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을 위해 일합니다.
비단 요리사뿐 아니라 퇴사는 모든 직장인들의 염원이다. 하지만 요리사 같은 서비스 직종은 일반 회사원들과는 퇴사하는 사유가 사뭇 다르다.
오늘은 그 중 요리사가 주방을 떠날 때의 경우를 말하려한다. 이것은 단순 이직이 아닌, 정말로 주방을 떠나는 이유들을 말하는 것이다.
1.노동 강도 및 시간 대비 적은 임금
언젠가 한번 발행했던 내용이지만 요리사의 임금은 결코 많지않다. 특히 경력이 많아져 전문기술가 수준이 될 지 언정 그 임금의 수준이 다른 전문직에 견줄바가 못 된다.
물론 스타셰프라던지 대박집 개인업장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우린 '평균'의 요리사들로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에는 주5일 주방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주6일 근무의 주방, 그리고 주방 내의 텃세까지 주방에서는 견뎌야 할 것이 많아도 너무도 많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다칠 수 있는 수 많은 날붙이와 뜨거운 기름, 물 그리고 장시간 서서 움직이며 생기는 관절 관련 부담감, 개인의 역량 강화와 고객 클레임 등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몸과 마음, 그 어느것도 편치 못한 것이 주방이다.
이런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그 현장에서 머물러야하는 시간이 길지만 들어오는 보상은 적다. 많은 요리사들은 급여의 대한 만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음식을 대접했다는 마음의 만족으로 일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 한계가 분명히 있다.
2.'내'가 없는 삶
한창 현장에서 근무 할 때의 스케줄을 생각해보면 기상 -> 출근 -> 집 -> 혼술 -> 취침 의 연속이었다. 휴일날 누군가를 만나려 해도, 주로 평일에 쉬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적었다. 혹시라도 만날 사람이 있다해도 일반 직장인처럼 이틀을 연속 쉬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하루의 휴무는 오로지 회복을 위해 투자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음날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여하튼, 이렇게 휴무일 마저 다음날 다시 출근하는 나를 위해 내가 제대로 영위 할 수 없다. 하물며 일을 하는 날은 더욱 그렇다.
이런 삶이 계속 되다보면 사람이 멍청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정말로 능동적이지 못한 틀에 맞춰 사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3.사랑 할 수 있을까?
2번과 얼추 연결 되는 일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생기거나, 혹은 가정이나 자식이 생겼을 때 요리사들은 많은 현실들과 부딪히게 된다.
아무리 요리하는 자신을 이해해준다 해도 상대방이 같은 직종이나 서비스업이 아닌 일반 회사원이면 반드시 아쉬운 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공휴일이나 황금연휴 같은 때 사랑하는 이들은 서로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것이 어떻게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요리사들은 그 때가 가장 바쁜 시기라서 공휴일은 못쉬는 것이고 황금연휴는 3~4일 중 하루 정도 쉴 수 있다.
즉, 직장인 커플끼리는 여행도 가고 둘만의 긴 휴식을 즐길 수 있지만 요리사들은 그림의 떡인 것이다. 하물며 내 연인이 직장인이라면 그런 당신을 이해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몇 안된다. 특히 당신이 젊다면 말이다.
자식이 생겨도 문제다. 집에가서 육아를 도울 기력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다. 자신의 배우자는 쉬는 날 정도면 아이들과 집에서든 외출을 해서든 시간을 보내주길 원할테지만 요리사들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분명 앞선 3가지를 모두 극복하고 잘 지내는 요리사분들도 분명히 계시며 그 수가 절대 적은게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요리사들의 퇴사 유형을 정리해둔 것 뿐이다.
당신들이 요리를 시작한 계기가 어떤것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저 3가지를 감내 할 자신이 없다면 주방에 애초에 들어오지도 말라는 소리도 아니다.
다만, 저런 애로사항들이 있으니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여 자신의 삶의 종착지를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를 설계해보라는 의미에서 이번 글을 발행했다.
확실히 알아두면 좋을 것은, 요리사는 '나'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남'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