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여선

0번.

판을 벌리다

by 여선

고등학교 때 어떤 일이 있어서 소설 하나를 써본 것을 계기로 해서 글쓰기에는 계속 관심이 있었다. 별로 의미는 없었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순간순간의 감정에 치중한 글쓰기를 해왔다. 그러다 4년 전부터, A4 한 장 분량으로 글을 써보는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게 재밌었다. 노트에 미친 듯이 휘갈겨 쓰고, 그것을 컴퓨터 타자로 정리하면서 저장을 해두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그것들을 보면서 아, 나는 이 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말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시간은 급행도 서행도 아니지만, 정말 무섭도록 한결같은 속도로 흘러가 어느덧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는 새 하루에 글 하나 라는 마음은 희석되었고, 옛날의 미친 듯이 글 쓰던 기억에 취해있었으며, 쓰는 글의 대부분은 대학교의 성적을 위한 것이던,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문득 누군가가 말을 해주었다. 이곳 브런치에서 작가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너 글 쓰는 거 좋아하니까 해보라고. 그렇게 나는 이곳에 옛날에 쓴 글을 덧붙여서 작가 신청 심사를 하게 되었고, 하루 뒤에 합격 통보가 왔다. 정말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무서웠다.


브런치에 있는 작가님들은 스페셜리스트들이 많았다. IT 전문가들도 계시고, 여행기를 쓰셨던 분도 계시고, 맛집이나 음식에 대해서 박사인 분들도 많으시고, 심지어 연예인이나 배우들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그런 작가님들에 비하면 내가 보여줄 것이라고는 글자밖에 없는, 글자뿐인 텍스트 컨텐츠뿐이다. 예쁜 사진도, 아름다운 문체도 없는 투박한 옛날 글을 시험 삼아 브런치에 올려놓고 직접 스마트폰을 이용해 봤는데 글의 수준은 고사하고 가독성마저 떨어진다. 요약하자면, 특출할 것 없는 작가가 가독성 떨어지는 텍스트 컨텐츠로 오히려 독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는게 내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뻔뻔하게, 이렇게 글을 써보고자 한다. 쓰고 쓰면서, 이 글이 누군가의, 혹은 누군가와의 이야기할 수 있는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게 소망이다. 그 씨앗에서 싹이 트고 열매를 맺고, 더 많은 씨앗이 뿌려지고...그러면서 우리는 더욱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함으로서 더욱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리고 미숙한 졸필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많은 것을 배우고 가르침 받기를 바랄 뿐이다.


기왕 이렇게 판 벌린거, 뻔뻔하게 끝까지 가봐야겠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20150910

명륜동에서, 여선 송승민 엎드려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