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여선

2016-5호를 열며

by 여선

그러니까 내 생각은 말이지, 자네가 대학교를 다닌 이 10년 동안, 자네의 무언가가 안 좋은 방향으로 분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얘기인 거야. / 네. / 그러니까 자네...여선이라는 알고리즘에 있는 버그를 잡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다. / 네, 알겠습니다. / 난 자네가 정말 뛰어난 인재라고 믿고 있네. / 과찬이에요. / 아냐, 진짜야. 그것을 잘 못살려서 그 빛이 드러냈다 안 드러냈다, 그런 미광(微光)으로 드러나니 아쉽다는 거지. / 그렇군요.


교수님 사무실을 나오면서, 중앙 도서관으로 걸어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뭐, 풀벌레 성님이 항상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을 빌어 ‘삶은 고통이다’라고 하신 것이 떠올랐다. 정말로 이 대학교 생활 10년간이 고통의 연속이었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 아닐까. 거기다가 분명히, 미광 같이 행복했던 순간들도 몇 번 있었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내가 원하는 글도 쓴 바 있고, 내 곁에 소중한 사람도 현재진행형으로 있다.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영감님의 말씀이 틀린건 아닐까.

만약 틀렸다고 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해야 할 것인가.

내 10년을, 다시 한번쯤 돌아봐야 할 필요가 생긴 것 같다.

최근의 모든 우울함과 무기력감을 그냥 금연 탓이라고 돌리고 싶은 나날들이다.

버텨줄 수 있겠니, 여선아.


20160505

원당에서

여선.


p.s. 글의 서두에 있는 대화는 왜곡된 게 좀 있습니다. 큰 틀은 저런 이야기가 맞는데, 세부적인 표현은 틀립니다. 원래는 텔레비전의 노이즈 효과를 글로 써보면 어떨까 했는데, 막상 저렇게 적어놓고 보니 기억나는 것도 적고, 쓰려는 양도 적네요. 나중에 다시 시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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