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레카! 육아에서 발견하는 리더십-1

팀원은 내가 돌보고 책임져야하는 내 사랑스런 아이와 같다

by 기운나는 해결사

15년 넘는 조직생활(그냥 일반적인 기업임)을 하며 구성원으로서, 직책자로서 리더십에 대해 느낀 점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 한다. 여러 관점에서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것부터 시작할지 고민했으나 역시 고민될 때는 그냥 생각나는 것부터 하나씩 풀어나가고, 끄적이다보면 뭔가 나온다. (성격유형과 리더십, 내 기준의 리더 유형 분류, 완벽한 리더는 없다 등 다양한 고민을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고, 마음이 갈 때마다 하나씩 풀어나갈 예정이다.) 부모는 리더, 아이는 팀원으로 대입해서 생각해보자.(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유사함)


맞벌이 부부이기에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여 아이를 등하원 시켜야한다. 상황에 맞게 서로 고민한 결과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은 내가 하고, 하원은 일찍 퇴근 가능한 와이프가 하며,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 다른 시간을 채우기로 했고 현재까지 큰 이슈 없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 와이프, 장모님의 삼자 협의체(육아TF 개념)가 구성되어 이러한 부분에서 서로가 어떤 부분을 양보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지와 어떻게 그 부분을 채우고, 특이사항이나 변동사항 발생 시 어떠한 대안을 수립하고 실행할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 간의 조율을 이뤄냈다. 우월한 경력직인 장모님은 우리의 상황을 너무나도 잘 이해해주셨기에 우리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주셨고, 과 우리는 출퇴근 시간에 대한 분배, 특이사항 발생 시의 대안 등을 잘 설명드렸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하원 해야하는 상황이나 전염성 질병이 발생하거나 입원했을 때는 우리 부부 중 가능한 쪽에서 휴가를 번갈아 사용하거나, 전화로 대안을 설명드리는 것 등을 논의했고 적극 동의하셨으며 그런 대안이 실행되지 않을 때 긴급출동 및 케어도 해주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셨다. 지식, 경험 등 서로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에 원만한 협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 생각한다.

등원 담당의 하소연. 눈온 아침 등원길은 세상에서 손에 꼽는 길고 먼길이 된다.


아이의 경우 이런 지식이나 경험을 이제 쌓아가는 시기이므로 당연히 잘 모른다. 아직 겨우 31개월 인생에 경험해야 할 것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기에 이러한 대화가 기본적으로 통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건 아직 우리 말조차 다 습득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더더욱 부모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나이가 들어서 우리말을 매우 잘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의 상황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나 어른들 대비하여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그들의 의사결정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울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남자 아이다보니 노는 스케일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예측한 것 이상의 범위를 움직이는데 작은 만큼 더 민첩하고 날쌔고 빠르다. 바로 옆에 있다가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저 멀리 가 있거나 사고를 치고 있다. 최근에 뛰다가 넘어져서 앞니(유치)가 쑥 뽑힌 사건 이후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아들과 이야기를 반복해서 나누고 있다.


나: “지난번에 삐뽀삐뽀(119 구급차)탔지?”

아들: (끄덕끄덕).

나: “삐뽀 아저씨가 병원에 데려다줬지?”

아들: “응”

나: “병원가서 뭐했어?”

아들: “지율이 아팓떠. 여기(이빨 가리키며) 빠져떠”.

나: “그치? 다음에 또 삐뽀 탈거야?”

아들: “아니(격하게 도리도리)”

나: “그럼 다음에는 걷거나 뛸 때 조심하자. 알겠지?”

아들: “응!!!”

아들의 최애 자동차 일명 "삐뽕삐뽕". 직접 실려서 병원 다녀온 후에는 절레절레 한다.


이래 놓고도 돌아보면 또 뛰고 있다.(더럽게 말 안듣는다!!!!) 최근에 세면대에 발판 놓고 올라가서 씻고 내려오는데 아빠 손잡으래도 굳이 손 놓겠다고. 혼자가겠다고 하다가 넘어져서 울길래 다음부터 그러지 말고 아빠 손 꼭잡고 조심히 걷자고 하면 또 그 땐 알겠다고 한다. 최근에는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거실이나 방 불을 켜고 끄는걸 스스로 하고 싶어 한다. 아직 손이 닿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목욕탕 의자를 들고오더니 바닥에 두고 올라가서 전등을 켜고 끄기 시작했다. 의자를 숨길까 생각도 했지만 계속 찾을게 뻔하고 기왕 도구를 쓰는거 잘 사용하고 조심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항상 조심하라고 이야기했고, 지금까지 큰 문제 없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찰나의 순간이 또 발생했다. 욕실에서 잠시 손 씻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거실 불이 꺼졌고 바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으아아아아아아악아아아악!!!!!”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엄빠들은 다 아시겠지만 “엉엉, 으앙, 으아앙” 정도의 울음은 대략 소리와 표정을 보면 페이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러한 긴 소리와 약간 높은 데시벨은 실제 충격이 컸고 통증이 상당함을 직감할 수 있다. 뭔가 일이 났구나 싶어서 바로 뛰어가보니 역시나 의자에서 내려오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지며 입쪽을 의자(아니면 옆에 있던 장난감)에 부딪힌 것 같았다. 우선 접촉 부위를 살폈고 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 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한참을 쓰담쓰담 해주며 “괜찮아, 큰 일 아니니까 염려하지 마, 아빠가 안아줄게. 옆에 있을게”하니 금방 괜찮아져서 돌아 앉으며 품에 안겼다. “지율이 어떻게 된거야?” 하고 물어보니 “의자에서 넘어져떠.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여기 부딪혀서 아파떠.” 하기에 “그랬구나, 아빠가 의자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조심하자고 했지?” 하니 “응…”하며 시무룩해 하기에 “다음에는 웬만하면 의자 올라가지 말고, 올라가더라도 조심조심해서 앞에 보고 발도 보면서 천천히 내려오자. 알겠지?”하니 “응!”하며 품에서 튀어나가 장난감 갖고 놀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또 의자에 올라가기에 “지율아 아까 한 말 기억하지? 조심해!”하니 “응”하면서 이번에는 스스로 발밑을 더 살피며 내려왔다. 기특했지만 결국 또 의자에 올라가는거 보면서 한숨이 나오긴 했다. 아이는 아빠의 말을 온전히 다 이해하기에는 언어도, 이해력도 아주 부족하다. 지시를 해도 그 속뜻까지 알지는 못하거나 스스로가 하고픈 본능적인 행동을 더 우선 하게 되어있는 것 같다. 그게 아이들 이기에.

뿌앵일까요, 으아악으아아앙 일까요

리더십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리더가 지시해도 팀원은 온전하게 다 수행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리더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며, 설령 더 많은 경우라 하더라도 책임지는 리더의 상황을 다 알 수 없기에 이해도가 리더와 동일할 수는 없다. 리더가 책임져야 하는 팀원이라도 그 뜻대로 다 따라오지는 않으며, 그런 의지가 있다해도 실수할 수 있으므로 항상 리더는 방심하지 말고 주변을 살피고 넘어지고 다치는, 실수하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조치하며 해결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팀원은 내가 돌보고 책임져야하는 내 사랑스런 아이와 같다”는 마음을 견지하는 것이 리더십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리더가 되는 순간, 어깨에 곰 몇마리가 올라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