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의 별식은 스끼야끼였다. 생일날이나 특별한 날이면 엄마가 만들어주신 스끼야끼가 참 맛있었다. 결혼하고 몇 번 해서 먹기는 했지만 맛이 잘 나지 않아서 만들어 먹지 못한 지가 한참 되었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없던 입맛이 돌아왔는지 엄마의 스끼야끼가 너무 먹고 싶어 졌다. 엄마가 재활 때문에 장기 입원을 하셔서 지금 당장은 엄마의 스끼야끼를 먹을 순 없다.
만드는 방법은 알지만 엄마에게 전화로 여쭤봤다. 거동이 불편해져 입원을 하시고 난 후 엄마는 약간 우울감도 보이시기에 여쭤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전화기 너머로 엄마가 설명하시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레시피를 하나하나 알려주시는 데 여쭤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음식이 먹고 싶다는 것을 들으시고 알려주시는 순간은 우울감이 잠깐은 사라졌을것 같다. 고기는 먼저 볶아야 한다, 잘해 먹었느냐 몇 번의 전화가 오는 걸 보면서 가끔 엄마에게 요리를 물어봐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엄마의 의기소침해지심을 덜 할 수 있겠다 싶다. 만들다가 엄마의 재료 중에 몇 가지를 빠드렸다. 없는데 굳이 사러 나가기도 번거로워 빼고 했다.
스끼야끼네
식탁 위의 재료를 보고 남편이 단번에 알아차린다. 스끼야끼는 남편도 엄마가 해주셔서 결혼하고 처음 먹어봤다고 했었다. 나도 한두 번 해줬지만 아주 오래 전의 일이라 재료만 보고 알아차린다는 게 놀라웠다
엄마, 오늘 메뉴가 뭐야?
스끼야끼라고 일본식 불고기 전골 같은 거야
아이들에게 스끼야끼는 낯선 음식이다. 스끼야끼는 우리 불고기 전골과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스끼야끼가 국물이 자작하게 적고 재료들이 볶거나 구워서 끓여진다는 것이다. '야끼'라는 뜻은 '굽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불고기 전골이 맑고 개운한 쪽이라면 스끼야끼는 진득하고 달짝지끈한 맛이다. 그리고 건져서 달걀노른자에 찍어 먹는다는 것이 다르다. 엄마 말씀이 스끼야끼는 달아야 맛있다고 강조하시는 것을 보면 달달함이 중요한 것 같다. 냄비에 덜어서 가져가려고 하니 남편이 바로 불위에서 끓여 먹어야 한다고 해서 브루스타를 꺼냈다. 오호 오늘은 제대로 끓여 먹겠다. 끓는다. 자 먹어봐. 아이들에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한입 먹어보는 데 맛있다.
아, 달걀노른자에 찍어먹는 고소함이란. 엄마의 스끼야끼와 아주 조금 비슷하다. 속으로 뿌듯해하는데 남편이 첫마디를 던진다.
어?곤약이 없잖아?
곤약? 그래 엄마가 다시 전화해서 곤약과 당근은 꼭 넣어라고 알려줬지만 귀찮아서 넣지 않은 재료다.
스끼야끼는 곤약이지!
남편은 기억하고 있었다. 존뜩쫀득하게 씹히는 나뭇잎 모양으로 넣어있던 곤약. 그제야 기억이 났다. 왜 스끼야끼가 별식이었는지 자주 해 먹지 못했는지. 손이 많이 간다. 엄마는 늘 재료 준비를 하시면서 사온 곤약을 두부처럼 썰어서 가운데 칼집을 주어 한 바퀴 휘 돌려 예쁜 곤약모양을 만드셨었다. 전통과자 타래과 모양으로 만들면 된다. 그 곤약들을 식초 물에 데쳐놓고, 당면을 불리고, 고기는 양념해놓고, 당근도 데쳐놓고, 두부는 기름에 구워 놓으셨었다. 가장 먼저 해놓으셨던 예쁜 모양 곤약을 빼먹었으니. 그 쫀득함을 놓쳐버려 미안했다. 남편이 소주도 사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곤약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엄마 말씀이 꼭 달걀노른자에 간장을 한 방울 떨어뜨려 찍어먹으라고 하셨다. 달걀흰자가 섞인 것보다 훨씬 고소하다 하셨다. 역시나 달걀노른자에 찍어먹는 이맛이 그리웠었다. 내가 왜 스끼야끼를 잘 만들어 먹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생달걀을 쓴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날달걀을 좋아하는 남편이었지만 꼭 익혀주려고 했었다. 달걀 프라이도 익혀야 맘이 놓었다. 정보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소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름엔 여름이라서 안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날달걀을 피했었는데 오늘 이 노른자에 찍어 먹는 맛은. 정말 맛있었다. 그래도 달걀은 특별히 산란일자가 하루 된 걸로 사 왔다. 이 정도면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우리의 불고기 전골과 샤부샤부의 중간이 스끼야끼같다.이건 나의 생각이고 레시피도 엄마가 해주던 거라서 각 집마다 방법과 재료들이 조금 다르고 느낌도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각자의 입맛에 적절히 가미해서 맛있으면 된다. 남편은 달걀노른자는 양이 너무 작다고 흰자까지 풀어서 찍어 먹고 나는 노른자만 찍어 먹는다. 내가 많이 사 왔으니 몇 개쯤은 노른자로 맛있게 먹어도 된다.
사실 노른자에 찍어 먹는 것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언니가 노른자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리 둘째 아들도 그렇다. 맛있게 한 개면 된다고 자기는 노른자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맛있다고 말해줬다. 첫째 아들은 입맛에 잘 맞는지 맛있다고 잘 먹는다. 샤부샤부처럼 먹고 나서 신김치를 넣고 밥을 볶아 먹으면 끝이다. 야채랑 버섯을 며칠 치는 먹은 것 같다. 저 많은 달걀흰자는 어쩌냐고 묻는 남편 때문에 디저트로 인절미 마카롱을 만들었다. 마카롱은 또 흰자니깐. 맛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간단 레시피-스끼야끼
재료: 소고기 샤부샤부용이나 불고기용. 곤약, 당근, 버섯(팽이, 표고, 느타리 등) 숙주, 청경채(있는 야채), 대파, 부침용 두부, 양배추나 배추(엄마는 양배추, 나는 배추) 육수물(물 500리터에 진간장 반 컵 +설탕 반 컵 +다시마 몇 장+청주 반 컵(나는 미림을 넣어서 설탕은 반만)
1. 곤약은 가운데를 일자로 칼집을 내서 양쪽을 안쪽으로 넣어서 빼서 모양을 만들어놓고 식초 물에 살짝 데쳐 건져 놓는다.
타래과 모양2. 당근도 살짝 데쳐 놓고 나머지 재료들은 씻어 준비해놓는다.
3, 불고기는 차돌박이면 그냥 넣고 불고기감이면 불고기 양념을 살짝 재서 구워 놓는다.
3. 두부는 기름에 붙여서 모양을 잡아 놓는다.
4. 냄비에 재료를 올려 자작하게 끓인다. 가운데로 모이는 국물을 얹혀주면서 졸인다
5. 달걀노른자에 진간장 한 방울 넣고 풀어서 고기와 야채를 찍어서 먹는다.
간단 레시피 - 인절미 마카롱
1. 달걀흰자 두 개 분량에 설탕 60그램을 세 번으로 나눠 머랭을 만든다.
2. 만든 머랭에 채친 아몬드가루와 슈가파우더 90그램을 살살 섞어 마카로나주를 해준다.(마카로나주는 반죽을 주르륵~ 정도의 농도로 만들어 주는것)
3. 상온에서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건조 후, 150도에서 12분 정도 구워 꼬그를 만든다.
4. 앙글레즈 버터 한 컵에 인절미 가루 3~4스푼 섞어서 휘핑한다.
5. 꼬끄에 필링을 얹고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시킨다. 인절미 마카롱에 커피를 곁들여 맛있게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