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선이 끊어지고 밤안개가 걷혔다.
안개 낀 야경과 함께 비밀의 숲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이창준(유재명)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변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둔 듯한 이 나래이션을 통해 우리는 각본을 맡은 ‘이수연’ 작가의 또 다른 진정성 있고 야심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또한 마지막의 ‘다시’라는 단어는, 장르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일은 지난 시즌과 같이 절대 없을 거라는 말과 같아 보인다. 그리고 밤안개 사이에서 황시목(조승우)이 등장한다.
파도 소리와 함께 우리는 밤안개 너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바다는 바로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곧 사건이 일어난다. 드디어 우리는 바다를 보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안개 때문에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이어서 한여진(배두나)이 등장한다. 이때 잠시 뉴스를 통해 경찰과 관련된 비리가 보도되는데, 새로 시작하는 이 작품의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만 가능할 뿐 이 역시 안개처럼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날이 밝고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 이때 중요한 증거는 무엇인가. 바로 통제선이다. 통제선이 제대로 꽂혀 있었다면, 연인이 통제선을 뽑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문스러운 점은 과연 그것이 이 사건의 진짜 원인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 좀 더 멀리서 보자.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이 사건, 첫 화를 장식하기에 너무 작아 보이는 이 사건은 무엇을 위해 벌어진 것일까.
첫 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개’가 아닌 ‘통제선’이다. 흥미롭게도 통제선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등장하면서 조사의 진행과 함께 좀 더 큰 이야기들이 드러난다. 황시목은 다시 그 바다를 찾는다. 그리고 통제선이 불로 끊어진 것을 알게 된다. 다시, 이때 중요한 것은 불이 아니라 끊어진 통제선이다. 따라서 ‘불’은 가해자를 압박하지만, 끊어진 ‘통제선’의 실제 모습은 최빛(전혜진)의 등장과 함께, 안개가 걷힌 바다처럼 이 작품이 진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서서히 보여준다. 결국 ‘안개 낀 바다’는 일상적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이야기이고, 통제선은 안전을 위한 장치이지만, 이 안에서는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며, 이 작품은 그 통제선을 끊으며 위험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이 있으니 동행하자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 역시 존재한다. 언급한 것처럼 새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 자체가 기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이 작품의 후반에 어떤 작용을 할지 모르지만, 겸경의 대립을 위한 도화선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첫 화의 마지막에서 황시목의 플래시백과 함께 등장하는 강원철(박성근)의 모습은 전 시즌 인물의 재등장이라는 팬들을 위한 연출로 보이지만, 장르적인 음악과 함께 설득력 부족한 작품 스스로의 자신감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2화에서 전 시즌의 인물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쓰지 않는 것을 보아, 캐릭터가 이야기의 돌출적인 모습이 되지 않게 하려는 입장이 드러난다. 이는 좀 더 큰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하기 위한 것임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2화에서의 이러한 방식은 내용 전개를 위해 더 많은 대사와 설명을 필요로 하기에 내용은 흥미로우나 조금 지루한 측면 또한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이제 첫 주의 이야기이기에 아직은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 말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이야기이며 그만큼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수연 작가의 <비밀의 숲>과 <라이프>를 통해 이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