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망설이고 있다면

장 자크 루소- 에밀 중에서

by 동화작가 몽글몽글


지인의 두 번째 결혼식에 다녀왔다. 첫 번째 결혼식에도 물론 다녀왔다. 생각보다 이른 재혼 소식에 그간의 괴로움과 고뇌를 알기에 축하를 먼저 건넸다. 약간의 의아함은 그렇게 힘들었다면 시간이 더 오래 필요할 줄 알았고 어렵게 혼자가 된 만큼 지금을 더 편안해하고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결혼을 결심하며 반대로 왜 결혼을 망설이는 걸까?


에밀은 장 자크 루소가 쓴 양육과 육아에 관한 대표적인 교육서이기도 하면서 인간에 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자신들의 자녀를 돌보지 않았고 양육원 등에 보낸 사실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가 생각한 교육의 이상향 정도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루소가 설정한 가상의 인물 에밀은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유아기와 아동기, 소년기, 청년기의 교육과 성장을 거쳐 드디어 결혼을 할 나이에 이르게 되었다.


-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은, 양자가 같은 점은 모두가 한 종에 속한다는 것, 다른 점은 모두 성의 특징과 관계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우리는 양자 사이에 실제로 많은 유사와 차이를 발견한다. 이와 같이 두 존재를 매우 다르게 조립하면서 그것들을 매우 비슷한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자연의 가장 큰 경이의 하나이리라.


-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상태가 있다면 자신의 아내를 믿지 못하고 더없이 부드러운 마음의 움직임에도 몸을 맡길 수 없는 가련한 남편, 자기의 아이를 안고 있으면서도 타인의 아이(자신의 친자식의 재산을 빼앗는 자)를 안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하는 의혹을 품고 있는 불행한 아버지의 상태가 그것이다.


-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인내와 친절이 그리고 어떤 일에도 좌절하지 않는 열의와 애정이 필요하다. 여성은 아이와 그 아버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만이 아버지에게 아이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하며 그 아이를 내 아이라고 부를 수 있는 확신을 부여한다.


-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지는 사랑을 떠나서 국가에 대한 헌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인가? 작은 조국(그것은 가정인데)에 대한 애착 없이도 큰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생겨날 수 있단 말인가? 좋은 아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루소는 다른 저서에서도 가정의 단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작은 조국으로서 가정이 행복할 때 구성원으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하리라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가정을 이루는 출발점으로 중요했으며 루소가 살았던 18세가 프랑스는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놀라울 정도로 동시대 조선의 모습과 닿아있다. 더 많은 인내와 희생을 강조하는 여성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장 자크 루소는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삼고 있는 여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능력이 있다고도 보았다.


- 그러나 덕이 있고 현명하고 매력적인 여성, 다시 말해 사랑과 존경심을 겸비한 여성은 한마디의 명령으로 자기의 연인을 이 세상의 끝으로도 보낼 수 있고 전쟁터로도 영광의 길로도 보낼 수 있으며 심지어 죽음으로도 보낼 수 있다. 이런 지배력은 참으로 훌륭한 권위로서 손에 넣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잘 자란 에밀 앞에 그만큼 잘 자란 소피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에밀은 이 두 사람의 결혼이 이루어지기 전 그들의 성장에 대해 생각하고 결혼에 대한 고찰을 이어간다.


- 결혼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은 많은 점에서 두 사람 사이의 일치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그 모든 점에서 일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남편과 아내는 각기 상대를 선택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최초의 결속이어야 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눈과 가슴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결혼하게 되면 그들의 첫 번째 의무는 서로 사랑하는 일이다.


- 그는 지위, 돈과 같은 서로 다른 것들 사이의 균형을 서로 보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각기 상대에게 가치를 더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로 인해 가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양자의 공통 평가에 대해 동의할 수 없으며 또 각자가 자기의 환경에 대해 느끼는 우월감은 때때로 두 집안 사이의 불화와 부부 사이의 불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 사람들은 인생은 짧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인생을 짧게 만들고 있음을 알고 있다.

- 사랑은 믿을 수 없는 것임에 반해 존경은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존경심이 없이는 사랑은 결코 참된 마음속에 존재할 수 없다.


- 이것이 인생의 변천이다. 각 시기는 그 시기의 원동력에 의해 지배되지만 인간은 항상 변함이 없는 것이다. 10대에는 과자에 끌리고 20대에는 애인에게, 30대에는 쾌락에, 40대에는 야망에, 50대에는 재물에 이끌린다.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옮겨가고 있는 당신의 청년으로 하여금 지나가 버린 것들을 경멸하지 않게 하라.


20대의 에밀과 소피는 그 시기의 원동력에 의해 서로에게 끌렸지만 헤어짐을 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두 사람의 마음이 변함이 없다면 그때가 바로 결혼을 해야 하는 때이다.


- 당신은 그녀를 무관심하게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를 떠날 때에는 반드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우리의 욕망은 한이 없고 우리의 힘은 의해 결혼하도록 유도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 행복이라는 것이 어디 쉽게 오는가? 에밀과 소피 앞에는 수많은 굴곡이 기다리고 있다. 루소는 그게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두 사람은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조언한다.


- 행복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행복을 찾지만 행복을 발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행복을 찾으며 일생을 보내지만 행복을 손에 넣기 전에 죽고 만다. 현자는 우리보다 적은 것을 욕구하므로 우리보다 그만큼 부유하고 힘이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봄이 오면 눈이 녹을 것이고 결혼 생활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모든 계절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 나는 만일 연애의 행복이 결혼 생활에서도 지속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지상에서 낙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 끈은 지나치게 세게 잡아당기면 끊어져 버린다. 이런 일은 결혼의 결합이 지나치게 큰 힘을 받는 경우에도 일어난다.


- 행복한, 그러나 정중한 연인이 돼라. 모든 것을 사랑으로부터 얻고 의무로부터는 아무것도 얻지 말라. 아무리 사소한 애정이라도 너의 권리로서 받아들이지 말고 은혜로서 받아들이라.


- 만일 지상에 행복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가정에서 그것을 찾아야 한다.




지상에서의 행복은 있다면 가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사소한 애정이라도 권리라 여기지 말라 했는데, 오늘 나는 그를 얼마나 세게 당기거나 느슨하게 풀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이제까지 결코 없었던 연애의 행복이 나의 결혼에서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결혼을 선택하는 우리는 무모한 걸까, 용감한 걸까?


미루면 좋은 것들로 오늘 밤의 야식과 장바구니의 결제 외에도 결혼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정답은 어디에도 없는데 나는 결혼을 했고 지인은 두 번이나 그 길을 가고자 한다. 어쩌면 선택은 망설임이 끝나서가 아니라 망설임 중에 더 많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한 입 베어 물고 마는 야식처럼, 기어이 결제 버튼을 누르고 나서 기쁘게 택배를 기다리는 그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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