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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마을에 성이 있다.

동화 속에 사는 거 같다.

by su
쿠키는 사 먹는 거라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제빵사분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주말 아침 아이들과 쿠키 만들기 약속을 한 터라 얼른 아침을 준비해서 먹고 쿠키를 만들었다. 두 딸은 서로 버터를 젓겠다며 얼마나 의욕적이던지.. 나는 요즘 들어 쿠키와 빵을 만들면서 쿠키와 빵은 빵집에서 사 먹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게 훨씬 더 맛있는 거 같다. 한국에서 없던 오븐기가 하나 생기면서 안 해보던 온갖 제빵들은 다 해보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과 주말에 해야 할 취미생활이 하나 더 늘었다.




höchst성 내부가 너무 아름답다. 동화 속에 있는 거 같다.

오늘은 아침도 든든히 먹고 나는 아이들과 남편에게 마인강을 걸어가 보자고 했다. 나가기 싫어하는 둘째는 집에 있겠다 했지만 그럼 혼자 있어야 한다고 하니 혼자 있을 자신이 없었는지 얼른 옷을 입고 같이 따라나섰다.

동네 역을 지나 조금 내려가면 강길이 쭉 이어져있다. 오늘은 날씨가 따뜻해서 인지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강 입구 놀이터에서 신나게 시소와 그네를 타다 나는 그네를 밀어주는 것도 힘들고 이제 그만 놀자고 했다. 나는 큰 애에게 5학년이나 되어서 여기서 아직도 놀아야겠냐고 하자 자기는 여기 나이로 10살이라며 충분한 자격이 있다나. 내가 힘들다는 표정을 한 번 지어주면 착한 딸들은 순순히 그네에서 내려온다.

우리가 놀았던 놀이터 뒤로 벽이 쭉 이어져 있다. 성인 거 같았다. höchst성이었다. 독일은 집 모양도 그렇고 옛날 그대로의 스타일로 집을 짓는다. 삶은 동화는 아니지만 가끔 동화 속에 사는 느낌을 받는다.

höchst성 벽면에 낙서도 많이 되어 있고 해서 그렇게 관리가 잘 되었다고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언제나 갈 수 있는 성이 동네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입구를 해서 들어가면 옆의 5번째 사진처럼 안내문이 나온다. 당연히 독일어를 잘 못 읽으니 오래된 성이구나 하고 한 번 사진만 찍고 훑고 지나간다. 산책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고 큰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 앞의 독일 아주머니가 큰애만 한 개를 데리고 와서 잔디에서 끈을 풀어주어 우리는 덕분에 더 천천히 걸으며 성을 관람했다. 둘째는 남편 손을 잡고 큰 애는 내 손을 잡고 걸었는데 큰 애는 걸으면서 동화 속에 있는 거 같다며 사진 찍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서는 포즈를 취했다. 막 그렇다고 둘째처럼 환하게 웃으면 찍지는 않는다. 점점 사춘기가 오는 거 같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성을 한참을 돌고 성 밖으로 나왔을 때 흉상 하나를 발견했다. 전쟁이라고 쓰여있고 뒤에 흉상의 주인공 이름이 나와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전쟁영웅 같아 보였다. 보통은 앞에 그 사람의 이름과 살다 간 삶을 적어두는데 독일은 그런 내용은 뒤에 나타나 있다.


위에서 여자 동상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마 이 성의 공주였을 거라고 우리는 추측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마인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성벽 위로 공주일 거라 추측하는 전신상이 서 있었다. 위에서 보는 마인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며 저시대 공주로 태어나면 좋았겠다. 등등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독일은 성들이 많이 있다. 동네에 그냥 아무렇지 않게 세워져 있어서 나처럼 독일이 처음인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을 거 같다. 자세히 보고 찾아보면 더 많이 나올 거 같다. 보니까 여기서 핼러윈이나 이런 특별한 날 불도 켜고 하는 거 같았다. 뭘 알아야 와보지. 이제 알았으니 내년에는 특별 행사 등에 가족과 함께 와봐야겠다.

독일어를 제대로 알아야 뭘 찾아보고 애들에게 설명해주지 대충 이럴 거 같다고 설명해주고 있으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아는 단어 조합해서 설명해주는 것도 이제 한계가 온 거 같다.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족들과 특별히 뭘 한 건 아닌데 같이 걸으며 바람을 쐬고 하니 좋았다.


우리가 집으로 오는 길에 비가 계속 내렸다. 내가 와서 느낀 독일은 비가 막 뿌리지는 않는데 계속 조금씩 많이 내린다. 사실 비가 와도 천천히 걸으며 독일의 거리를 느끼려고 노력했다. 근데 느끼기에는 사람들이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집으로 왔다. 주말마다 걸어 다니면서 운동도 할 겸 성들을 아이들과 찾아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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