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는 일을 생각하면, 머릿속에 수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자식을 키우는 일은 진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다. 자식을 키우는 일은 자식의 여린 죽지에 튼실한 근육이 붙기를 기다려 주는 일이다. 스스로 세상을 향해 당차게 날아오르기를 기다려 주는 일이다. 어떤 경험도 내가 대신해 줄 수는 없는 쓸쓸한 일이다.
자식이 어릴 때는 스스로가 본을 보여 주며 따르게 할 수도 있었다. 삶의 옳은 방향이라 생각되는 것을 향해 갈 수 있도록. 하지만 머리가 굵어지면서 그러기도 어렵게 되었다.
옳고 그름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는가를 자주 묻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반추해보면, 삶의 옳고 그름에 대한 경계에 혼돈이 온다. 그 길은 여러 갈래의 고독한 오솔길이었다. 나의 약한 소신과 깊지 못한 견해 탓이다.
자식을 키우는 일을 생각하면 늘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미소가 돌며 흐뭇해지지만, 자식을 키우는 일은 참 쓸쓸한 길이다. 황혼에 양을 몰고 개울을 건너는 일 같은.
양을 몰고 - 박목월
양을 몰고
개울을 건널 일을 생각한다.
그 순하고 어질고
어린것을 몰고
맑은 냇물을 건너는
그것이 나의 생애가 될 순 없지만
평화로운 풍경이여.
악착같은
삶에의 집착과 성의
손마디마다 구둣살이 박히고
발바닥에는 티눈
짓이겨가며 사는 생활의 길에서
나는 양을 몰고
개울을 건널 일을 생각한다
풀빛이 싱싱한 초원으로
나의 기도는 나부끼고
자줏빛 산줄기에
잔잔한 소망이 타오르는
그
어느 호젓한 오솔길로
양을 몰고
개울을 건너는 꿈을 꾼다
설사 그것이
나의 마지막 염원일지라도
누가 탓하랴
인생은 괴로운 것
아름다운 꿈으로만 그것을 짜안고
순하고 어질고
어린것을 몰고
나는 맑게 흐르는 것을 건널 일이
마음에 흐뭇하다.
그것이 나의 생애가 될 순 없지만.
박목월 선생은 몇 번을 생각하며
이 시를 썼을까요.
여기서 양은 자식을 상징합니다.
세상에서 내가 자식 데리고
살아가는 것은
양을 몰고 살아가는 일..
순하고 어질고 어린것을 몰고
맑게 흐르는 것을 건너는 일
아름다운 꿈으로만 그것을 짜안고
괴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일.
하지만
마음 한편이 흐뭇해지는 것은
선생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