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 공원까지 걷지 않고 바로 데려다주는 배가 있는데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우린 튼튼한 다리로 걸어가기로 했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진 독일의 주말 아침 우리 가족은 아침식사를 빨리 하고 걸어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마인강까지 걸어갈 갈 계획으로 길을 나섰다. 한국에서 우리는 주말부부로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한적한 주말에 산책을 하며 대화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아빠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째는 지난번에는 마인강을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오늘은 걸어서 가는 것은 너무 멀 거 같다며 힘들다고 의사표현을 강력하게 했고 첫째는 해볼 만하다고 신이 나 있었다. 나는 둘째에게 가보고 힘들면 돌아오더라도 천천히 걸어가 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둘째는 알았다며 얼른 옷을 챙겨 입고 같이 나왔다. 우리는 지도가 안내하는 대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20분가량 걸으니 우리 동네 역이 나오고 조금 더 걸어가니 마인강이 나왔다. 한강처럼 마인강도 프랑크푸르트를 쭉 연결하고 있었다. 마인강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기 엄마 아빠들도 있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 나라건 정말 예쁜 거 같다.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마인강으로 가려고 했으나 우리 앞에 공원을 보고 오늘은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가자고 이야기를 한 후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둘째가 제일 좋아했다. 공원으로 가려면 걸어가도 되고 위의 사진처럼 배를 타고 가도 되는데 우리는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가기로 했다. 남편은 양손으로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걸어가고 나는 모처럼 여유로움을 혼자 만끽하며 마스크를 벗고 독일의 공기를 느끼며 걸어갔다.
한적한 독일 공원에서 오리 2마리가 풀을 먹고 있다. 우리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우리 가족은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자주 갔었다. 독일의 공원과 한국의 공원의 느낌은 조금 달랐다. 독일은 고요했다. 더 넓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우리가 산책을 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고요했다.
엄청 큰 나무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고 그 옆에서 오리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사람이 옆에 가도 도망을 가지 않았다. 사람들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혼자 타거나 2명 정도가 타는 정도였다.
독일 사람들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특히 큰 개를 많이 키운다. 독일에 와서 큰 개를 너무 많이 보니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인지 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상대방이 지나갈 때까지 서서 기다려준다. 처음에는 왜 저기 서있나 싶었는데 우리가 지나가니 그제야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처럼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경우 굉장히 고마운 부분인 거 같다.
독일 공원 놀이터 시소 클래스. 한 번 올라가면 높이 올라가서 둘째가 내려달라고 거의 울었다.
놀기에 진심인 우리 두 딸은 놀이터를 보고 마냥 신났다. 흙과 함께 작은 나무 조각 같은 것들이 바닥에 많아 깔려있어 푹신한 느낌을 준다. 자연친화적이지만 운동화에 모래가 잔뜩 들어갔다. 모래가 들어갔다며 몇 번이고 모래를 털면서도 그래도 둘은 신나 마냥 놀았다. 그네도 타고 나무 미끄럼틀도 타고 흙놀이도 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집에 가서 현관 입구에서 모래부터 털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안 그럼 청소기도 없는데 청소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이야기를 하자 내 성격을 아는 우리 두 딸은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나를 다독인다.
내일부터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를 가기 때문에 나도 긴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도 말은 안 하지만 긴장을 많이 하고 있는 거 같다. 첫째는 긴장을 많이 하는 둘째에게 못한다고 하면 계속 못하니까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위로를 해준다. 엄마도 우리 학교 간 사이에 독일어 공부를 하라며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응원을 해준다. 참 기특하고 고마웠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도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 보면 얼어붙는데 너희는 대단한 거라며 이야기를 해주고 잘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해줬다. 그 와중에 둘째는 엄마는 독일어를 잘하잖아.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둘째에게 이건 파*고의 힘을 빌리는 거라는 말을 차마 못 하고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대답을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