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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30. 2021

한국에서 가지고 온 마지막 오징어채

언제 먹어도 맛있다.

  독일에 온 지 2달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어느 정도 독일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아이들을 적응을 시키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큰 애가  갑자기 오징어채가 먹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4봉지를 사 왔는데 3봉지를 두 달 동안 아껴 먹다 한 봉지를 남겨놓았던 터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비장의 무기를 보여주 듯 창고로 가서 오징어채를 들고 나왔다. "짜잔" 하고 너희들이 먹고 싶다고 할 때를 대비하여 한 봉지 남겨놨다며 보여줬다. 아이들은 완전 신나 하며 고추장을 넣어서 매콤 하게를 주문했다. 아이들은 오늘 먹을 수 있냐며 좋아했다. 나는 학교 갔다 오면 오늘은 한식으로 저녁을 준비해두겠다고 했다. 둘째는 그럼 된장찌개는 되냐며 자기는 된장찌개가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둘째는 두부는 안 넣어도 된다고 했다. 엄마가 두부를 사려면 한인마트나 아시아마트를 가야 하는데 오늘 비가 오니 양파랑 감자만 많이 넣어달라고 했다. 내가 빵에 불닭소스 한 방울을 떨어트려 먹듯이 아이들도 매콤한 게 당기는 거 같았다.  


4개를 가지고 왔는데 두 달 동안 3개를 먹고 마지막 남은 오징어채....  안녕.. 먹고 싶으면 한인마트를 가야겠다.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오징어채. 통깨까지 뿌리면 금상첨화다. 언제나 먹어도 맛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 때 아이들이 이렇게 오징어채를 좋아할 줄 알았으면 문제집을 안 넣고 오징어채나 잔뜩 담아올 걸 하는 후회를 하고 있다. 큰 애는 매운 것을 잘 못먹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잘 먹는다.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오징어채를 불에 불린 후 고추장, 고추가루, 간장, 참기름, 물엿 등을 넣어 맛있게 볶았다. 언제나 참기름이 들어가면 음식은 맛있어진다. 신기한 마법같다. 어느새 고소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 퍼졌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솔솔 뿌렸다. 한가닥 먹어보니 맛있다. 이게 한국에서 가져온 마지막 오징어채라고 생각하니 더 맛있고 애틋했다. 그냥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먹고 싶을 때는 아시아마트나 한인마트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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