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숲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수사권을 놓고 벌이는 검경의 대립이 이번 회차의 주요 키워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감춰진 과거 사건으로부터 파생된 결과로 보이기에 여전히 그 키워드는 유효한 위치에 자리한다. 대신 검찰과 경찰의 이해관계, 좀 더 정확히는 과거 박광수 검사를 두고 검찰, 경찰 그리고 한조 그룹 간의 이해관계로 인한 사건이 무엇이냐가 핵심일 것이다. 지나온 회차들을 돌아봤을 때, 작품의 흥미로운 부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검경에 대한 일종의 배경 지식까지 필요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난 7화를 기점으로 하나의 사건(서동재의 실종)으로부터 인물들 간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에서 ‘비밀의 숲’이라는 시리즈에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과 (지난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리즈 제목 자체의 함의가 충분히 드러난다. 아직 많은 정보들이 묻혀있겠지만, 박광수 검사의 죽음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이 된다는 사실만을 파악해도 이야기의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높아지며, 각본의 치밀함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추측의 가능성을 흥미롭게 열어둔 장면들을 언급해보고자 한다.
초반 한여진과 최빛의 통화 장면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최빛의 업무 이외의 모습을 보게 된다. 빨래하는 어머니의 모습, 이때 한여진으로부터 서동재가 그녀를 캐고 다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불안한 눈빛의 최빛. 달라진 장소와 의상으로 인해 지금까지 봐온 그녀의 당황스러움 중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또한 통화를 끊은 뒤 딸의 음성이 들려온다. 지난 회차의 리뷰에서 서동재와 마주한 미성년 용의자에 대한 언급은, 이야기 진행과 크게 관련 없을 수 있는 요소를 통해 주요 인물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보면, 서동재의 이미지를 어떤 효과를 위해 순간적으로 변화시키듯, 이 장면은 그간 최빛이 갖고 있던 야심과 명예욕이 강한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누그러뜨린다.(상대편에 자리한 우태하와는 확실히 대조된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은, 최빛이 또는 그녀와 우태가 숨기고 있는 비밀에 있어서 그녀가 얻게 되는 피해가 가족과 관련될 수 있거나, 아니면 가족과 관련된 이유로 한 사건에 대한 비밀을 숨기게 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덕분에 지난 회차부터 등장한 서동재 부인의 존재는 분명 또 다른 비밀을 보여줄 인물이겠지만, 서동재라는 인물이 안타까운 피해자의 입장에 놓일 것이라 예고하는 것으로도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시즌의 경우를 상기해보면, 영은수(신혜선)의 경우와 이번 시즌 속 사건이 비슷한 양상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역시 일종의 반전을 위한 장치일지도 모르지만,) 이와 함께 이번 회차에서 한여진이 황시목에게 언급하는 '이런 일'이나 이창준을 언급한 김사현의 대사로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하는 황시목의 모습과 같은 요소들를 통해, 이 작품이 지난 시즌에서의 기억들을 상기해보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 또한 가능해 보인다. 덕분에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며 진행되고 있는 사건뿐 아니라, 황시목 개인적인 고통과 관련된 요소가 사건 진행과 해결에 있어서 어떤 작용을 할지, 또는 사적인 모습이 드러난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갖고 있는 비밀이 어떤 설득력을 안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 역시 팽창한다.
물론 이 때문에 우려되는 지점이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계속해서 논쟁의 장을 만들어오던 ‘검경수사권’에 관한 담론은, 결국 지난 회차부터 발생한 사건과 이로 인해 촉발되는 또 다른 갈등을 위한 초석에 불과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드라마 장르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주제로 시작했던 호기로움은 일종의 ‘맥거핀’이였던 것일까. 그러나 이번 회차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것까지 걱정하지 말라며 단언하듯 마무리한다. 검사를 납치한 유력 용의자가 경찰이라는 것이 언론에 유출되고, 김사현은 황시목에게 말한다. “수사권은 완전 끝났어.” 이번 사건의 결론에 따라 검경수사권에 대한 이 작품의 입장이 드러날 것을 충분히 예고하고 있다. 지난 회차의 리뷰에서 언급했듯, 검찰, 경찰 그리고 한조 이 모두 서동재를 납치할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가장 확률이 낮아 보이는 검찰 쪽에서 벌인 일이라는 가능성이 김사현의 대사와 함께 점점 커진다. 경찰로 인해 (개인적인)피해를 입은 범인, 또는 경찰의 입지를 낮춤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범인.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시즌과 비슷한 양상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각본을 쓴 이수연 작가의 치밀함이 어떤 설득력과 함께 또 다른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낼지, 감히 다음 시즌의 필요성을 벌써부터 호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