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망설임 끝에서
그녀가 경기도 중소도시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살게 된 지 어느덧 십 년이 되어간다.
그녀의 일상은 어쩌다 피할 수 없는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늘 집 안에서 흘러갔다.
지인들의 여행 다녀온 SNS를 보며 마음속에서는 불쑥불쑥 열정이 솟구쳤지만,
정작 떠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없는 빈 시간에 혹여 남편과 딸아이,
그리고 멍멍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의 부재로 풀어질 가족들의 일상, 늘어날 외식비,
그리고 자신이 쓰게 될 여행 경비까지 생각하면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녀가 사는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는
기차역까지 바로 가는 직행버스가 생긴 지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대부분의 외출을 남편과 함께해 온 그녀였지만,
그 정류장에서 기차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작은 설렘의 바람이 불곤 했다.
"언젠가 저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서,
부산을 가고 싶다.
조만간, 나 혼자."
속으로만 수없이 중얼거렸던 그날의 바람이
드디어 오늘 현실이 되었다.
8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그녀의 몸은
여행이라고 괜히 꺼내 입은 보정 런닝과 속옷에 갇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등줄기와 가슴골 사이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오늘의 기다림은 오히려 자유로웠다.
4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는 아직 30분이나 남았지만,
열어보지 못한 선물 같은 이 시간은
그녀에게 충분히 설렜다.
버스 도착 8분 전,
버스번호가 바닥에 적힌 대기선 맨 앞에
그녀의 작은 캐리어가 놓였다.
그늘 하나 없는 도로 위 정오의 햇살이
얼굴을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그녀는 까짓거 8분이라며 웃었다.
저 멀리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인 버스를
반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속으로 천천히 중얼거렸다.
“야호, 지금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