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간의 방어가 시작됐다. 공격을 위해서는 상대의 약점을 알아야 한다. 반대로 방어를 위해서는 상대 공격의 허점도 알아야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경찰에서는 2년 전 세곡지구대의 사건을 검찰에서 문제 삼을 것을 알고 미리 수를 쓴다. 덧붙여 그것을 캐내려는 검찰을 역으로 공격하려 한다. 도의적 관점에서의 타살이라는 ‘진실’을, 표면적인 자살이라는 ‘사실’로 고착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며, 한 사건이 이야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좀 더 강해지는 동시에 한여진의 또 다른 내적갈등이 더욱 커지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서사가 주요 인물에게 부여하는 자연스러운 시련이며, 지난 시즌에서부터 이어진 케릭터를 통해 인물의 갈등은 충분히 설득된다.
출처 - tvN
황시목의 내적갈등도 발생한다. 보복성 짙은 검찰의 영장 발부 거부에 대한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서부지검장었던 강원철을 찾아간 황시목은 ‘전관예우’라는 단어가 전 상관의 입에서 나오자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갖는다. 케릭터 때문인지 몰라도 황시목이라는 인물 스스로가 마주한 일종의 그 실수는, 후에 있을 인물의 예견 못 한 행동에 대한 발판을 마련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이번 회차에서는 단순히 서로 물고 뜯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검경의 모습에 방어구를 입히며 양측의 문제점을 좀 더 세밀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관련된 사건들은 좀 더 힘을 얻게 되고, 한여진과 황시목의 감정적이고 비공식적인 만남이 불가피함을 예고한다. 또한 황시목이 강원철과의 대화에서, 1화에 보았던 출입 통제선에 대해 언급하며 검경 스스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판단을 재고시키는 동시에, 통제선이라는 은유적 의미가 확장되면서 이를 보는 우리의 삶의 자세까지도 영향을 주려는 듯 보인다.(새 시즌을 알린 사건은 계속해서 이런 은유적인 방식으로 등장할 것이고, 작품의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다는 매력을 느끼게 된다.)
출처 - tvN
아쉬운 점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번 회차에서 우려했던 부분이 가장 크게 드러난 것처럼 보이는데, 여의도에서 황시목과 우태하가 한 국회의원을 찾아가는 때부터 들려오는 수많은 대사가 바로 그 부분이다. 매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사건이라기보다는 어떤 담론에서 시작한 것이기에, 검경의 수사권이라는 상대적으로 낯선 이야기의 깊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설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연출이나 설명을 위한 사건을 추가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고, 특히 이번 회차에서는, 의원을 만나기 위해 두 사람이 자리를 옮기는 길 위 모습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물론 조금이나마 그런 아쉬움을 없애기 위해 차 안이나 실내가 아닌 보도의 방식을 택해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했고, 돌출적일 수는 있으나 스쳐가는 행인을 통해 약간의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대사량 때문에 헐떡이는 배우의 모습과 편집의 몸부림이 기억에 남기에 분명 아쉬운 점이리라.
또한 성문과 한조와의 대립이 언제 검경의 대립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될지를 기다리는 것도 아쉬운 점일 것이다.(6화의 마지막에서 일종의 해소감이 드는 순간이 있지만.) 어디까지 판을 키울 것인가, 아예 독립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는 것도(드라마라는 특성이라 할지라도) 아쉬운 점이 될 수 있다.
출처 - tvN
그럼에도 초반에 검찰과 경찰의 방어적인 태세로 우리를 설득한 이번 회차는 1화의 사건을 언급하는 모습과 함께, 앞서 말한 아쉬운 장면들을 좀 더 지켜봐 달라 설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번 회차의 초반부는 검찰과 경찰의 방어를 위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작품 자체가 어떤 방어적이 자세를 취한다는 생각 역시 들게 만든다.
6화는 확실히 다르다.(덕분에 앞으로 쓰게 될 리뷰 역시 두 회차를 엮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까지 들게 된다.) 늘 우려하던 모습이 아닌, 대사를 주고받는 인물들 사이의 침묵으로 감정과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순간마저 마주할 수 있었으니, 5화의 아쉬운 점은 다음 회차를 위한 희생이라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아무튼 그간 구축했던 이야기들의 작고 큰 내막이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생동감과 긴장감이 생기기 마련이고, 6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 자체로도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지만, 검경과 기업이 이루는 또 다른 그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후련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5화와 비교해 기대했던 장면들을 생각보다 많이 볼 수 있었기에 전부를 언급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최대한 눌러두고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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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여진과 최빛의 대립을 보여주는 장면부터 시작해보자. 집단과 개인이 한 사안을 두고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경우라는 점과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라는 것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연관되고 연관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에 이야기의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게다가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최빛이 제복을 벗으며 한여진에게 던지는 대사와 제복에 달린 계급장은 한여진의 무기력함을 대변하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개인과 집단의 권력욕이 만들어내는 모습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설득하는 흥미로운 연출임을 알 수 있다. 덕분에 한여진이라는 케릭터가(어느 정도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선택을 할지를 두고도 기대감을 자극한다.
이어지는 시퀀스에서는 우태하와 김사현이 황시목을 선택한 것이 드러나며 검찰이 황시목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뿐만 아니라 우태하와 김사현의 대화 속 플래시백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는 강원철의 대사는 황시목의 선택이 많은 것을 쥐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케릭터의 힘을 더 부여하고 앞으로의 사건들이 좀 더 흥미롭게 이어질 것을 추측하게 만든다.
출처 - tvN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장면은 황시목과 한여진이 만나는 장면이다. 황시목은 정보를 얻기 위해 그녀를 찾았고, 한여진은 그에게서 정보를 감춰야 한다. 각자 가진 정보량의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지난 시즌과 이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와 함께 이 장면 역시 긴장감을 흥미롭게 이어간다. 또한 이때 황시목의 대사로 재등장하는 ‘통제선’은 새 시즌을 위한 단순한 장치가 아닌, 안개 속 풍경을 점점 마주하게 되는 두 사람의 책임감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며 서로의 정보 교류가 필수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득해낸다. 덕분에 ‘감사하다’는 말을 그녀에게 받은 커피를 들어 보이며 대신하는 황시목의 모습은, 검경의 수사권을 놓고 쉬지 않고 논쟁하는 다른 이들과의 차이를 보여주며 어떤 방향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담담히 던지는 것처럼도 보인다.
점점 더 많아지는 설명과 이에 따른 인물들의 대사가 드라마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라 말하는 것이 힘들지는 몰라도, 이 작품이 그만큼의 깊은 이야기와 사건을 보여준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여전히 다음 회차를 기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