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쓰는 말을 보면 성격이 보인다

우리는 어떤 말을 자주 썼을까

by 리시안


어머니의 기도



깊은 밤 끝에 매달린 소원 하나

작은 바람에도 흔들려

무릎 꿇은 어머니의 목소리 떨려올 때면

차마 지나가지 못해

달은 온몸으로 불을 밝히어

고개 숙인 어머니를 비춘다


떨리는 어머니의 어깨 위로

모아진 두 손 위로

달빛 한 줌 쏟아지면

아이를 위한 기도는

고운 바람빛 되고

까만 하늘에 닿아 별이 된다

오늘 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은연중에 우리는 같은 말을 반복할 때가 종종 있다. 했던 말을 다시 할 때도 있다. 그러다 전에 말했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말했었나 싶은 생각이 들면 움찔해질 때도 있다. 뭐 그렇게까지 반응을 할까 싶지만 요즘엔 웬만하면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의식하고 있다. 우선은 깜박한다는 느낌도 별로였고 듣고 있는 상대를 위해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해서 말하는 그 심리는 무엇일까. 아마도 짧은 시간 안에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서인 것 같다. 당장 나누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다음에 말해도 되는 이야기들을 마치 그 시간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쏟아내고야 만다. 우습게도 친함의 확인처럼 묻지 않는 나의 안부까지 전할 때가 있다. 그러다 요즘 드는 생각은 어쩌면 상대방을 위해 전하는 구구절절한 말들이 나 자신이 편하자고 하는 것이지 않았을까라는 것이다. 상대방은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었어야 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말을 매번 선택적으로 한다는 것이 성격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도 말을 잘하기는 어렵다.


그 많은 말들에는 나도 모르게 쓰는 반복적인 말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말을 자주 쓰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보기로 했다. 나는 무슨 말을 자주 썼을까. '.. 같다.'라는 말이 많다. '..이다.'라는 말은 확연히 적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같다'라는 말에는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그 말에는 '정확하지 않을지 몰라'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다. 성격적으로 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활자로 눈에 익힌 게 아니면 내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대화에서도 나는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한다. 나를 보면 말이 성격을 나타낸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괜찮아.

이 말은 둘째 아들이 제일 많이 쓰는 말이다. 뭐 먹을래? 어디 갈까? 하물며 뭐 사줄까?라는 말에도 "괜찮아."라고 대답한다. 아니야, 응. 도 있지만 '괜찮아'를 젤 많이 쓴다. '괜찮아'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진짜 괜찮아서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혹시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묻지 말라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아들의 말은 노 땡큐이니 필요하면 말하겠다는 의미였다. 둘째 아들이 너무 독립적이고 자기 세계와 생각도 강해서 걱정이 된다.

문 앞에 close 팻말이 걸리면 게임 중이라는 뜻이라 가족들 모두 방문을 열지 않는다. 둘째 아들을 존중해주기로 해서 허용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점점 말들이 짧아져서 고민이다. 중3이라 크면서 바뀔까 싶다가도 스물두 살이 된 형을 보면 꼭 사춘기 중학생이라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엄마, 괜찮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저 말은 첫째 아들이 제일 많이 쓰는 말이다. 형제가 같은 말을 참 다르게 쓴다.

첫째 아들은 쫓아다니면서 물을 때도 있다. '괜찮을까?'라고 물으면 난 괜찮다고 말하면 된다. 첫째 아들은 생각이 많은 아이다. 자기의 행동에 의미를 붙이고 사람들의 반응에 민감하다. 절대 남한테 싫은 소리도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가 힘들 수 있는 성격이다. 나중에 첫째 아들의 와이프는 괜찮다고 잘 말해주는 아이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들을 완전히 이해하던지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던지. 냉철하고 감정을 얹지 말아야 하는 직업을 가질 첫째 아들이기에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는 필요하다. 어려운 공부를 하면서 넘겨야 할 많은 상황들에서 강해질 필요가 있다. 매 순간 '괜찮을까?'보다 스스로를 위해 '괜찮아!'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한배에 나와서 성격이 이렇게 다를까.




개강을 앞두고 첫째 아들이 자기 방을 말끔히 치운 걸 보고 형방이 왜 그렇게 깨끗해졌냐고 둘째 아들이 물었다. 자기 방도 치워달라고 했다. 평소에 뭘 해달라고 그렇게 빨리 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 바닥에 쌓여있는 책들을 꽂을 작은 책장을 주문할 생각이다. 사실 첫째 아들 성격에는 책들을 바닥에 둔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둘째 아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나 역시 봐도 모른척했다. 언젠가 프린트들이 하도 어지렵혀있어 한 곳에 챙겨놓았다가 한소리를 들었다. 자기가 알 수 있도록 잘 둔 거였다고. 그 뒤로 작은 아들 물건은 건들지 않았다. 그래도 치워 달라고 하니 소리가 반갑다.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왔었지만 꾹 참았었다. 둘째 아이방은 마치 피시방을 옮겨 놓은 듯하다. 온갖 장비가 다 있다. 청소해달라고 했으니 이참에 아이의 방 한쪽에 공부하는 공간이라도 만들어줘야겠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도 어찌할까 우리 둘째 아들은 첫째 아들과 다르니. 다만 둘째 아들에게 형의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겨서 공부도 걱정하는 둘째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엄마인 나는 '괜찮을까?'와 '괜찮아!'의 어디쯤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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