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습니다.
이유 모를 딥빡!! 으아아.
특히나 업무 통화 중, 저보다 동생인 분에게 이 말을 들으면 더 울화가 치밀었어요.
"일단 알겠다고?! 나를 무시하나??
도대체 네가 뭘 알겠다는 거야!!"
라는 마음이 요동쳤어요.
(또라이..)
여러분은 이 말이 어떠신가요?
아무렇지 않으시겠죠.
몇 년 전 집단 심리 상담을 통해 그리고 호오포노포노라는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됐는데요. 바로 제 내면 아이 때문이었어요.
(내면 아이는 -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 특정 사건에 대한 기억이라고 들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해병대 출신에 + 권투를 하셨고 +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 경상도 남자세요. 그래서인지 아버지께 혼이 날 때는 무뚝뚝한 군대 교관에게 8톤 급 강펀치로 두들겨 맞는 듯 했어요.
아버지와 통화 중에 제가 무슨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일단 알겠다 끊어라"라고 하시며 갑자기 전화를 뚝 끊어버리곤 하셨는데요. 그때 제가 느꼈던 억울함, 막막함, 가닿을 곳 없는 타당함은 제 속에서 내면 아이가 되었던 거죠.
예를 들어 - 앨범 작업 관련 일들을 저보다 나이 어린 분과 이야기할 때 - 녹음 일자를 논의 중에 제가 가능한 일정을 말하고, 그 동생이 스케줄을 체크해야 할 때
"일단 알겠습니다. 확인 후에 다시 연락드릴게요."라는 말을 하면 저는 분노조절장애가 왔어요.
그 상황만 놓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내면 아이의 분노까지 묻고 더블로 깡패가 되는 것이었죠.
다행히 제 내면 아이에 대한 순정으로
1. 아버지께 혼났던 기억은 그 기억대로 분리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고,
2. 아버지께 혼났던 그 시절의 저를 달래주고, 아버지를 이해하려 노력하게 됐어요.
저는 지금도 자주 그 아이를 만나서 포옹하고, 대화를 나누고, 화해를 하려 노력 중입니다. 사실 한두 번 만남으로는 그 아이와 속을 터놓기가 쉽지 않네요. 섣불리 너의 심정을 알겠다,라고 착각하고 소통을 멈추면 큰일이 납니다. 그 아이와 관련된 아주 조그마한 일이라도 벌어지면, (객관적인 상황과 관련 없이) 몇십 년 치 해묵은 감정이 함께 폭발해버리니까요.
여러분의 내면 아이는 어떤 표정인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