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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y 06. 2023

딸 덕분에 유채꽃을 보고 왔다.  

  엄마. 혹시 물병을 갖다 줄 수 있어?

  아침에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 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큰 애한테 전화가 왔다. 보통은 큰 애는 하교 후에  버스를 타면서 집에 간다고 전화를 하는데 아침에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보리차를 끓여 보온병에 넣어주는데 큰 애가 자기 책상에 둔 보온병을 깜빡하고 안 갖고 왔다는 것이다. 큰 애는 나에게 2교시가 체육인데 혹시 보온병을 갖고 와 줄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나는 큰 애에게 엄마는 당연히 갈 수 있지. 걱정 말라고 이야기를 하고 엄마가 바람같이 달려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부분의 학교 아이들은 물병을 갖고 다니고 자기가 갖고 온 물을 다 마시면 물병에 학교 물을 받아서 먹기 때문에 물병은 꼭 필요한 준비물이다.

  우리 집에서 아이들 학교 까지는 자전거로 30분이 걸린다. 아침시간이라 도로에서 자동차와 같이 다녀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몇 번 학교를 자전거로 타고 왔다 갔다 해봐서 지리는 어느 정도 익숙하다. 나는 이럴 때 운전은 잘 못하지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나는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놓은 게 있었지만 우선 물병부터 갖다 주고 오는 게 좋겠다 싶어 바로 잠바만 입고 나왔다. 나는 8시 10분에 출발해서 40분에 도착을 했다. 학교 앞에 계신 선생님에 아이 이름을 대고 아이가 물병을 안 갖고 가서 물병만 전달해 주고 와도 될까요?라고 정중히 묻자 알았다고 하고 아이 이름과 반을 이야기하고 올라갔다.

   큰 애 반 앞에 가서 큰 애에게 물병을 전달해 주고 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딸 덕분에 유채꽃을 구경하고 왔다.
독일은 유채꽃이 많이 피어있다.

  학교를 갈 때는 마음이 급해 페달을 밟기 바빴지만 물병을 주고 오는 길을 마음이 조금 여유로웠다. 요즘 독일에서 자전거 도로를 다니다 보면 노란색 유채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 예쁘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그냥 기분이 좋다. 이날은 아침부터 딸 덕분에 운동도 하고 유채꽃도 구경하고 왔다. 왕복 1시간 자전거를 탔으니 이날 운동으로도 충분히 했다.

  큰 애가 학교에서 끝나고 집에 올 때 전화가 와서는 엄마 오늘 너무 고마웠다고 이렇게 빨리 와줄지 몰랐다고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나는 큰 애에게 우리 딸 부탁인데 못 들어주겠냐며 당연히 들어주지. 그리고 너 덕분에 운동도 하고 유채꽃구경도 많이 하고 왔다고 이야기해 줬다. 엄마가 자전거를 탈 줄 아는 게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고, 자전거를 타고 가서 빨리 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까지 해줬다.  

  나는 이날 큰 애 물병 때문에 자전거를 탔지만 모처럼 아침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전거가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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