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 6]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꽤나 무서웠다. 영화에서만 보던 멸망 직전의 도시 같아 보였다. 좀비 떼가 출몰했다던가 핵폭탄이 터졌다던가 하는 이유로 말이다. 온 하늘은 회색빛 매연과 스모그로 뿌옇고 새 한 두 마리가 하늘을 날 뿐이었다.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인도인 몇 명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철로 위를 걸어 다녔다. 온갖 쓰레기들은 여기저기에 산처럼 쌓여있었다.
조금 더 지나자 철로 옆에 자리한 빈민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페인트를 칠한 2층 높이의 벽돌집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에 와서 희뿌연 구름을 뿌려대던 소독차의 연기 같은 안개가 빈민가를 덮고 있었다. 이른 아침 물안개 따위가 아니었다. 오염된 공기였다. 철로 옆 돌무더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바지를 내리고 쪼그려 앉아 대소변을 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면서. 내가 타고 있는 기차와 불과 2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과 기차 사이엔 아무런 벽이 없었다. 그 옆에서 생수를 부어가며 빨래를 하는 여자들과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이들. 내가 3일 동안 불만족하며 지냈던 빠하르간지는 이 곳에 비하면 아주 많이 문명화된 곳이었다.
새까만 비둘기와 새까만 작은 새들이 보였다. 얘들은 원래부터 이렇게 까맸을까?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불쌍해서? 안타까워서? 이 사람들은 정작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왜 내가? 그들만의 편안한 일상을 내가 마음대로 슬퍼해도 되는 걸까? 난 이 사람들을 보며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하는 걸까.
나한테는 충격적이고 세기말같이 보이는 이 풍경이 그들한테는 일상이라는 게 슬프다. 이런 감정에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런 생각에 앞서서 눈물부터 난다. 이 눈물의 의미를 아직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겠다."
- 델리를 떠나는 기차 안에서 쓴 메모 中
나는 이 날 자이푸르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숙소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날따라 내가 묵었던 도미토리 방엔 손님이 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