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위한 나의 기도는 유용한가

단테- 신곡(연옥) 중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위해 머무르는 곳, 연옥. 단테는 연옥을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가지 못한 자들이 수십 년, 수백 년을 머무르며 죄를 씻거나 정화하는 곳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옥, 연옥, 천국 모두 저승에서 바라보는 이승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면에서는 같지만 유난히 연옥 편이 와닿았던 이유는 연옥에는 이승에 남은 사람들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던 영화 <코코>의 한 장면처럼. 코코에서 주인공 미구엘의 곁을 따라다니던 개 이름이 ‘단테’ 였다는 것은 우연은 아닐 듯.


- 이제 나는 인간의 영혼이 깨끗이 씻겨 하늘로 오르기에 합당하게 되는 저 둘째 왕국을 노래하련다.

- 하늘의 뱃사공은 뱃머리에서 서 있었으니 축복이 온몸에 새겨져 있는 것 같았고 수많은 영혼들이 그 안에 앉아 있었다.

- 인간들이여,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라.

- 사실 성스러운 교회에서 쫓겨난 채 죽은 자는 막바지에 뉘우치더라고 오만하게 보낸 시간의 30배 기간 동안 이 절벽의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만약 훌륭한 기도로써 그런 법령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말이오.


단테는 지옥뿐 아니라 연옥, 천국도 꽤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지옥은 끝없는 나락으로 깊숙이 표현된 반면, 연옥은 가파른 산허리를 올라와 일종의 선반처럼 평평하게 생긴 곳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이승에서 범한 자신의 죄를 씻고 있다.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죄는 주로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방탕 등이다.


- 이 산은 아래의 시작 부분은 아주 험하지만 위로 오를수록 덜 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위로 오르기가 한결 가벼워져 마치 물결을 따라 배를 타고 가듯이 이 산이 아주 기분 좋게 느껴질 때면 너는 이 길의 끝에 도달할 것이고 그곳에 고달픔의 휴식이 기다리니 더 말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 네가 잘 기억하고 분별해 본다면 너는 깃털 담요 위에 누워서도 불편하여 몸을 뒤척이며 고통을 막아 보려는 병든 여인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 그는 자기보다 나은 가지들을 낳았지요.

- 그들은 등에다 많거나 적게 짊어짐에 따라 많거나 적게 웅크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인내심 많은 사람도 울면서 ‘더 이상 못하겠다’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 나는 울베르토인데 교만은 단지 나에게만 피해를 주지 않고 나의 모든 일가들을 함께 불행 속으로 몰아넣었답니다.

- 나는 여기 이 짐을 져야 하니, 산 자들에게 하지 않은 것을 죽은 자들에게 하고 있소.

- 아, 그 입구는 얼마나 다른지! 저 아래는 무서운 통곡인데 이곳에서는 노래와 함께 들어가노라.

- 말하라, 간단하고 핵심 있게.

- 만약 피에로 페티나이요가 자비로 나를 불쌍히 여겨 자신의 거룩한 기도에서 나를 기억해 주지 않았더라면 참회를 통하여 갚아야 할 나의 빚을 아직 조금도 줄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연옥에서의 수많은 이는 이승에서의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해 주고 진심으로 기도해 준다면 그 죄의 기간이 단축되기도 한다. 그러니 연옥의 영혼들은 자신의 죄를 돌아보며 이승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 부당하게 큰 재물을 소유하는 것보다 가난하지만 차라리 덕성을 원했구나.

- 오, 탐욕이여, 너에게 사로잡힌 내 핏줄이 자신의 살붙이도 돌보지 않는 마당에 너는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나는 5백 년 넘게 이 고통 속에 엎드려 있다가 이제야 더 좋은 문턱에 대한 자유로운 의지를 느끼게 되었답니다.

- 어느덧 천사는 우리의 뒤에 남았는데 내 얼굴에서 죄 하나를 지워 주었고 우리를 여섯째 둘레로 인도한 천사였다.

- 덕성에 불붙은 사람은 자기 불꽃을 밖으로 드러내면 언제나 다른 것을 불붙게 하는 법이지.

- 그대는 열심히 노력하여 그토록 많은 지혜로 가득하였는데 어떻게 그대 품 안에 탐욕이 자리 잡을 수 있었소?

- 그때서야 내 손들이 너무 활개를 펴고 낭비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나는 다른 죄들과 마찬가지로 그 죄를 뉘우쳤지요.

- 울면서 노래하는 이 사람들은 모두 지나치게 목구멍의 즐거움을 좇았기에 여기서 배고픔과 갈증으로 깨끗해지지.

- 그 미지근함으로 인하여 넷째 둘레에서 나는 4백 년 이상 동안 벌을 받았습니다.

- 어린 새를 뒤쫓느라 자신의 인생을 잃는 사람이 으레 그렇듯 내 눈이 푸른 잎사귀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동안 아버지보다 더한 분이 말했다.

- 그분은 ‘영혼들이 아마 죄의 매듭을 풀며 가는 모양이다’라고 하셨다. 생각에 잠긴 순례자들이 길을 가다가 낯선 사람들을 따라잡으면 걸음을 멈추지도 않은 채 그들을 돌아보듯이.


서서히 자신의 죄를 씻어 가는 사람들은 비록 야위었더라도 가벼운 영혼으로 단테의 곁을 지나간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지옥과 천당으로 가는지에 대해서도 단테는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 지체 없이, 영혼은 놀랍게도 자기 스스로 두 강가들 중의 하나에 떨어지는데 거기에서 비로소 자기 길을 알게 된다.


결국 죽어보아야 아는 일이다. 내가 어느 곳으로 갈지는. 이승의 사람과 연옥의 사람이 다른 점은 바로 그림자였다. 단테에게 그림자가 있음을 안 영혼들은 의아하게 그를 쳐다본다.


- 그 새로운 형체는 영혼을 따라다니지. 그것은 공기로 겉모습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림자라 부르는데 거기에서 심지어는 시각까지 모든 감각 기관을 형성하고 그러므로 우리는 말하고 웃기도 하며 그러므로 네가 산에서 들은 것처럼 우리는 눈물도 짓고 한숨도 쉰단다.

- 저자는 가짜 육신처럼 보이지 않아.

- 그대는 마치 아직 죽음의 그물 속에 들어가지 않은 듯이 어떻게 태양을 가로막을 수 있는지 말해 주시오.

단테에게서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을 여행 중이라는 말을 들은 영혼들은 진심으로 그를 부러워한다.


- 보다 나은 죽음을 위해 이 우리의 구역들을 체험하는 그대는 행복하오.

- 나를 위해 주기도문 한번 말해 주오. 우리가 더 이상 죄를 지을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만.

- 나는 아르노, 노래하며 울고 가는 중이오. 지나간 어리석음을 슬프게 되돌아보고 내가 바라는 앞날을 즐겁게 기다린다오. 이 계단 꼭대기까지 그대를 인도하는 덕성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바라건대 이따금 나의 아픔을 기억해 주오!

- 새날의 햇살을 눈에 부드럽게 가려 주는 신선하고 우거진 성스러운 숲 속과 그 주위를 돌아보고 싶은 욕망에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암벽을 떠났고 사방으로 향기를 내뿜는 흙을 밟으며 들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갔다.


드디어 천국의 입구에 선 단테는 죽음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자신의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연옥에서 만난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 그대는 내가 말한 이 말을 그대로 잘 기억하여 죽음을 향한 달리기에 불과한 삶을 살아가는 산 사람들에게 전하시오.

- 만약 그대가 기억할 수 없다면 그대가 오늘 레테의 강물을 마셨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인식하지 못하는 다른 세상의 누군가의 기도와 축복으로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도 나를 비켜 간 수많은 위험과 불행들은 다른 이가 나를 위해 한 기도와 축복 덕분은 아니었을까?

대충 행복하기도 힘든 보잘것없는 나지만 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 기도 한 구절이 다른 누군가를 위험에서 구하기도 하고 무탈하게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보다 나은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잘 버텨내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뒷일은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러면 영혼이 알아서, 지체 없이, 정확하게 두 강가들 중 하나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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