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부분들이 더욱 수면 위로 드러나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기대했던 부분들도 보인다. 지난 시즌과 같은 연출들, 예를 들어 3화에서 황시목이 샤워실에 들어가 직접 자살의 방식을 알아보면서, 사건 당시의 시간으로 들어가 문제점들을 살핀다. 스타일리쉬 하면서도 장르적인 연출이다. 기대했던 부분, 그러나 지난 시즌에서와 크게 다를 바는 없으며, 오히려 설득은 조금 떨어져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에서 황시목이 피해자의 자택에서 칼을 들고 직접 살인자의 위치에서 시뮬레이션을 하며 사건의 시간을 재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한국 드라마에서 거의 본 적 없는 듯한 연출일뿐 아니라 황시목이라는 케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그의 매력까지 보여주는 좋은 연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샤워실의 장면의 경우는 직접 목을 매기 직전의 순간까지만 보여준 뒤 장르적인 방식으로 이어갈 뿐 그다지 케릭터의 매력이나 설득력을 크게 갖지 않는다.
출처 - tvN
물론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번 시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검경의 대립, 즉 어떤 담론을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 이번 시즌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보니 지난 시즌처럼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한 사건에서 주요한 논의를 이어간다기보다, 논의를 설정한 뒤에 관련될 수 있는 사건들을 배치한 경우가 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1화에 일어난 바닷가의 사건의 경우, 비유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사건을 만든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3화에서의 사건 역시 과거의 사건이며,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이 아닌, 검찰이 경찰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가져온 사건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덜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사건이 과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직 더 많은 비밀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역시 1화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능적인 수행만 한 뒤 사라질 우려가 생긴다.
한 가지 더 언급을 한다면, 3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너무 장르적인 편집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의 음악, 우리는 지난 시즌을 통해서 이 작품의 메인 OST가 나오는 순간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아니, 집중하고 싶어진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힘을 준’ 장면들에서 이 음악을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부분은 매 회차의 마지막 순간이 된다. 그리고 3화에서 역시 그 음악을 듣게 된다. 그러나 1화에서와 같이 너무 장르적인 기능으로만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1화의 마지막에 강원철의 모습이 나오는 순간은 너무 기능적이다. 물론 이 방식이 다음 회차에서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미리 작품이 강원철이라는 인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뭔가 설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품 혼자서만 전체를 조망하고 아무 말 없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화의 마지막 순간, 또 한 번 음악이 나오며 작품 속 겸경의 직접적인 대립을 예고한다. 아직 세 번째 회차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설정이 단순하지 않은 탓에 설득보다는 설명의 순간이 대부분을 차지한 듯한 시간을 지나왔기에, 이 마지막 순간 역시 의아함을 선사한다. 다시 한 번 작품 스스로만 설득당한 것 같다.
출처 - tvN
그런데 4화에서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검경의 대립,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이 조성된다. 이때의 우려는 분명, 너무 대화의 형식으로만 보여주어 내용의 깊이는 있되 지루함이 눈에 띄게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기대에서 시작한 이번 시즌에서는 그런 우려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검경과 수사권을 두고 이런저런 예시를 드는데, 한 사기범에 대한 이야기가 플래시백을 통해 드러나며 또 다른 사건을 보여주는 듯 보인다. 우려했던 기능적인 사건들, 그러나 이 얘기는 3화에서 한여진이 용산서로 가 장건(최재웅)을 본청으로 데려가려 했을 때 잠시 볼 수 있었던 사건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이다. 덕분에 한 회차를 위한 사건으로 보였던 것이 기능적으로만 작동하는 상황을 벗어난다. 게다가 회담이 끝난 뒤에도 검찰이 그 이야기를 통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사건의 존재를 설득한다.
출처 - tnN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2화에서와 비슷한 부분인데, 회담을 포함해 작품에서 시청자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지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시즌에서의 작품성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비밀의 숲> 시리즈라는 분위기와 특성상 그러한 친절한 방식이 거의 없고 적잖은 배경지식이 요구된다.(그래도 이번 시즌은 조금 더 각본상으로 친절해진 것 같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인 이 작품이 일종의 계몽적인 자세를 갖는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것이 이 시리즈를 보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tnN
그러나 자칫 젠체하는 모습이 될 수 있는 이번 회차에서 서동제라는 케릭터는 상당한 숨구멍을 만들어낸다. 이번 시즌, 그는 등장에서부터 너무 장르적이고 흔한 역할이 되어버렸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꽤 들을 수 있었지만, 케릭터적인 요소와 함께 내적 갈등을 외적으로 발산하는 모습, 특히 이연재(윤세아)와의 자리에서 보이는 모습은 단순히 내용의 진행을 위한 모습을 넘어서 이들의 관계가 엮어내는 또 다른 전개를 기대하게 만든다. (작품이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더욱 그 효과가 커진다.)
출처 - tvN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4화의 마지막 순간이다. 세곡지구대의 사건, 이것은 검경의 협의에서 활용하기 위해 검찰이 먼저 조사했던 사건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분명 검찰이 먼저 자신들과 유리한 방식으로 엮어서 결론을 낸 뒤 경찰에게 언급해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공격적인 전개를 예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알아낸 경찰은 오히려 먼저 이를 방어하기 위한 모습을 예고한다. 역시(또는 다행히) 기대했던 이 각본은 단순한 진행을 거부한다. 전체를 관통할 만한 사건을 ‘공격’이 아닌 ‘방어’의 방식으로 활용하며 음악과 함께 4화의 마지막 순간 장식하고, 장르적인 효과를 얹어 긴장감과 다음 회차의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