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수 Nov 29. 2017

아직 나의 여름이 다 가지 않은 까닭입니다.

[세계여행 Day 16]

 자이살메르에서 아메다바드까지 버스로 11시간. 아메다바드에서 대기 2시간.
 다시 아메다바드에서 디우까지 버스로 12시간. 총 이동에 걸린 시간만 25시간이다.
 꼬박 하루가 넘게 걸려 디우에 도착했다. 애초에 계획에도 없었고 이름도 모르던 이 작은 섬마을에 오게 된 건 정말 완벽하게 즉흥적이었다.  



 일주일 전, 블루시티 조드푸르의 마지막 날 밤. 두 사람을 만났다. 우연이라는 말 밖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애초에 델리에서부터 여행계획이 꼬여 서둘러 조드푸르로 오게 된 처지였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난 지금 조드푸르가 아닌 다른 곳에 있어야만 했고, 그랬다면 이 두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테다.
 하지만 인연의 끈은 돌고 돌아 언젠가 만나게 될 사람을 엮는다고 했던가. 우리는 마침 그 날 거기 있었고, 멋진 야경에 맥주잔을 기울이며, 노래를 들으며,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디우로 올래요? 거기 되게 재밌을텐데."

 형이 행복했던 순간 함께했던 사람들이 만나기로 한 곳이란다. 삶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할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곳. 내가 그 곳으로 초대받은 셈이다.


 다음 날 나는 자이살메르로 떠나고 형과 누나는 디우로 떠났다. 그 날 밤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꼭 왔으면 좋겠어.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살면서 100%의 확신을 가져본 적이 있었을까? 말 한마디에 아주 무거운 추가 달린 듯 마음 속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앞으로의 며칠은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완벽하게 힐링을 즐길 수 있는 섬마을 디우. 여기서 일주일동안 머물면서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다.



 누구 덕분인지 여기 디우는 아직 여름의 싱그러움이 다 가시지 않았다. 햇빛은 강하고 사람들은 여유롭고 길가의 풀들은 푸릇푸릇하다.


 다 간 줄로만 알았던 올해 나의 여름도 이곳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별과 낙타와 노래와 짜파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