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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고 Jul 07. 2024

[어감01] 오늘도 이어지는 취준생의 박탈감에 대해

'준비생'이라는 신분으로, 한 번쯤 가졌던 어색한 감정

안녕하세요!


오늘도 감정과 낯을 가리는… 빙고입니다 :) 말씀드렸던 것보다 하루 일찍 찾아왔어요.


식당 앞 작은 고양이가 있었어요.. 참을 수 없는 찰칵



주말은 잘 즐기고 계신가요? 비도 오고 우중충한 장마시즌의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습기와 함께 뒹기적뒹기적하는 주말을 보냈답니다. 그러면서 브런치에 올릴 글감도 정리하고, 취직을 위한 포트폴리오도 정리했어요. 주중에 신청한 커피챗엔 답신이 안 와서 조금은 허무했는데,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마냥 시간을 죽이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에요.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다가 현타가 오기도 했는데요…ㅎ 아웃풋에 비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물론 작업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 기분이 마냥 우울하지는 않았지만, 1분 1초가 소중한 이 취준생의 입장에서 금세 불안해지는 건 당연한 듯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보다 상황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변 친구들이 생각나기 시작했어요. 뭔가…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친구들은 생산성 높은 일들을 하겠지? 부럽다.’ 같은 생각이요. 그래서 오늘의 어색한 감정, 어감은 '상대적 박탈감'을 준비해 보았어요.


상대적 박탈감은 어디서부터 올까요? 제 생각에는, 경쟁적인 면모에서부터 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봤을 것이라 생각해요. 비슷한 성격을 가진 지인들도 종종 이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더라고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동안,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 혹은 이미 그것을 이룬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적당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능률을 올릴 때가 있어서 마냥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지만, 저처럼 쉽게 오남용 하기도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이 자동적으로 올라오는 박탈감이라는 감정을 잘 다루어낼 수 있게 해 준 하나의 사건이 있어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나 빼고 모두 앞서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는 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분들은 아마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 브런치를 구독하고 계셨거나 실제로 친분이 있는 지인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오랜 시간 특정한 전공을 정해 대학원을 준비하던 사람이었어요. 학부시절부터 졸업 때까지 몇 연구실에서 인턴생활도 짧지 않게 경험하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하루하루 허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이요. 그래서인지 대학 1, 2학년의 어렸던 저는 꿈 없이 대학원을 진학한다고 하는 친구들이나 취준을 한다는 친구들을 보면서 ‘쟤들은 뭘 하고 살고 싶길래 저러지?’ 하는 오만한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열심히 살고 있다 우하하! 하는 정말 겁대가리 없는 (…)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기업 인턴을 하면서 돈을 버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하니, 박탈감이 물밀 듯 밀려오더라고요. 연구실에서 인턴을 해본 경험이 있긴 했지만 일정한 보수를 받지 못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돈을 벌 동안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너무 허황된 꿈을 꾸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러다 제 박탈감을 깔끔히 없어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어요.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하는 친구와 다른 친구 여럿이서 술을 먹자고 저를 불러낸 거예요. 실은 그 약속 자리에 정말 정말 나가기 싫었어요. 비유를 해보자면.. 나는 열심히 고시를 준비 중인데 취업한 친구가 불러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비교될 것 같고 그런 옹졸한 마음. 그런 마음이 가장 먼저 들어버렸던 거죠. 나의 이런 무료한 일상과 그들의 사회생활이 비교될까 봐. 아니 사실 다른 사람들이 비교하는 것보다, 내가 내 스스로 그들과 나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껴서 더 이상 친구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서였어요. 어찌어찌 그 술자리에 나가게 되긴 했지만요.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약속에 나가길 정말 잘했다고 느꼈던 이유는 다들 같은 시기에 상황은 조금 다를지라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저도 한참 그때 나를 써주는 연구실도 없었고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인턴을 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내가 선택한 직무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사회생활 자체가 너무 힘들다’, ‘고시 준비해서 이미 합격한 친구가 정말 부럽다’처럼 내 주변 친구들 모두 그들이 처한 상황에 힘들어하고 있는 시기라는 것을 그때서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오히려 그날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니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 - 그 순간 ‘남들이 보는 나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    내가 진로에 관한 걱정거리를 늘어놓을 때 부모님과 남자친구, 또 가까운 친구들은 ‘너 정말 잘해가고 있어’하는 피드백을 많이 해주었는데 이런 것들을 내가 무시하진 않았을까?

-    나는 꼭 누군가와 경쟁하고 비교해야만 하는 걸까? 그러다 나는 성장하는 내 모습에 떳떳함과 자부심을 느끼지, 비교하고 열등해하는 내 모습을 자랑스러워하진 않는데…

-    다른 친구들도 본인에게 더 집중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이 살아가려는 것일 뿐일 텐데, 나도 그냥 순수하게 내가 설정한 목표치에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주위 사람들과 나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며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지속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여러 생각들을 그 술자리에서 하고… 사실 술김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날 이런 생각들을 했었기에 흔히 말하는 대 2병 같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하핳. 그 후로도 지금까지 문득문득 박탈감이 올라오긴 하지만, 의식적으로 위 세 가지 생각을 하면서 나와 내 생각, 감정을 분리해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요즘 저명한 심리학자가 쓴 자기 개발서를 다시 읽고 있어요. [스턴버그가 들려주는 성공하는 학자가 되기 위한 암묵적 지혜]라는 책이에요. 여기에는 101가지의 짧고 굵은 교훈들이 있는데요, 이 항복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바로 . 나 자신에 집중하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론은 끝까지 밀고 나가라와 같은 자기중심의 마음가짐이에요. 결국 저 위에 써놓은 세 가지도,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우선하라는 말이니까요.



저는 6월에 하루 한 줄 일기를 써봤어요. 어느덧 한 달이 지나 6월의 한 줄 일기를 이미지로 한눈에 보니까 정말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7월에도 한 번 지속해보려 해요.


여러분들의 6월은 어땠나요? 어색한 감정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기록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털어버릴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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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감


어감 시리즈의 두 가지 뜻.

1. 말 혹은 글의 미적 아름다움을 뜻하는 '어감',

2. 어색한 감정의 줄임말 '어감'.


지금, 당신의 감정은 어떤가요? 스스로 다루기 참 어색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기록해 봐요. 그리고 그 위로, 새로운 마음이 돋아나는 것을 느껴보세요. 글을 쓰면 쓸수록 든든한 생각이 자라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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