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업무의 중요함과 효과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아 종종 사용하곤 하는데 '짜친다'라는 표현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은 말이지만 MZ세대에서 트렌디함을 드러내는 말로 사용한다 하니 차용해봤다.
경상도 방언으로 '쪼들리다'라는 의미를 MZ세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뜻으로 사용한다는데 보통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봐왔기에 생긴 나의 편견, 주관적 표현으로 봐주면 좋겠다.
혈기왕성하고 의욕 넘치는 신입이나 초임 직원들에게서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런 일을 하려고 온게 아니다", "일이 너무 짜치다", "짜친일 시키니 하긴 하지만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야기인데 기획이나 큰 프로젝트 등의 눈에 띄는 업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담긴 말들이다.
도전을 통한 성취와 그에 따른 인정과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나의 초임 시절에도 그러했고 상사들을 통해 조언받고 평가받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과거의 고리타분하고 관습적이며 진취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핑계이자 변명'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의욕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성과를 내고 돋보이는 상황도 있었지만 경험 부족에 따른 세부사항을 놓치거나 변수 발생 시 대응 부족, 예상치 못한 결과의 발생 등 다양한 이슈도 많이 겪었고 그로 인해 책임을 져야하거나 자책하는 상황도 겪으며 선배들의 경험치가 허투루 얻어진 것이 아니고 과거 사례가 왜 참고해봐야할 사항인지 뼈에 사무치게 깨달아왔다.
그 때마다 느꼈던 가장 큰 교훈은 "기본이 바르게 서야 한다"는 점 이었다. 사상누각이라는 사자성어에서도 알 수 있지만 기반이 탄탄하게 잘 다져져 있어야 이후 집을 지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매우 당연하게도 이러한 기초적인 것들을 철저히 지킨다면 큰 이슈는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짜칠 수 있는" 것들이 기반이 되어야 이후 큰 문제없이 아름다운 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런 자잘한, 소소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혈기왕성하고 호기로운 세대에서 경험치상 더 많이 보이고 들리는 것을 보며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를 조언처럼 해줘도 꼰대취급하기 일수이고(여러분처럼 혈기왕성한 초임이 나이먹어서 된 꼰대가 나다!) 그러한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해당 상황이 오면 모른체하거나 흘려버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간혹 들을 귀 있는 자들에게는 그들이 원한다는 전제하에 진지하게 이야기 해주곤 한다.
최근 와이프가 회사 분들과 서로 업무 중에 불편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B급 업무"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어떤게 B급 업무인가 들어보니 팀 간식을 사서 분배하거나 회식 장소를 선정하거나 커피 주문 시 매뉴를 확인하는 등의 "사소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뜻하는데 이러한 일들의 중요성은 위에서 언급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일들이다.
일 자체가 연결성을 지닐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러한 일들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신뢰성이 없다면 이러한 기초적인 일들을 맡길 수 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부서장들은 이렇게 "드러나지 않고", "의미가 없어보이거나 하찮게 보이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며 정확성과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일들을 누군가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곤한다. 그럴 때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길 수도 있겠지만, 그 일을 묵직하고 듬직하게, 따지지 않으며 묵묵히 신뢰성있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잘하는 사람들을 S급 인재라고 본다. A급 인재와 업무 수행 역량은 뛰어나기도 하고, 일부 부족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정, 결과 측면에서 유사한 레벨이지만 마인드 관점에서 "신뢰성,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가 S급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믿음감 있게 수행하는 모습은 다른 일을 맡겨도 그렇게 할거라는 믿음을 쌓아가게 되고 그렇게 중요한, 많고 다양한 일들이 해당자에게 부여될 가능성이 상승하게 된다.
그 측면에서 이러한 "짜치는, B급 업무"를 편안하게 지시할 수 있는 대상이 진정한 "S급 인재"가 될 확률이 높고 이러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 가치를 더 인정 받고 어디서든 더 높은 레벨의 미션과 기회를 부여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남기는 "핵심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A급 인재들 중(경험상 그나마 대다수는 B급인데 A급으로 스스로를 오인지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짜친다"는 일들을 기피하거나 부여 받더라도 상사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지속하지 못할 경우에는 S급 인재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경험적으로 준비된 자에게 선물처럼 다가오는 일이기에 매 순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짜치는 일 안해요" 이 말 하는 분들에게 감히 한마디 하며 마무리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야기하는거 보니 참 짜치는 분이네요"
PS.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 묵묵히 하는 분들은 "잠재적 S급 인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