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괴테 생가를 다녀온 후 독일 지하철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진 나는 아이들에게 다음에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슈테델 미술관을 데려가겠노라고 한 약속이 있어 사전에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아이들과 계획을 세웠다. 우리 아이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면 기념품을 사야 한다며 어떤 기념품을 살지 고민을 했다.
나는 사실 독일에서의 모든 게 초행길이라 남편 없이 아이들과 가니 미술관만 관람하고 주변만 둘러보다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독일은 가을이 지나가고 있어 금방 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모든지 일찍 마무리를 하려는 게 습관이 된 거 같다.
나와 아이들은 지하철 한 번 타봤다고 이번에는 지도를 안 켜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해서도 이젠 인증숏도 안 찍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당당히 표를 끊었다. 우리 세 모녀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자기 표는 자기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독일 오면서 각자 짐은 각자 가방에 넣고 다니도록 약속을 했다.
이 다리를 건널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코로나 검사는 생각도 못했다.
슈테델 미술관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부근에 위치해있는데 역이 커서 많은 노선이 지나다니고 사람들이 많아 혹여나 아이들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큰 딸이 길을 잘 기억하는 데다 둘째 손을 아주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어 내 마음이 안심이 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중앙역에 내려 우리는 지도가 안내해주는 대로 슈테델 미술관으로 출발했다. 미술관으로 가는 다리 중간에 램브란트 그림이 보였다. 나는 미술 전공은 아니었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학부 때 교양과목으로 서양미술사도 수강하며 들었다. 심지어 A+를 받은 기억도 있다. 그래서일까 사실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미술관에 가보자고 한 것도 내 마음속에 그림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나 보다.
우리는 슈테델 미술관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입장료를 끊으려고 들어갔다. 남자 안내원이 백신 접종증명서를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다행히 백신 증명 앱에서 2차까지 맞은 것을 보여주고 들어가려는데 3살 이상은 코로나 테스트 음성 증명서를 보여줘야 한다며 증명서가 없으면 미술관 규칙상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혹시 지금 할 수 있냐고 파파고를 켜가며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대화를 시도했고 안내원은 추가 비용만 내면 지금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하겠다고 했지만 나를 닮아 겁이 많은 우리 딸들은 무섭다고 절대 안 한다며 오히려 아이들은 시간 많으니까 코로나가 끝나고 오자며 나를 설득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다니면 독일은 일주일에 2번은 아이들도 코로나 테스트를 하니까 학교에서 검사하기 전 연습할 겸 해보자고 해도 절대 안 한다며 둘째는 울기까지 했다. 독일어와 영어만 들리는 독일에서 한국말로 우는 소리가 들리니 나는 둘째를 얼른 달래며 안내원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커서 상심한 나의 얼굴을 봤는지 큰 딸이 나에게 미안하다며 이야기를 했다. 나는 괜찮다며 옆에 보이는 강이나 걷자고 이야기를 했다.
마인강 백조 뒤로 프랑크푸르트 대성당(Frankfrurt Cathedral)이 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본의 아니게 마인강을 걷게 되었다. 마인강의 물은 맑았다. 오리가 잔디를 걸어 다니고 백조가 강가에 우아하게 떠다니고, 사람들은 조깅을 하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금요일 오전의 마인강은 너무나도 예뻤다. 미술관을 못 들어간 나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듯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어왔다.
백조 뒤로 저 멀리 예쁜 갈색 성당이 보여 아이들에게 저기까지 한 번 걸어가 보자고 했다. 운전 못하는 엄마를 만나 걷는 것은 익숙해져서 별말 없이 잘 걸어준다. 이런 딸들이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른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항상 퇴근하면 숙제 검사와 내일 챙길 것들을 확인하며 아이들과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나눠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아이들과 독일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 느낌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다가 보니 예쁜 다리가 우리 눈에 나타났다. 나는 얼른 인터넷을 찾아보고 아이들에게 다리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아이 젤너 다리로 프랑크푸르트 명소였다. 다리 입구에 들어서니 많은 사랑의 자물쇠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물쇠에 대해 설명해주며 사진을 찍고 걸어 다녔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도 이런 자물쇠를 걸었냐에서 왜 결혼을 했는지 등 많은 질문을 했다. 아이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을 해주고 나니 다리 마지막 부분이 보였다.
아이 젤너 다리를 건너 나오면 예쁜 건물들과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프랑크푸르트 대성당(Frankfrurt Cathedral)이 공사 중이라 겉에서 구경을 했다.
프랑크푸르트 대성당(Frankfrurt Cathedral)에 다 달았지만 공사 중이었고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겉에서 성당을 둘러보고 나왔다. 아이들도 유럽이 처음이라 예쁜 건물의 모습에 신기해하면서 동화 속에 와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사실 나도 유럽이 처음이라 거리를 걷는 내 낸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성당을 둘러보고 아이들이 그렇게 원하던 기념품 가게에서 심사숙고하여 기념품도 샀다. 기념품으로 예쁜 미니 곰인형과 마인강 냉장고 붙이는 걸 샀다.
나는 냉장고에 붙일 만한 자석을 고르고 싶었고 큰 딸은 자기 방 책상에 둘 미니 인형을 사고 싶어 했다. 둘째는 기념품보다 1유로 마트에서 2유로짜리 구슬을 사달라고 했다. 우리는 계산을 하고 상점 주인이 주는 하리보 젤리까지 먹으며 즐겁게 중앙역까지 걸어왔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로 걸어오다 보니 내가 산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이 1유로나 더 싸게 팔고 있었다. 큰 애가 엄마 여기가 더 싸다고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낭만적이고 아이들과 너무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자부했는데 1유로에 이렇게 내가 무너지다니.. 순간 역시 관광지가 비싸다며 속으로 아쉬웠다. 하지만 큰 아이에게는 1유로 보다 우리가 마인강을 걷고 이야기한 시간이 더 중요하고 그 감동의 순간 샀으니까 이게 더 값진 거야.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