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 상하게 요즘 누가 소맥을 말아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위스키를 비롯한 고가의 양주 판매량이 급강했다.
또 일본 선술집에서나 볼 수 있었고 그나마도 비주류 취급받던 하이볼은 이제 동네 삼겹살집에서도 포스터 하나를 장식하고 있다.
단 1년 전만 해도 초록색병과 갈색병으로 테이블을 채웠었는데 , 이제는 500cc 잔 바닥에 붉거나 푸른 시럽이 있고 녹은 얼음, 레몬이나 라임의 잔해들 심지어 요즘에는 탕후루 꼬치도 하이볼이라면서 팔고 있어 형형색색의 지저분한 테이블이 만들어지고는 한다.
그것 또한 아니면 한병도 아닌 한잔에 만원이 넘어가는 술로 긴 밤을 적셔 잔고를 태우는 20대들도 참 많아졌다.
20•30대의 문제로 일컫는 과소비 성향이 또 문제인 걸까? 뭐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소비성향의 변화보다는 주류를 바라보는 우리네 시선들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내 결론은 그렇다. 최근 우리가 주류에 보내는 시선은 단순 유흥과 주류 식품이 아닌 패션과 그 결을 공유한다. 내가 이러한 결론을 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해 주겠다.
외부적 환경에 맞춰 상황에 맞는 주류가 있다.
간단하다. 각기 다른 사람이면서 사회적 약속을 통한 환경과 상황에 맞춘 패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경조사 때 입는 옷들이 그렇다. 혹은 아무리 자율복장 근무지라 해도 첫 면접 때 츄리닝에 후드티 입고 가는 사람도 없지 않겠는가?
주류 역시 일맥상 통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 젊은 세대 중 그 누가 단체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이 말아주는 소맥을 거절하고 하이볼을 시키겠는가, 아니면 무한리필 삼겹살집에서 조니워커블루를 주문해 페어링 하겠다고 도전하겠는가,
아름다운 실크 드레스에 멋스러운 턱시도. 결혼식을 맞춘 신랑 신부에게 우리는 그것에 어울리는 스테이크와 와인을 제공하지 천엽과 생간 그리고 소주를 주지 않는다 이 말이다.
돈을 써가며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다.
패션을 사랑하는 패셔니스타들이 항상 패린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많이 보고, 많이 입어봐라' 즉, 자신의 옷걸이에 맞는 색감과 재질 그리고 룩에 맞는 옷을 찾을 때까지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이게 술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 물을 수 있다. 우선 이것은 위스키를 사랑하는 이들과 조금 더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인간적으로 처음 40도를 넘는 독주를 마셨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고로 미간을 찌푸리고 헛기침을 했을 것이다. 그도 그런 게 40도 넘는 순간부터 몸이 달갑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 경험이 개차반이 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적지 않은 돈들을 투자해 가며 자신과 맞는 양주들을 찾아다닌다. 버번위스키라던지 싱글몰트라던지 스파이시향이 난다던지 젖은 나무향이 난다던지 세상 독주란 독주는 다 마셔가며 자신의 취향을 찾기 위해 돈과 건강을 사용한다.
뭐 소주도 여러 브랜드가 있고 맥주도 매한가지다. 심지어 소맥을 섞는 비율에 따라서도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소맥 비율도 개발하고 거기에 자부심까지 갖는다.
왜인지는 모른다.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서? 단순 허세를 위해? 무엇인들 상관없지만 결국 자신의 시간과 금전을 투자해 가며 나 자신의 만족,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란 의미가 붙어있는 게 패션과 동일하다
상기의 이유들로 요즘 말 그대로 주류도 개성 시대다. 참이슬 처음처럼 카스 하이트가 아닌 진로 새로 테라 캘리 같은 새로운 것들이 치고 나와 이 사이에서도 개성이 나뉘고 선택이 달라진다.
주류 춘추전국시대 입지가 작아져가는 소주와 맥주는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주방 뒤편에 자신들의 짝으로 탑을 세울 것인지 아니면 치고 올라오는 위스키, 하이볼, 와인들의 빈병이 매장 내부를 넘어 외부까지 진열되는 현상을 계속해서 유지할지는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