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며 자신의 감정을 인지한다. 그리고 무의식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다. 흡사 기억이 없지만 몸은 기억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에 있는 자아가 불쑥 튀어나오면 거부감이 생긴다. 불안하고 낯설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계발을 하다 보면 인지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뇌에서 인지하는 상태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더 고통스럽다. 자신이 힘든 상황을 인지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지하는 행동에서 우리는 왜 불안하고 낯설어할까. 애착은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다른 특성을 지니는데 다음과 같은 4가지 특징을 나타낸다.
1. 근접성 유지의 욕구 : 애착 대상과 항상 가까이 있거나 붙어 있기를 원한다.
2. 안전한 안식처 : 어린아이는 애착 대상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3. 이별 고통이 존재 : 애착 대상과 멀리 떨어지거나 헤어지면 고통스러움을 느낀다.
4. 안전 기지의 역할 : 언제나 되돌아가면 항상 자신을 반겨주고 휴식할 수 있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확신은 세상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사회생활을 활기차게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러한 특징으로 애착 패턴을 4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1. 안정 애착
2. 불안 애착
3. 회피 애착
4. 혼란 애착
안정 애착과 나머지 유형을 불안정 애착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불안정 애착의 유형이 상당히 많다. 자신의 내면을 인지하지만 불안한 마음 상태를 진정시키려 애를 쓰지만 굳이 드러내진 않는다. 안정 애착의 유형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수용적이고 지지적인 애정을 받아 자기존중감이 높다. 하지만 불안정 애착은 부모와 상호작용의 부작용으로 대인관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구박받고 억압했다면 사회생활에서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다.
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동은 부모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하고 세상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문제 해결에서도 끈기를 보인다. 좌절을 경험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위안을 구하는 행동을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의존성과 자율성의 균형을 습득하고 잘 유지한다. 반면에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동들은 융통성이 없으며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실수를 실패라고 판단하고, 좌절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매우 적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도하기를 꺼려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강박적인 행동을 선택한다. 그래서 우울하고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아동은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에 저항하다가 점차 실망과 좌절 상태에 빠지고 그 후로는 애착의 노력을 중단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이를 탈애착이라고 한다. 부모의 애착에 거부당하는 일이 발생할까 봐 두려워 분노하고 회피한다. 이런 상태로 성장기를 마치면 마음속에는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이 남게 된다. 불안정 애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성과를 폄하한다는 데 있다. 스스로 사랑스럽지 못하거나 무가치한 존재이며 타인은 예측하기 어렵고 적대적인 존재라는 내적 심리 상태를 형성한다.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A군은 회사에서 이제 막 1년이 지난 신입의 떼를 벗은 직장인이다. 스타트업 직장에서 매번 중요한 프로젝트의 일을 처리하며 나름 일을 열심히 직장 생활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에 심하게 무기력증에 빠졌다. 더 이상 회사에서 배울 수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동료들은 A군의 일처리 방식에 문제를 삼아 불만이 가득했다. A군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더 이상 회사에서 배울 점이 없는 듯합니다."
동료 직원들은 그에게 교만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정은 이러했다. A군은 불안정 애착으로 부모에게 만족하는 방법을 습득하지 못했다. 언제나 성과에 대해서 부족함을 느꼈고, 더욱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그래서 실수하면 끝장이라는 강박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칭찬을 달갑게 받지 못했고, 자신의 능력을 비하했다. 게다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면 직장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는커녕 혼자서 끙끙 앓곤 했다. 그리고 신경이 예민한 상태에서는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얼굴 표정에 그대로 나타났고, 급기야 안부를 묻는 직장 동료의 물음에도 회피하고 급히 자리를 뜨곤 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불안정 애착이 사회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A군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만 결코 인정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스스로 인정한다 해도, 타인에게 적절히 표현하고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야만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인지는 본인의 영역이지만, 인정하는 건 타인에게 내보이는 연민이 필요하다. 스스로 연민을 가지면 자아를 회복하는 인식도 필요하지만, 타인에게 내보이는 연민도 필요하다. 자신의 취약성을 내보이며 타인이 본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민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에게 취약성을 내보이는 건 먹이 사슬로 보일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가득하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오점을 남에게 보이는 건 그들에게 일종의 빌미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의존성과 자율성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지 못한 관계에서는 절대로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로 올라갈 수 없다. 자아를 인정하려면 솔직한 정직이 최선이다. 부족하면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반성하며,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도 마음이 불안한 상태가 아니라 편안하진 않더라도 안정감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원활한 소통과 더불어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 소통이 원활하게 지속 가능하다. 그러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유대감은 절대 인기 경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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