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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31. 2021

독일에서 떡볶이를 먹다.

떡볶이의 밀가루는 다른 밀가루와 다르다.  

밀가루를 끊어보겠다고 키토 빵을 만들었다.

  토요일이 되면 남편과 아이들을 알람에 맞춰 안 깨워도 되고 늦잠을 재워도 되니 나도 부담 없는 주말의 시작이다. 그래서 주말마다 가족들을 위한 특별식을 연구한다. 요즘은 영상들이 워낙에 잘 나와있어 얼른 검색해서 외우면 나름 멋진 음식이 된다. 오늘의 아침은 키토 빵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밀가루 없는 건강한 곡식 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정말 대성공이었다. 건포도의 단맛이 들어가니 달콤하고 밀가루가 안 들어가니 살찔까 하는 두려움도 없는 빵이 만들어졌다. 우리 애들도 진짜 맛있다며 설탕 없이 이렇게 단 맛이 난다고 신기해했다. 내 나름대로 오븐 사용의 자신감이 생기고 있는 시기이다.

  나름 독일식으로 음식을 하고는 있는데 아직은 한식이 그리운 시기이긴 하다.





독일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마트마다 장식품을 팔고 있다. 아이들은 갈 때마다 집에 필요하다며 하나씩 고르고 있지만 현명한 소비를 주장하며 내려놓게 하는 것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우리는 주말이면 대부분 아침을 먹고 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가는 산책을 택하는 편이다.  아직은 자전거가 다리로 운동을 하고 있다. 동네 공원을 가기까지 꽤 많이 걷는다. 그리고 많은 상점이 나오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냥 지나칠리 없다. 장갑도 하나 살 겸 마트에 들렸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집에 필요하다나 뭐라나. 나는 아이들이 집어오는 물건이 필요한지 안 한지 등을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내려놓게 하는 것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사실 나도 트리 하나 정도 장식을 사고 싶으나 내가 사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더 살게 뻔하니 나도 자제를 하고 있다.  

  독일은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얇은 장갑이라도 끼고 다니면 따뜻하다. 우리는 1.49유로에 하나씩 장만을 하고 공원을 걷고 집으로 왔다. 사실 비가 내렸다가 안 내렸다가 할 때가 많은데 오늘은 비가 계속 내려 그냥 집으로 왔다.




떡볶이의 밀가루는 끊을 수가 없다. 정말 맛있다.  벌써 그립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주말이라 그런가 아이들은 특별식을 너무 먹고 싶어 했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한인마트를 들렸다. 사실 독일 마트만 이용하기 때문에 한인마트는 잘 안 간다. 가면 너무 사고 싶은 게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한 달 밖에 안되었으니 자제하고 있다.

  아이들과 남편은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떡볶이라 하면 우리가 한국에서 매주 먹었던.. 황금 레시피라면 다 따라 하고 떡볶이에 진심이었던 나랑 남편이었다.

  빨간 국물에 쫄깃쫄깃한 떡이며 어묵, 라면, 계란, 파, 양파, 마늘 등 맛있는 게 다 들어간 음식이다. 멸치 육수에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조금, 간장 등으로 기본 베이스를 만들고 그 위에 많은 재료를 넣으면 진짜 맛깔난 떡볶이가 된다. 사실 독일 와서 한 번 해봤는데 떡이 아닌 독일에서 떡 비슷한 걸로 했는데 떡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리고 어묵인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나는 과감하게 떡과 어묵을 샀다. 그 와중에 우리 딸들은 여기에는 한국 음료수가 있어야 한다며 하나씩 골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실 떡볶이를 먹을 생각에 나도 너무 기뻤다. 아침에 밀가루를 끊어보자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떡볶이의 밀가루는 괜찮다며 스스로 위안을 하며 폭풍흡입을 했다. 여기에 라면까지 넣으니 금상첨화였다. 너무 오랜만에 맛보는 떡의 맛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다른 밀가루는 끊더라도 떡볶이의 밀가루는 적당히 먹어도 된다며 합리화를 하고 있다. 떡과 어묵을 사놨으니 아주 종종 특별한 날 먹어야겠다. 한국에서 매주 먹던 음식이 여기선 특별식이 되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먹어본 떡볶이에 행복한 주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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