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아쉽게 되는 순간들
이번 두 회차에 있어서는 아쉬운 지점들이 생각보다 많이 눈에 밟히는 듯하다. 기능적인 부분들이 눈에 띄고, 한 회차 자체가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보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장르적인 요소로부터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큰 부분은 모든 회차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다 마침내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있다. 그렇기에 한 회차라도 독립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못내 아쉬운 점이 된다. 물론 16부작 드라마라는 사실에 있어서 한 회차가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 아주 큰 단점이 될 수는 없지만, 그만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시리즈이기에 이런 언급마저 이 작품의 매력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리라.
목격자와 의도
목격자가 나왔다. 게다가 사진에서 경찰 시계를 발견하기도 했다. 정말 범인이 밝혀질 것인가. 과거 세곡 지구대에 있었던 이들 전부를 포함해 10명이 넘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추궁하고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드디어 목격자가 도착한다. 사실 이렇게 한 공간에 많은 인물들을 두고 대사 위주의 장면을 진행하는 경우 너무 많은 컷이 필요하기에 촬영의 집중은 떨어지고 스크립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세트장이고 하나의 장소이기에 조금 수월할 수는 있으나, 이때 놀라운 것은 긴장감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주기적으로 인물들을 투입시키는 대본의 힘이기도 하다. 추궁이 시작된 뒤 계속해서 대사 위주로 진행되지만, 황시목이 들어오고 잠시 후 두 사람이 추가되며 이어지는 뇌물수수에 대한 자백에서는 플래시백으로 표현하며 지루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목격자가 도착한다. 그의 지목으로 백팀장은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목격자의 진술이 거짓인 것을 안다. 아니, 작품이 아니라 말하고 있다. 연출에 긴장감이 떨어진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출과 검경 협의와 관련해서는 흥미로울 정도로 긴장감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에서도 흔히 보아온 장르적인 진행 방식에 의해 백팀장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엔 결국 목격자의 거짓이 드러난다. 물론 이때의 세련된 연출 역시 돋보이지만, 예상한 그대로의 결과에 맥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11화 자체는 이번 시즌의 일부인 것은 사실이지만, 에피소드 형식과 같은 위치에 놓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고, 게다가 거짓말을 한 목격자에 대해 12화에서조차 존재감을 드러내는 언급이 없었기에 이번 시즌에서 가장 기능적인 회차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간의 방식에 의해 이번 회차의 일부들이 이후 회차에서 맞물리는 것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정말 그 목격자의 배후에는 아무도 없는 걸까), 이전 회차들에서 실제 벌어지는 사건들(실종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이나 실종 사건에 대한 현황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 것과 같이, 11화에서의 이러한 일종의 에피소드는 실종사건을 포함한 심각한 사건들이 진행되는 동안 일어나는 황당한 일들에 대해 알려주려는 의도로만 보인다. 결국 이 목격자에 대한 언급은 이번 시즌의 초반에 등장한 통제선과 같은 상징적인 부분에서만 등장할 것이라 예상하게 된다. 물론 이것이 섣부른 예단일 수 있고, 그러길 바란다.
잊힌 인물
물론 이 거짓 목격자 사건 덕분에 12화의 겸경 협의안에 대한 담론이 좀 더 힘을 갖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황시목과 한여진의 정보 교류는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이고, 이 덕분에 겸경 협의회 자리에서의 긴장감이 좀 더 커지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잊은 게 있지 않나. 서동재의 존재이다. 11화에서는 오직 서동재의 사건만 두고 진행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서동재를 찾는다기보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맞는지만 확인하는 모습이었다.(그렇기에 거짓이라는 확신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7화에서 실종되었다. 물론 언급한 것처럼 이 시리즈가 범죄의 발생과 해결만을 다루는 장르물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 끌었다. 게다가 12화부터는 거의 그의 존재를 잊은 듯하다. 검경 협의회와 함께,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는 듯 진행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지난 리뷰에서 표현했듯 이번 시즌을 한 번에 몰아보지 않는 이상, 작품 밖에서는 벌써 2주 전에 서동재가 실종된 것이기에 그 물리적인 시간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 다행히 작품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한여진과 황시목이 막걸리를 마실 때, 황시목은 한여진에게 ‘이틀밖에 안 됐다’ 말하고, 그녀는 ‘한참 된 것 같은데’라고 대답한다. 작품 역시 서동재의 실종과 관련해서 점점 시청자들이 느낄 일종의 피로감에 공감한다. 그리고 이러한 언급을 통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흥미 요소들
드디어 세 인물이 만났다. 우태하, 최빛 그리고 이연재. 박광수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련된 이 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12화의 마무리에서 음악과 함께 충분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두 회차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정확히는 이번 시즌이 가져가는 담론을 포함한 내용적인 측면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목격자의 진술이 거짓이었다는 점과 세 인물이 만났다는 점이다. 언급했듯 11화 자체는 독립적인 모습이 강해 목격자에 대한 사실이 작품 전체에는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 그리고 세 인물이 만나는 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장면이기에 일종의 단순한 해소 역할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번 두 회차에서 느낄 수 있는 각본이나 연출의 치밀함은 기대한 만큼 존재하지 않은 것 같다.
언급하고자 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면, 백팀장이 풀려나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그때 그만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며 상상의 순간이 이어지는 부분이다. 이는 마치 지난 시즌에서 이창준이 과거를 회상하며, 한 번의 선의가 불러오는 큰 파장을 설득하는 플래시백과 같은 효과를 지니는 듯 보인다. 그렇게 백팀장의 상상은 이 시리즈가 갖는 특색을 잠깐이라도 보여준다.
기억에 남는 요소들은 또 있다. 근데 이것들은 일종의 '자극적인 요소'들이다. 이번 역시 검경 수사권이라는 담론과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지만, 이 요소들은 시청자들이 느낄 지루함을 충분히 덜어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황시목의 두통은 협의회를 중단시키기까지 했으니, 이제 그들의 협의는 충분히 봤으니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의도가 드러나기도 한다. 또한 황시목의 ‘미소’나, 전화를 받는 강원철의 ‘유머러스한 대사’ 그리고 금고에 존재감을 뿜으며 자리한 ‘돈’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한다. 이 요소들은 이야기의 흥미를 유지하는 역할일 것이며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번 회차들에서 기억남는 부분이 이러한 부차적인 요소들 뿐이라는 사실 또한 아쉽게 다가온다.
16부작이라는 드라마에서 모든 회차에 기대 이상의 치밀함과 흥미로움을 담아내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건이나 담론을 두고 작품 전체를 조망하는 이런 시리즈 자체만으로도 일종의 경의를 표하고 싶기에, 이번 회차들에서 느끼게 되는 아쉬움은, 언급한 것처럼 하나의 반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