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동력 삼아 응시를 완성하는 연출
<문 앞에 두고 벨x> 2022, 이주영
*작품은 현재 왓챠, 티빙 등을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지호(지우)는 배달 일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구매한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배달하는 그녀의 모습은 열정적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어색해 보인다. 식당과 골목길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는 고된 하루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된 <문 앞에 두고 벨x>를 당시 많은 관객들이 기대했던 이유는 작품을 연출한 이주영이라는 이름과 주인공을 포함한 다양한 배우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비교적 많은 자본이 들어간 듯한 작품이기에 전반적인 완성도 역시 확인하고 싶은 이들이 많았으리라. 그런데 사실 ‘배달’과 ‘여성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상당히 전형적으로 보인다. 난데없는 갈등들을 지나 결국 무기력한 밤을 맞거나, 창작자의 경험과 자기연민에 빠지는 등의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익숙한 배우들에 기댄 익숙한 이야기들 역시 매년 보게 되니 기대와 함께 우려가 생길 만도 하다. 하지만 <문 앞에 두고 벨x>는 익숙한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개성적인 이야기를 완성해낸다.
우선 자전거라는 요소가 그렇다. 영화의 시작에서 지호(지우)는 자전거를 산다. 그리고 그 자전거 판매자를 연기한 사람은 배우 박주희이다. 이전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단편 <자전거 도둑>(2014)의 주인공인 그녀와 자전거를 보는 순간부터, 상당수의 관객은 <문 앞에 두고 벨x>가 다룰 어떤 갈등을 예상하게 된다. 덕분에 화면에서 자전거가 잠시 보이지 않는다거나, 자동차가 불안하게 지호 옆을 지나가는 등 평범해 보이는 선택들로도 긴장감이 조성된다. 그런데 <문 앞에 두고 벨 x>는 그러한 작품 외적 요소에 더해 흥미로운 방식으로 갈등과 서사를 쌓아나간다.
지호는 배달하는 하루 동안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다. 그리고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얼굴은 다양한 작품에서 쌓아온 장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과 지호가 마주하는 상황에서 관객들은 이어질 어떤 갈등을 추측한다. 이는 성별 간, 세대 간,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갈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긴장감만 형성될 뿐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그 불안을 동력 삼아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상당수의 단편이 스스로 만든 설정에 매몰돼 작위적인 갈등에 닿는 것을 상기해보면, <문 앞에 두고 벨x>는 주체적이고 정제된 태도가 돋보인다.
<문 앞에 두고 벨x>의 의도는 지호의 하루를 보편적인 하루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이야기의 끝에서도 특정 사건이나 지호의 감정에 방점을 찍지 않고, 그녀를 가만히 응시하며 마무리된다. 각본 단계부터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문 앞에 두고 벨 X>는 분명 성숙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연출자 이주영의 다른 작품을 또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