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의 밤, 흔들리는 오늘
어젯밤 늦게서야 겨우 잠들었지만,
이틀 전부터 마음을 굳혔던 오늘이
아침부터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날 어떤 일이 기다리든
갱년기의 불면은 쉽게 이길 수 없다.
잠이 들 것 같다가도 굳은살이 붙은 발바닥이 간질거려 깨어나고,
겨우 잠들려 하면 소변이 마려워 뒤척이며 다시 일어나야 한다.
목이 간질거려 기침이 쏟아지는 날도 있고,
다리 저림으로 밤새 시달리는 날도 있다.
몸과 마음이 전하는 신호들이 때론 서럽고,
또 때론 울화통이 터진다.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 수는 없었다.
수없이 떠나고 싶었다.
친구들의 여행 사진을 보며
“나도 언젠가” 중얼거린 적도 많았다.
그러나 막상 집을 비우려 하면
책임감과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혹시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남편과 딸아이, 그리고 멍멍이를 생각하면
결심은 번번이 무너졌다.
사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 부재로 흐트러질 가족들의 일상,
늘어날 외식비와 여행 경비까지 떠올리면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한 날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 남편의 한마디가
내 등을 살짝 밀어주었다.
“갔다 와.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그제야 알았다.
아마 남편도 내 잠시의 자리비움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다, 마음을 한 움큼 꺼내보았다.
그래봤자, 사흘이다.
사흘 동안 나는 나를 데리고 떠나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