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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

by 햇쌀

오늘 우리 동네에서 북한산 능선에 우뚝 솟은 바위를 볼 수 있었다. 가을바람 불어 공기가 맑더니.

대부분 알고 있는 말로 불교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도다. "


이는 남의 찬사에도 비방에도 동요하지 않고 어떤 비바람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간으로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나에겐 요원한 길이다.


지난날은 이 같이 흔들리지 않고 바위처럼 굳건하길 늘 요원하며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 말의 뜻을 나름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바위 같은 마음은 어느 바람이 흔든다 해도 그저 덤덤하라는 의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지혜를 얻는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놓는 법을 잘 알 고 있을 것 같다. 나뭇잎처럼 바람에 적당히 흔들리며, 바위처럼 온몸을 바람에 맡겨 풍화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지 않을까.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삶이 있을까. 바람의 언어가 알려 주는 지혜에 못난 귀를 기울여 본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 불어온 바람이 아무리 세찼어도, 바람은 나무처럼 적당히 흔들리는 법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고 인내하는 법과 더불어.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오늘 가을바람은 알고 있는 듯하다.






바람 소리 ㅡ 박목월



늦게 들어오는 장성한 아이를 근심하는 밤의 바람 소리


댓잎 소리 같은 것에 어버이의 정이 흐느낀다.

자식이 원술까, 그럴 리야


못난 것이 못난 것이

늙을수록 잔정만 붙어서


못난 것이 못난 것이

어버이 구실을 하느라고


귀를 막고 돌아 누울 수 없는 밤에 바람 소리를 듣는다.

적료한 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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