와 함께 기다리고 와이프는 집에서 짐을 챙겨왔다.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될지 예측이 되지 않기에 캐리어 2개는 족히 될법한 짐이 되었다. 그렇게 와이프도 나도 예측할 수 없는 여정(?)에 첫 발을 내딛었다. 병원이 생긴지 오래 되지 않았기에 시설도 깔끔했고, 이전에 입원했을 때 경험을 토대로 1인실을 선택했기에 훨씬 쾌적한 환경이었다. 그래도 아이를 입원 시켜본 분들은 겪어봤겠지만 명확한 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와 함께 병원에서 있는다는 것 자체가 예측 불가능한 순간의 연속이기에 잠시도 눈을 때기가 어렵다. 그리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표현할 수 없기에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을 유추해서 대응해야 하기에 명확한 대처도 쉽지 않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선생님들이 드나들며 체온 측정이나 수액 교환, 진료 등을 하기에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이러한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기에 병실 생활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가 높아지므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서로에게 꽤나 힘겨운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저녁에 아이가 너무 지루해하고 떼를 써서 입원실 로비에 안고 나가서 구경을 시켜주는데 밖을 다니는 그 자체로 너무 즐거워했다. 반면 내 팔은 아이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파지고 있었기에 아이와 함께 입원실을 산책해보기로 했다.
어떤 아이는 쌍둥이가 입원해서 서로 같은 환자복을 입고 아프지만 함께 노는 모습도 있었고 링거를 꽂고 기어다니는 아기의 모습, 엄마 아빠와 함께 실랑이하는 아기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다니다보니 우리 아이도 조금은 지쳤는지 로비 데스크 주변에 서서 잠시 주변을 멍하니 보고있는 모습을 보였다. 뭘 그렇게 보나 했는데 데스크 위에 줄줄이 보이는 인형들을 보고 있던 것이었다. 간호사 선생님들께 양해를 인형을 아이에게 줘봐도 될지 여쭤보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셔서 아이와 함께 인형을 갖고 놀았다.
그렇게 십여분쯤 흘렀을까, 다른 아이도 인형이 신기했는지 다가와서 같이 인형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바쁘게 돌아가던 입원실 로비에서 선생님들도 바쁜 일정을 거의 마칠 즈음(그냥 보기에도 매우 바빴다가 한 순간 소강상태가 왔던 것 같다) 그렇게 놀고있는 아이들 모습을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아가들 너무 예쁘다”라며 반겨주고 같이 옆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아이들에게 미소지어주며 함께 인형을 손에 쥐어주고 토닥토닥 케어해주셨다. 그러다보니 신기하게도 다른 방 아이들 몇명도 슬금슬금 밖으로 나왔고 그 주변에 함께 모이기 시작했다. 흡사 키즈카페 같은 모습이었는데 멀리서 보면 훈훈한 장면이었다. 선생님들은 진심으로 아이들을 예뻐해주고 있었고 아이들도 그러한 간호사 선생님들을 알아보는지 너무나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생님들이 대단하신게 그 와중에도 호출이 오거나 다른 일들이 발생하면 각자 맡은바 일들을 일사분란하게 일을 해결하시면서도 잠시 틈이나면 아이들을 돌봐주셨다. 입원 생활에 지친 아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지켜보던 나 조차도 선생님들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과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아이들은 ‘진심’을 더욱 더 잘 느낄 테니 말이다.
이번에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몇 가지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는데 아래와 같다.
첫째, 주 고객인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우리 아이들 정말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쓴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서비스의 가장 큰 핵심은 ‘마음경영’이라 생각한다. 병원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간호사 선생님들은 ‘진심’으로 아이들과 부모들에 대한 ‘고객만족’을 달성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 글을 쓰고 다른 분들께 공유하게 되었다. (혹시 누가 될까 싶어 상호나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음)
둘째, 이 병원 입장에서는 우수한 역량을 지닌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주변에도 이미 좋은 사례로 공유했다. 아이가 정해진 시간에 아픈 것이 아니기에 주말이나 야간에 진료하는 병원을 미리 찾아보다가 알게 된 곳인데 앞으로도 우리 아이가 아플 때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타고난 재능에 대한 부분이다. 사람은 훈련과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의 스킬을 지닐 수 있다. 잘 못하는 사람도 노력하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을 지닌 사람이 노력을 한 영역은 확실히 더 빛이 난다. 입원실 간호사 선생님의 경우 아픈 아이들을 상시 상대해야 하므로 ‘아이들을 향한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함께했던 간호사 선생님들을 통해 아무리 바빠도 맡겨진 일에 충실하면서 아이들을 케어해주는 모습이 감명깊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냐고 했을 때 너무나도 덤덤하게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너무 사랑스러워요”하는 이야기와 눈빛, 얼굴을 통해 그러한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게 주어진 재능을 알고 그 영역에서 일을 한다는 것, 그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 그렇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돌봐줄 수 있지 않았을까.
내 타고난 재능은 무엇일까? 그것으로 어떻게 내 삶의 보람을 찾을 것인가. 인생을 살아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