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너무 조용하다.
개를 입양하면 첫날은 물론이고, 며칠은 시끄럽게 울고 난리를 치르는 게 보통 아닌가. 그리고 인간과 동물이 서로 적응하기까지 얼마간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필요하기도 하다.
개뿐만 아니다. 사람도 긴장한다.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경험으로 보아도 그렇다. 똥개든 믹스견이든 명문 혈통 있는 개든 종에 상관없이 첫날은 대략 시끄러웠다. 데리고 온날은 각오해야 했다.
동물은 말을 못헌다. 몸을 비비고 끙끙 깽깽 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한편 사람은 혹여 이웃에게 불편을 끼칠까 봐 애면글면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반드시 거치는 절차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조용하던 윗집 아랫집에서 강아지 우는 소리가 나면 적응기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층간 소름과 달리 그냥 참다 보면 시간이 좀 지나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인 것 같다. 심하면 견주는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변에 당분간 불편을 끼칠 각오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데 이 강아지는 첫날부터 도무지 끽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몸짓이나 꼬리의 흔들림으로 봐서 긴장하는 모습은 아닌데... 혹시 벙어리? 나는 결국 샵에 전화를 걸어서 시원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oo 샵이죠? 푸들 입양한 사람이에요... 저기요.. 자꾸 전화해서 미안해요. 여쭈어 볼 게 있어서요. 혹시 이 강아지 목소리 내요?"
"너무 조용해서용. 호호. 그러니까 영 안 울어요..."
"네?? 무슨 내용이신지?"
"그러니까.. 아이참.. 벙어리는 아니죠? 호호."
"그럼요. 아닙니다. 보증합니다 하하."
개가 너무 조용해도 문제가 되는가. 온종일 낑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몇 년을 살았던 집처럼 훑으며 다녔다. 나는 정말이지 로코의 개소리를 단 한 번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어 졌다.
툭툭 어깨를 건드려 보았더니 멈칫하더니 맑은 눈동자로 빤히 쳐다본다. 개는 보통 얼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얼굴을 만졌더니 슷 턱을 쳐들고 손가락을 날름 빤다. 다리를 때리고 별 희한한 행동을 다 해 봐도 소용이 없다. 놀아주는 줄 아는지 꼬리를 친다. 감지덕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밤 10시가 다 되어 방으로 들어가려고 일어섰다. 그때다.
"멍!"
"오 ~ 짓네.. 짓네. 들었지? 들었지? 멍 소리"
우리는 감탄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로코야, 또 해봐"
반복은 없었지만, 우리는 안심하고 침대로 갔다. 그리고 tv를 틀고 마침 개가 나오는 프로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