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해방이다
기차는 어느새 속도를 높여 창밖의 풍경을 끊임없이 밀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앉아 창문에 얼굴을 비추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설레는 마음보다 이상하게 차분한 공기가 가슴을 맴돌았다.
그동안 수없이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오늘이 이렇게 현실이 되었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경기도를 벗어나 낯선 풍경이 스쳐 지나갈수록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기 전까지는 발끝이 무겁고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이제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혼자 떠난다는 사실이 아직은 조금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 낯섦이 주는 자유로움에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눈부시게 반짝였고,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와 드문드문 이어지는 시골집들의 지붕은
기차 속도를 따라 뒤로 멀어져 갔다.
기차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이어폰을 꽂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고요함이었다.
작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자니
그동안 참아왔던 수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망설였을까.
왜 떠나지 못했을까.
누군가에게 맡길 용기를 내지 못한 지난 십 년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묵직했다.
하지만 오늘, 이 기차 안에 앉아있는 나를 보며 깨닫는다.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에게 내린 허락이었다.
더 늦기 전에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로 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눈을 감자
한참을 흔들리던 차창에 내 얼굴이 겹쳐 비쳤다.
그 얼굴에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아주 작은 자유가 함께 스며 있었다.
이제 곧 부산에 도착하면
새로운 공기와 낯선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부산의 바다가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마주할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차는 오늘의 나를 싣고 한없이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