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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수 Nov 24. 2017

결국은 나를 위해서, '찰칵!'

[세계여행 Day 10]

 "인도 아이들은 사진에 담기는 걸 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해맑은 건 한국에선 본 적이 없는데."
 "누군들 안 그러겠어요. 우린 다 사진 남기는 걸 좋아하잖아요."
 "얘들은 우리랑 달라요. 자기가 찍힌 사진을 원하지 않잖아요. 달란 말도 안하고. 그냥 다른 사람이 나를 찍어줬다는 거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나 봐요."
 "사진이라는 건 반영구적인 기록이니까, 그래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니까? 쟤들도 자기가 살아있다는 걸 그렇게 느끼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죠. 사람은 그 확신이 있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
 "어차피 우리도 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열심히 사는 거 아닌가? 조금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조드푸르의 사다르 바자르 시장. 특별할 것 없는 시장인데도 화려한 색감과 특유의 분위기가 사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래서 여기에 왔다.


 현실적인 고민만 많은 현실에 치여 살면서 내가 정말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을 때, 그래서 사실상 ‘진짜’ 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아있다’는 작은 위안이라도 얻으려고.


 근데 사실은 그랬던 거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걱정하는 일상도 모두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스스로의 순간을 카메라처럼 머릿속에 기록하면서 그렇게 ‘살아있음’을 증명해내는 중이었다.





 행복하게도, 지금 이 여행은 그걸 새롭게 확인하는 나날들의 연속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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