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 10]
"인도 아이들은 사진에 담기는 걸 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해맑은 건 한국에선 본 적이 없는데."
"누군들 안 그러겠어요. 우린 다 사진 남기는 걸 좋아하잖아요."
"얘들은 우리랑 달라요. 자기가 찍힌 사진을 원하지 않잖아요. 달란 말도 안하고. 그냥 다른 사람이 나를 찍어줬다는 거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나 봐요."
"사진이라는 건 반영구적인 기록이니까, 그래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니까? 쟤들도 자기가 살아있다는 걸 그렇게 느끼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죠. 사람은 그 확신이 있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
"어차피 우리도 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열심히 사는 거 아닌가? 조금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도 그래서 여기에 왔다.
현실적인 고민만 많은 현실에 치여 살면서 내가 정말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을 때, 그래서 사실상 ‘진짜’ 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아있다’는 작은 위안이라도 얻으려고.
근데 사실은 그랬던 거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걱정하는 일상도 모두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스스로의 순간을 카메라처럼 머릿속에 기록하면서 그렇게 ‘살아있음’을 증명해내는 중이었다.
행복하게도, 지금 이 여행은 그걸 새롭게 확인하는 나날들의 연속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