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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봄

by 햇쌀


지상에는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눈요기하기에 좋은 계절인데..

삶을 살아가는 인간인 난

오늘도 위에 무엇을 넣어야 하나 고민합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시들어가는 딸기가

애처롭습니다

사다 놓고도 제 때를 못 맞추어

군데군데 물렀습니다


매트리스에 가볍게 앉아

오래되어 묵은 때가 끼인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에

물러진 곳을 떼어낸

딸기와 우유를 섞어서

한 숟가락 퍼 넣었는데

떨어져 있는

아들 생각이 나다가

엄마 생각이 나다가

'엄마도

봄에

이러셨겠구나...'

딸기향은 멀리 가고

신 맛만 오래오래 남았습니다


무엇이나 제 철이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입맛 고민 없이 음식이면 모두

착착 입에 감기던

때가 내게도 분명 있었을 텐데...

무엇이든

때가 있고

제 철이 있다는 생각이 밀려와

슬며시 슬퍼지는 봄날입니다

엄마의 입맛 한번 제대로 찾아 준

기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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