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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야 Sep 28. 2020

드라마 <비밀의 숲2> 13, 14화 리뷰

다시 마주한 밤안개, 사라진 비밀



 이제 모든 사건들이 한 곳으로 모여, 비밀이 밝혀지기 직전의 순간까지 오게 됐다. 한조와 박광수, 검찰과 이성재, 조작된 넥타이, 그리고 서동재. 서동재를 찾게 되는 순간까지 오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 게 사실이고, 그 물리적인 시간 때문에 그를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이 없었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이번 두 회차에서 할애한, 그를 찾는 ‘시간’이 크게 증가하는 동시에, 긴장감 역시 고조시키는 각본과 연출 덕분에 그간의 아쉬움과 걱정의 존재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단순히 사건들과 비밀들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빠른 편집의 힘뿐이 아닌, 이번 시즌의 시작에서부터 가져온 그 모든 것들이 거대한 이야기의 존재를 드러내는 순서이기에, 지난 시즌에서 한 생존자의 증언이 큰 비밀을 밝혀내는 것처럼 서동재의 생존과 그것이 밝혀낼 비밀들에 대한 기대는 이제 최대치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각본의 힘이 있다.

출처 - tvN

치밀한 각본     


 예상했고, 지난 시즌에서와 같은 방식이지만, 역시 놀랍다. 기능적으로 보였던 1화의 사건이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듯한 사건이 되다니. 물론 이전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볼 수 있다. 작품의 시작에서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의 갈등이 시작되고, 마지막 순간 일종의 반전과 함께 각 회차의 매력이 아닌 전체적인 오락성 또는 작품성을 보여주는 진행. 그러나 <비밀의 숲>과 같이 일종의 수사물의 경우, 매 회차의 사건들이 독립적인 경우가 대분이기에 이 작품과 같은 유기적인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것은 드라마라는 형식적인 제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난 시즌에서도 그랬듯, 그 제약을 우습다는 것처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결론적으로 이번 시즌 전체를 보았을 때 ‘세곡지구대 사건’은 거의 관련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이라는, 이번 시즌 전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담론에 있어서 그 부분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사건이자 전개였다. 게다가 지난 리뷰에서 언급했듯 잠깐의 눈감음이 어떤 사회적인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이러한 모습들에서 분명 일회성이고 기능적으로 보였던 사건이 단순한 투입의 위치를 갖않았음을 확인하는 것은 충분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어서 서동재가 실종 직전 마주했던 미성년 용의자와 관련된 요소들을 짚어봐야 할 것이다. 지난 7화의 리뷰에서 언급했듯, 서동재가 이 용의자를 다그치는 장면은 시청자로 하여금 서동재라는 케릭터에 안타까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단순한 장면이라 추측할 수 있었다. ‘기회주의자’라는 미움받기 충분한 인물이 피해자가 되기 직전의 모습이기에, 실종된 그를 찾는 것이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서만 필요하다는 이성적인 판단에 조금이나마 감정적인 변화를 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황시목을 찾아온 정민하(박지연)는 그들이 용의자가 될 가능성을 설명한다. 결국 그 미성년 용의자들은 사회적 문제의 일부나 케릭터 인식의 변화를 위한 ‘단순한 존재’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통해 황시목은 시즌의 첫 사건에 등장한 인물을 의심하게 된다. 이때 황시목은 일종의 ‘힌트’를 얻은 것인데, 이러한 장르적인 수사의 진행 방식은 가끔 너무 갑작스러워 우연에 기대는 그 모습이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벌써 떠오르는 많은 작품들 속 장면들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두 인물은 서동재라는 교점뿐 아니라 ‘법철학’ 강의로도 공감의 지점을 갖는다. 게다가 강의 내용에 있는, 작은 곳에 숨은 ‘악마’라는 키워드 역시 그들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과정을 설득한다. 영은수를 언급하는 황시목의 모습 역시 그중 한 가지 요소가 될 것이다.

출처 - tvN

촉발제와 관성     


 이번 두 회차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지점은 분명 황시목의 분노 또는 변화일 것이다. 그는 지난 시즌에서 목격했듯 분노를 ‘도구화’하는 인물이다. 갈등으로 인해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아닌, 그 감정이라는 것을 어떤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지난 시즌, 영은수와의 대화에서 갑작스러운 분노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오직 그 장면을 제외하고는 감정이 그렇게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분노가 표출되었다. 한편으로는 그것 역시 도구로써 활용한 것이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연출되지는 않았다. 덕분에 긴장감과 쾌감이 높아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조승우라는 배우가 가진 힘이 더해지며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듯한 느낌마저 전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분노 또는 변화의 ‘촉발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의 변화에 있어서 어떤 특정한 상황이나 요소가 작용하는 인과관계적인 부분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런 지점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황시목이 가끔 겪는 두통을 포함한, 이성이 통제하기 힘든 순간들은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도움을 줄 순 있어도, 매번 너무 갑작스럽다면 돌출적인 부분이 되기 쉽다.


 이와 관련해 각본의 선택은 꽤나 흥미로워 보인다. 만약 촉발제가 존재한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수사 진행 속 ‘힌트’처럼, 이 촉발제를 배치하기 위해 우연에 기대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각본은 그 요소의 존재 필요성을 제거한 것으로 추측되고, 대신 ‘관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13화의 후반에서 황시목은 영은수를 언급한다. 8화에서 한여진이 그녀를 언급했던 사실과 그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황시목이 그녀를 언급한 뒤 이어지는 대사들은 상당히 감성적인 분위기를 띤다. 감정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는 케릭터 설정에서 이 모습은 변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범인을 찾는다. 14화는 추격전으로 시작되고, 한여진이 아닌 황시목이 먼저 범인을 쫓는다. 이성적 판단과는 상당히 거리가 느껴지는 시퀀스이며, 어딘가 있을 서동재를 한정된 시간과 함께 찾아야 하는 수사 시퀀스는 이야기만으로 긴장감을 갖는다. 그리고 황시목이 돌을 들어 자물쇠를 내리친다. 이때 쇠를 돌로 깰 수 없다는 것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데, 흥미롭게도 그 다급한 행위를 다름 아닌 황시목이 보여준다. 이때 쇠로 된 ‘자물쇠’는 사건 자체이거나 일종의 비밀로, 황시목이 손에 든 ‘돌’은 이성을 잃은 감정적인 행위로서 순간적인 상징성을 갖는다. 게다가 그의 손에서 피가 흐른다. 이때 이것은 감정이나 고통을 못 느끼는 인물의 상처가 아닌, 고조된 감정이 고통을 무감각하게 만든 결과로 인한 상처이기에 이 장면은 두렷한 힘을 갖는다. 그리고 이 힘은 범인에게 소리치는 황시목의 모습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단계적인 감정의 고조는 그의 변화를 설득시키고 이야기적으로도 돌출적이거나 기능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최소화한다. 덕분에 촉발제의 필요성은 큰 문제 없이 줄어든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가짜 목격자와 일대일로 대면하는 황시목은 그간 보여준 모습과 크게 차이가 없음에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긴장감 느끼게 한다.

출처 - tvN

새 인물과 시스템     


 범인의 아버지가 등장했다. 그 누구보다 감정적인 상태로 변호하기 시작한다. 부정할 수 없이 기시감이 생긴다. 이때 그가 변호사라는 사실은 괜한 흙탕물 싸움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작품은 괜한 걱정이라 대답하듯 인물을 도구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그의 연락은 고등 법원 판사에게, 판사는 영장 담당 판사에게, 그리고 차장 검사에게 이어진다. 우태하와 김사현은 그 사실을 듣고 위원장에게 연락한다. 영장 기각은 그렇게 무마된다. 언급한 흙탕물 싸움이 만들어져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장이 기각되는 것이 이러한 장르 형식에서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영장 하나를 두고 판검사 내부의 이해 관계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훨씬 더 깔끔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에서도 그랬듯 검찰 내부의 시스템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는지 그 짧은 장면을 통해 설명하며 여전히 관련된 담론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인물 하나하나를 단순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출처 - tvN

 시즌이 시작되며 끊어진 통제선의 뒤로, 우리는 바다를 가린 밤안개를 보았다.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밤안개라 여겼지만, 밤안개가 사라지기 전까지 보지 못 했던 비밀이 안개와 동시에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 비밀을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이 상징적인 요소가 시즌의 마무리 단계에서 더 큰 힘을 받는 이런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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