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여선

욕설주의. 본문에 욕설 많아요

4월 둘째글. 마지막글.

by 여선

그렇네요. 형님, 저 오늘 한잔 했습니다. 알잖아요, 저 정말 술 안마시는거. 차라리 술 마시느니 담배를 피거나 피방 가거나...그렇게 혼자 푸는 성격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정말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그래서 한잔 했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술주정입니다. 아시겠죠? 술주정. 한낱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단 말입니다. 새겨듣지 마세요. 새 깃털에 스치는 바람마냥 넘어가 주세요.



형님, 저는 속이 너무나 좁습니다. 저는 10년전의 과거에 아직도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 때, 저에게 말 한마디 해줬더라면, 그런 생각만 하고 있단 말입니다 요새. 뭔 소리냐면 말이죠, 죽을거 같습니다 형님. 아 글쎄 옛날 고3시절에 아예 ‘얘는 선생 만들어야겠다’ 하고 엄마가 저를 점찍었다지 뭡니까? 그럼 씨발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저는 옛날부터 신부님이 되고 싶었다 소원했었는데. 옛날도 아니죠. 고 1때였으니까. 아냐아냐. 분명히 기억난다. 중학교 2학년 때에요. 그래요 지금식 표현으로 중2병 걸렸을 그 시절이란 말입니다. 그 타이밍에 그렇게 소망하고, 부모님과 약속을 했어요. 고려대 들어갈 성적이면 가톨릭대 보내준다고, 서품 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나는 그래 그걸 철석같이 믿었단 말입니다 행님. 그런데 결과는 20점 정도 모자라서 성균관대 한문교육과에 왔소. 그러고 병신같이 하루이틀 살다 휴학하고 군대 갔다오고 원치않게 학교 쉬었다 다시 와서 나름대로 연명하고,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이제야, 어머니께서, 모친이란 작자가 그 얘기를 하는거였소. 억장이 무너지고 엄마에게 소리소리 지르다가 눈물이 넘쳤단 말입니다. 알아요. 누군가에게는 이 말이, ‘븅신새끼가 엄마가 인생 관리해주는데 복에 겨웠네’ 이런 소리 나올 수 있는 말인걸.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인과응보지, 그니까 평소에 잘했어야지 쓰레기야’ 이딴 소리도 나올 수 있단 걸요. 형님, 진짜로 요새는 이 세상을 살기 싫습니다. 잘 살 자신이 없어요. 누구는 나에게 3년 가까이 사귀는 여자친구 있으니 넌 승리자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미친 이게 말이 됩니까. 안에서 새다못해 철철 흘러넘치는 항아리가 밖에서는 안새는 척 하는 건데 사람들은 나한테 그래도 잘사는 거 아니냐는 말을 가끔씩 해요. 죽을 거 같습니다. 난 쓰레기란 말이에요. 내 앞가림 하나도 못하고 내 인생 설계 하나도 못하는 그저 밥과 돈과 공기만 축내는 씨발쓰레기란 말이오. 난 너무나 답답해요 형님. 내가 할줄 아는 거라곤 동정심 얻어서 관심받는거 뿐이란 말입니다. 아마 이글도 그럴 거 같고요. 행님, 제가 어떻게 살면 좋겠습니까. 행님. 그래도 내일의 해는 뜨고 그래도 불사조는 다시 재를 불태우며 나무는 비를 맞고 다시 나뭇잎을 틔우고 들불은 다시 찰나의 스파크를 계기로 번져 나갈 수 있는 겁니까. 죽고 싶습니다 행님. 살고 싶습니다 행님.

20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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