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지나 아침저녁
바람은 좀 선선해졌는데,
사찰에 오니 연꽃 축제 열기가
한창이네요.
연화분에서 쉬임 없이 올라오는
꽃봉오리를 보며..
세상의 시름을 잠깐 잊어 봅니다. 바라보는 사람에게 연한 미소라도 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훌륭한 보시가 어디 있을까요.
진흙 속에서 피어나도 때 묻지 않은 미소 전하는 꽃 중의 꽃이지만, 거만하지 않은 자태. 꽃잎을 흔들며 지나치는 실바람에 삶의 발자국을 되돌아보려 해도 까무룩 하게 잊은 듯, 오점 많은 인생인데도 왠지 오늘은 머릿속이 텅 빈 듯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네요.
영산전 옆에 내건 부모님의 하얀 극락왕생 등이 실바람에 한들거립니다. 괴로운 세상사에 위로를 전하는 듯 무겁지 않네요.
카페 '여'에서,
아이스라떼와 우유카스테라로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봅니다. 연꽃 사진과 몇 자 글로 시간의 흔적을 남겨보는 오늘이 더없이 소중한 것을 연꽃 덕분이기도 합니다.
한주를 마무리하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연꽃ㅡ
불이 물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달아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불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 - 연꽃(오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