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사건이 검경의 수사권과 독립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마저도 최빛과 우태하가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마주했던 사건들은 검경 수사권에 있어서 양측이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기 위해 보여주었던 과거 또는 예시 사건들이기에, 현재 시점에서 일어난 사건을 두고 인물들이 그동안 꺼렸던 ‘정보 공유’의 순간까지 보여주며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은 새삼 흥미로워 보이며, 계속해서 다음 장면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저번 회차까지도 계속되었던, 인물들 간의 이해관계와 담론에 관한 정보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사만으로 진행했던 점들에 대한 해소작용이기에 더욱 그 효과가 컸으리라.
출처 - tvN
또한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흥미로운 부분들이 드러난다. 만약 이번 회차마저도 담론의 심각성과 예시 사건들의 향연으로 진행되었다면, 언급되었던 인물들이었음에도 우리는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오락성'이 아닌, 어떤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작품성'적인 측면에서 크게 흥미를 느낄 시청자들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서 그 시스템의 또 다른 부품들로 여겨질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이 달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죽음의 이미지로 시작된 이번 회차에서의 새로운 인물들은 그 ‘이미지’라는 연장선에서 시각적인 흥미를 유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후의 회차에서 두 인물 이상이 모여 어떤 사안에 관한 논쟁만 이어가는 모습이 더 많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게다가 서동재의 부인으로 출현한 배우 최희서의 존재는 그 효과를 배가한다.) 다시 말해 이번 회차를 기점으로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사건과 사안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그간 회차에서 느꼈던 우려를(그게 잠시일지라도) 덜어놓게 된다.
출처 - tvN
그럼에도 검경 수사권에 대한 긴장감 역시 유지하고 있다. 한여진은 이전 최빛과의 대화를 통해서 경찰이 수사권 쟁취를 위해 용의자 검거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이번 회차에서 두 인물이 마주할 때, 한여진은 최빛을 대표로 하는 경찰을 의심한다. 상황이 만들어낸,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런데 최빛의 태도는 한여진의 의심이 잘못되었다고 설득한다. 그리고 이어서 최빛이 우태하에게 연락하는 모습을 통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이 예고된다.
이와 함께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황시목과 최윤수 팀장이 용산서에서 마주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최윤수의 플래시백 속 차 안에서 박순창 순경은 이번 실종 사건이 최빛과 연관이 있지 않겠냐고 말하는데, 최윤수는 그간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이 발생할 때마다 보였던 검사의 행위를 언급하며, 최빛으로 대표되는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아닐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 대화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 되려 검찰 쪽일 수 있다고 암시하는 듯 보인다. 차장실에 들어간 우태하는 어떤 말을 들었을까. 경찰, 검찰, 기업, 이 중 서동재를 납치한 것은 어느 쪽일까. 이 모두 용의선상에 충분한 동기를 갖고 자리해 있으며, 각자의 비밀이 있고 그의 침묵을 원하기에 ‘비밀의 숲’이라는 제목은 새삼 힘을 갖게 된다.
출처 - tvN
물론 아쉬운 장면 역시 존재한다. 황시목이 의정부 지검에 도착해, 전날 서동재가 퇴근 직전 마지막으로 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 설명은 장면으로 이어진다. 서동재는 미성년자인 용의자를 나무라고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의 태도가 필요 이상으로 불량해 보인다. 돌출적이다. 7화에서 서동재가 납치당하는 순간의 모습들은 조사를 진행하는 인물들의 상상 속 장면이기에 조금 폭력적이어도 크게 돌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과 대화하는 장면이 필요했던 이유는 분명 서동재라는 인물의 양립적인 모습을 조금이라도 증폭시키려는 것에 있다. 그간 그의 행동은 기회주의자적인 측면이 압도적이었고, 때문에 그가 납치당하는 것이 일종의 처벌로 보이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시도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와 마주 앉은 불량한 학생은 의심할 필요 없는 ‘악인’으로 설정되어, 상대적으로 서동재는(“애 학교 보내기 무서워서 진짜”라는 대사까지 포함해) 잠시나마 선량하고 힘없는 인물로 표현된다. 물론 이 덕분에 이번 회차의 후반에서 그에게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는 우리에게 좀 더 큰 긴장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 학생의 존재는 너무나도 기능적이라는 것이다. 절대악을 만듦으로써 어떤 이야기의 진행은 편하고 단순해진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어떤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한 선택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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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화에서 ‘통제선’이 또 한 번 언급되며 어떤 사건도 단순하게 활용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았기에, 개인적으로 그 학생의 존재와 관련된 사건 역시 다시 한번 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작품 속에서 많은 비밀을 갖고 있는 서동재라는 케릭터가 이번 회차를 통해 그동안 보였던 단순한 이미지를 설득력 있는 반전을 통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게다가 지난 시즌 이창준의 역할을, 그가 대신할지도 모른다는 추측 또한 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