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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平定)

by 햇쌀

2016년 오늘 터키 이스탄불에서 트로이로 이동하고 있었다.


앙카라에서 저녁 식사하던 중 갑자기 주변이 술렁술렁 동요하기 시작했다.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숙소가 도심 큰길 옆이어서, 밤새 분주하게 이동하는 소방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 소란 속에 깊은 정적이 흘렀다.
TV에서 중계하는 아랍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남의 땅에서 귀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현지 가이드는 터키 총각이었는데, 영어로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폭탄 테러가 난 그 거리를 방금 우리 일행이 지나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전형적인 터키 남자였다. 남성 우월주의가 몸에 밴듯한 무뚝뚝한 성격의 남자였다.
다음날 일찍 그곳을 떠났다.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아잔(Azan, Adhan) 소리가 이슬람 교회 첨탑이 높이 솟아 있는 거리에 매일 5번 울려 퍼졌다. 히잡* 등을 쓰고 다니는 여인네들의 짙은 눈썹과 눈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코와 입을 가리고 있는 천은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다. 숨이 턱턱 막혀왔었다. 해 질 녘 거리엔 주인 잃은 개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종교와 국경이 없는 코로나.
하얗거나 검은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다닌다.



*이슬람 여인의 의상
히잡 - 보통 머리 목 부분을 가리는 의상.
차도르 - 전신을 가리는 의상.
니캅 - 히잡에 더해 눈을 제외한 머리 전체를 가리는 의상.
부르카 - 차도르에 더해 망사같은 창 너머로 눈만 노출이 가능한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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