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엄마들과 커피타임을 갖다가도 네다섯 시쯤이 되면 누군가 저녁 메뉴가 뭐냐고 꼭 묻게 된다. 그러면 모두 슬슬 헤어질 때가 됐다는 걸 안다. 그렇게 저녁 메뉴를 공유하면서 준비가 안됬을 때는 같은 저녁장을 볼 때가
있다. 매일 차려지는 밥상이지만 엄마들은 오후가 되면 그날의 메뉴가 고민이 된다. 그럴 때 냉장고 속에 뭐가 남아 있는지 기억이 나면 좋으련만 장을 봐오고 나서야 떡하니 유통기한이 가까운 재료를 보게 된다. 하나 더 준다고 사 오는 게 아니었는데, 항상 남는 재료들은 남는다. 난 두부와 어묵이 그렇다.
여름에는 특히나 그날그날 해결할 수 있게 사야 하는 데 살 때는 다 해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문제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버리러 가야 하는 것도 일인데 왠지 남편과 아이들을 시키긴 멋쩍다. 살림을 못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민망해진다. 그렇다고 뭐라고 하진 않지만 조용히 내가 버린다. 문제가 뭘까. 냉장고 안을 열고 생각하고 있는 데 삐익 삐익 문 닫으라는 소리가 난다.
식단표대로 따라 하는 걸 잘못하니깐 먹은 것을 메모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수증을 붙여도 봤었는 데 다른 공산품도 같이 표시되어 있어서 보기가 불편했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깜박낌빡 하는 것이 늘었다. 음식 메모를 하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어제 뭘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저께나 그끄저께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사람들은 다 기억할까. 나만 기억이 잘 안 나는 걸까.
그래서 나는 특히나 멀티가 안되기 때문에 음식메모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버리는 식재료가 줄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멀티는 안 되더라도 냉장고 문 닫는 걸 잊진 않겠지. 나 같은 사람에게 냉장고에서 문 닫으라는 경고음은 정말 유용하지만 자꾸 들으면
참 그렇다. 걱정이 된다.
엄마, 오늘은 뭐 먹어?
가족들이 물어보면 뭐가 먹고 싶냐고 묻는다. 나는 웬만하면 가족들이 먹고 싶은 메뉴로 상을 차리고 싶다. 그런데 남편은 아이들한테 물어보라고 하고, 큰 아이나 작은아이도 서로에게 물어보라고 미룬다. 그러고 보니 우리 식구들은 딱히 무엇이 먹고 싶다고 말을 하는편이 아니다. 식탐이 없는 건지 귀찮은 건지, 그러면서도 그날의 메뉴를 묻는 건 그냥 묻는 거다.
버릇처럼. 엄마가 부엌에 잘 있구나 하는 안심 같은 것 같다. 유일하게 얘기하는 건 카레를 밥과 따로 달라고 하거나 고기를 바싹 익히지 말아 달라는 정도다. 사실 난 카레는 늘 밥 위에서 바로 비벼 먹었고 고기는 무조건 바싹 구워 먹었었다. 그 정도, 가족이래도 조금은 다른 취향들을 가지고 있긴 하다.
오늘은 크림 스파게티야.
디저트는 호두파이
집에 오면서 크림 스파게티 재료를 사 왔다. 크림 스파게티는 둘째 아이가 좋아했다. 큰아이는 토마토 스파게티를 더 좋아했다. 그래서 예전엔 두 가지를 모두 만들어 주었었는 데 돌이켜 보면 아이들 입맛에 너무 맞혀준 것 같다. 나의 수고로움은 차치하고 아이들 버릇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이제는 한 종류로만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입맛이 비슷해져 가고 지금은 해 주는 대로 잘 먹는다. 크림 스파게티를 먹을 때 피클이 있어야 해서 급하게 오이피클도 만들었다.
오이피클은 데친 오이에 생수와 식초와 설탕으로 촛물을 만든 후에 피클링 스파이스라는 향신료를 조금 넣어주면 된다.
크림 스파게티를 할 때 생크림이 들어가는 데 생크림 한통이 두 번 쓸 수 있는 양이다. 나는 호두파이에도 생크림을 넣기 때문에 크림 스파게티를 만들 때 종종 호두파이도 만든다.
간단 레시피 - 크림 스파게티
1. 스파게티를 8분 정도 삶아 건져 놓는다
2. 채 썰 베이컨과 양파와 손질한 느타리버섯을 순서대로 볶다가 생크림 한 컵과 우유 한 컵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서 졸여지면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간단 레시피-호두파이
1. 박력분 한 컵에 실온에 두어 말랑해진 버터 두 스푼 정도와 소금 한 꼬집 정도를 넣고 반죽을 해서 30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킨다.
2. 반죽을 밀대로 파이 틀보다 조금 크게 밀어서 예쁘게 덮고 예열된 오븐에서 170도로 12분 정도 구워놓는다. 이때 잘게 부순 호두 한 컵을 같이 구워준다.
3. 구워진 파이 틀에 구운 호두를 깔고 호두파이 필링을 넘치지 않게 붓는다.
4. 나의 필링 레시피는 달걀 두 개를 풀고 흑설탕 두 스푼을 녹이고 생크림과 꿀을 약간 섞어 필을 완성한다.
5. 호두와 필링이 잘 버무려지게 한 다음 170도에서 12분 더 구우면 된다.
크림 스파게티와 시원하게 맥주도 한잔 하는 오후다.
맛있게 먹고 힘나는 주말이 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