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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Sep 06. 2021

썰지02. 본질을 살리면서
그 의미를 전달하는 것

썰지연구소 프로젝트 스토리 - 전주솟대디퓨저 #02

* 이 글은 2020년 10월 31일에 발간한 [00. 전주솟대디퓨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일상에서 함께하는 문화유산



3장. 전주솟대디퓨저를 그리다


어떤 시대건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활용되길 바란다면 쓸만한 가치를 제안해야한다. 문화유산 활용의 핵심은 본질을 살리면서 그 의미를 이 시대에 전달하는 것이다.


솟대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그 본질을 살리면서 이 시대에 맞는 메세지를 전할 수 있을까?


솟대는 새의 형상을 한 민간신앙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새'는 하늘의 소식, 좋은 의미를 전달하는 상징이었다. 상상해보라.


그저 드높은 하늘에 어느 날은 해가 뜨고, 어느 날은 바람이 불고, 어느 날은 비가 내린다. 그 모든 것이 사람은 결코 닿을 수 없고 그저 하늘의 뜻만 같다. 신묘한 하늘에서 새가 내려와 땅에 앉는다. 혹여 하늘의 어떤 소식을 물고오지나 않았을지, 혹여 나의 소원을 하늘에 전해주지나 않을지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새를 향해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수한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어느새 모든 마을에는 솟대와 당산나무, 장승이 마을을 지키는 정령이 되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온전한 내 방 한 칸이 더 소중한 시대가 되었다. 많은 사람보다는 내 마음 알아줄 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좋은 소식을 물어다주는 솟대를 내 방 한 켠에 둘 수 없을까. 혹은 나의 소중한 단 한 사람을 위한 선물로 줄 수 없을까.


솟대를 내 방 한 켠에 어떻게 세워야 할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 방 안에 있는 디퓨저를 보았다. 무언가를 세울 수도 있고, 좋은 향내를 풍기는 디퓨저. 40센치가 넘는 길이의 솟대를 30센치 가량으로 재단하고 디퓨저에 꽂아 보았다. 크기가 얼추 맞다. 다음 날, 솟대 할아버지에게 가서 40센치 길이의 작은 솟대를 30센치 길이로 잘라서 10개 가량을 구입하였다.


거기에 꽃집에서 얻은 드라이플라워 여러 종류를 이리저리 꽂아보면서 구성을 만들어 보았다. 솟대의 본질에서 출발한 여정의 도착지가 보인다.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커다란 감정은 '불안'이다. 성별, 직업, 금전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들은 불안해 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할 수 있는 것이 명확했던 과거를 지나 자유를 운동하던 시간을 뚫고 나아갔다.


급속도로 재조립된 구조 속 다양한 빈틈에서 우리는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아마 그만큼 우리 스스로가 내가 이 순간 경험하는 감정이 예민해진 걸 수도 있다. 불안이라는 터널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솟대가 좋은 소식을 물어다 주길 바란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일상에 함께하는 문화유산'의 가능성이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소비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는 건재함이었다.


나무로 만든 솟대의 성질을 살려 '숲 속 새'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다. 풍남문 근처에 위치한 남부시장 청년몰 두린캔들에서 디퓨저를,(아쉽게도 지금은 청년몰에 없다) 중앙동 플라워 카페 소일워크에서 드라이플라워를 콜라보하였다.


디퓨저 향은 화초류(제주도 비자나무향, 한겨울 동백꽃향, 베이향, 화이트머스크향)로 구성하였으며, 드라이플라워(아이보리 라그라스, 오하이블루 시네신스, 노란 안개꽃)를 선별하였다.






2019년 04월에 진행한 Wadiz [단 한나뿐인 장인의 선물, 전주솟대디퓨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우리 마을을 지키고 행복을 전해주던 솟대를 기억하시나요?"

부모님의 추억 속에, 우리들의 기억 한 켠에 자리잡은

'그때 그 시절'이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일상 속에서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접하기란 점점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모든 세대에 익숙하고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그때 그 시절'의 공예품을 지금 우리 곁에 다시 소환할 수 없을까요?


힘들고 지치던 매 순간 순간,

우리 마을을 지켜주고 행복을 전해주던

솟대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https://www.fromhere.kr/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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