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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야 Oct 05. 2020

드라마 <비밀의 숲2> 15, 16화 리뷰

결말이 보여주는 시리즈의 방향과 위상


 모든 비밀이 밝혀졌다. 돈과 명예가 작동하는 곳에서 비밀이 발생했고, 가능성이 적은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희생자가 생겼을 뿐 아니라, 관련된 이해관계는 더 큰 문제를 만들어냈다. 거대한 내막이 있었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중심 인물들은 마침내 한 회차만을 남겨두고 비밀을 밝혀냈다. 그리고 여느 작품들이 그래왔듯, 마지막 이야기는 비밀을 감추려던 모든 이들을 변명의 여지 없이 엄벌하며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 당연해 보였지만,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도 쉽게 그러한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큰 내용의 마무리 단계에서 마지막 회차에 장식해야 할, 또는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처 - tvN

한 시즌의 마무리 


 드라마라는 장르 구조상, 정의와 대척점에 자리한 인물들의 모습은 가장 무기력한 자태와 함께 끝에는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속 그 인물들의 힘과 욕망이 너무 강하다.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았을 때, 권력욕에 취한 듯한 인물이라 여겼던 이창준의 반전과 같은 모습이 없었다면, 사실상 최종적인 정의 구현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시즌1의 설득력 있던 마무리는 확실한 마무리였다. 이번 시즌에서 역시 비슷한 진행방식들을 언뜻 볼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기에, 정의 구현의 설득력과 확실성을 기대하며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그 대척점 위 권력들의 허리는 굽혀질 생각이 없어 보였고, 결국 예상치 못한 결말을 보여주며 시즌이 마무리됐다.


 우려됐던 것도 사실이다. 갑작스럽고 급한 해피엔딩은 차라리 중요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지난 시즌의 경우 역시 남은 한 회차를 가지고 큰 이야기를 어떻게 장식할지가 중요했는데, 이번 역시 나름의 히든카드를 공개하며 유유히 시즌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라 예감했다. 그러나 언급한대로 황시목과 한여진의 앞에 선 권력은 미동 없는 모습이었고, 이번 시즌은 이것을 한 번에 몰아넣는, 다급한 마지막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번 이야기는 부패한 권력을 몰아내는 정의 구현으로 장르적인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대신, 그 부패한 권력의 민낯과 그 과정을 긴장감 있게 설명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덕분에 시즌의 시작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창준의 나레이션이 다시 들려올 때, 이 시리즈의 유기적인 이야기의 매력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동시에, ‘진리를 좇아 매진하고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끝이 없는 과정’이라는 말은 큰 설득력을 갖는다. 

출처 - tvN

검경수사권     


 그래도 이야기의 마무리가 갖는 힘은 분명했고, 이 덕분에 검경수사권이라는, 이번 시즌의 정체성 중 하나가 잊힌 존재로 전락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더 큰 이야기를 위한 발판으로도 보인다. 지난 9화에서 김사현은 납치범이 경찰이 될 경우, 검찰의 수사권 수비가 확실해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검경국지전’이 검찰과 정부의 ‘전면전’이 될지도 모른다며 그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시즌을 상기했을 때, 이야기에 검찰의 위계 시스템과 이해관계가 포함된 것이 사실이었지만, 결론적으로 본다면 개인적인 갈등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의 경우 수사권이라는 담론 자체가 갖는 거시적인 부분은 후반부 사건을 위한, 단순한 발판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검경은 개혁 주체가 아닌, 개혁 대상’이 돼버렸다는 김사현의 대사는, 이후 이어질 수 있는 다음 시즌의 갈등이 정부와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또한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검경의 각자의 방식과 개혁을 좌시하지만 말고, 개혁 대상으로 인지하며 사회적 문제들을 주체적으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종의 교훈적인 측면에서 표현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까지 세곡지구대 일을 지나가는 하나의 사건으로 남겨두지 않는 것처럼, 검경수사권이라는 담론을 기능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출처 - tvN

다음 시즌 


 장르의 옷을 입은 한국 드라마 중 이렇게 다음 시즌을 노골적으로 기약한 작품이 있었던가. 죽다 살아난 서동재의 존재감은 좀 더 확실해졌고, 사직한 강원철의 자율적 수사와 도움의 가능성은 커졌으며, 한조와 관련된 얘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처럼 보인다. 황시목의 원주 발령은 또 다른 사건을 마주할 기회가 된 듯 보이고, 한여진은 뭔가를 증명하겠다는 것처럼 정보국에 남았다. 그리고 우태하는 자신의 검사 자리를 계속해서 사수할 것이다. 이번 시즌이 끝난 지금,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와 갈증은 최고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대감들이 다음 시즌의 출발에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이다. 의도한 다음 시즌이 허락되기 위해서는 이 시리즈의 기존 팬들은 당연하고, 새로운 팬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의 초반에 계속된, 쉽지 않은 담론들로 만들어진 대사의 향연은 기존 팬들의 눈높이를 높이는 동시에 이 시리즈의 장벽을 좀 더 굳건하게 했다. 덕분에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염원하고 있는 다음 시즌의 기약에 대한 수많은 논의의 필요성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태하를 마주한 채 조사를 진행하는 황시목의 대사는 흥미로웠다. 우태하는 “완벽했어.”라며 서동재의 조사를 시작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던 풍경을 열거한다.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던 사건들, 이어서 황시목은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 통제선이 없었을 ‘만약’의 경우부터 시작해 ‘전관예우’를 거쳐 서동재을 언급한 뒤, 납치범의 논리와 다를 바 없는 핑계라 답한다. 이것은 부패한 권력을 꾸짖는 단순하면서도 긴장감을 겸비한 모습이겠지만, 이번 시즌 전부를 복기하는 듯한 대사들을 통해 작품 스스로 일종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절대 근거 없는 태도가 아니었다.


 시청률이 아닌, 작품성의 측면에서 이 시리즈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고, 이 거대한 숲속의 비밀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결말을 두고 제작과 마무리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비밀의 숲>이라는 시리즈이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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