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이 지난 뒤 고등학교 3학년 동창들과 관계를 끊어버렸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친하다고 할 정도 가깝게 지냈던 동창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어떻게 인연을 끊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려면 저의 소비 습관부터 이야기해야 할듯합니다.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하며 아버지가 주신 용돈을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비는 정말 필요한 곳에만 했던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통장에는 충분한 금액이 저축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쿠스틱 기타를 사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컴퓨터 실습실에서 과제를 하던 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의 연락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가끔 만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온 연락에 반가웠습니다. 서로 안부를 묻고 난 후 그 친구는 저에게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동아리방에서 선배 노트북을 빌려 작업을 하다가 급하게 생리현상을 해결하려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 노트북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 친구는 선배의 노트북을 새로 장만해 줘야 한다며 혹시 돈이 있는지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저는 어쿠스틱 기타를 사려고 모아둔 금액을 이야기했고, 그중 거의 대부분을 그 친구에게 빌려주었습니다. 3개월 뒤에 갚겠다는 약속과 함께요. 그 친구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반장이어서 믿을 만한 친구였습니다.
3개월 뒤 소식이 없어서 제가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빌려준 돈의 절반을 먼저 갚았습니다. 나머지는 한 달 뒤에 꼭 갚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 돈을 구하느라 힘들었을 친구를 위로하며 한 달 뒤에 보내달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습니다. 약속한 날에 친구는 저의 남은 돈을 모두 갚았습니다. 이런 사건이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건 몇 달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여름방학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 탓에 늦게까지 수면에서 깨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바로 그때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습니다. 같이 게임을 즐긴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잠결에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다름 아닌 고등학교 동창의 전화였습니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다가 친구는 여름방학에 간단한 설문조사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겼다며 혹시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리 어려운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시간을 허비할 바에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용돈을 벌고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다음날 약속 장소로 나가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떤 건물로 저를 인도하더군요. 그곳에서 다수의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만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아르바이트를 다들 열심히 해서 용돈을 모으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낯선 곳이었지만, 어떤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를 할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내내 설문조사는커녕 매번 소규모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심리 테스트도 하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그렇게 점심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에게 연락한 친구는 순두부찌개를 사주며 자신과 약속한 7일은 나와달라고 언질 했습니다. 그제서야 설문조사가 아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습니다. 하지만 친구와 신뢰를 중요시한 저의 신념에 금이 가는 짓은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사실 그 상황에서 거절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친구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며 순진했던 마음에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참 애매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거절에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자주 거절하지만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멘탈이 상당히 약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이 약한 게 아니라 어리석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래서 약속한 7일을 열심히 한번 참여해보겠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단계의 문지방을 넘게 되었습니다. 한창 MBC 뉴스데스크에 나오던 피라미드를 친구가 소개했다고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어떤 호의가 있었을 거라고 철떡 같이 믿었습니다.
7일을 보내며 자신의 우선 구매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구매가는 약 100만 원. 학생 신분에 그러한 용돈을 절약해도 통장에는 50만 원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교묘하게 설득하더군요. 자신의 돈을 지불하는 것보다 인맥을 활용해서 그들의 신뢰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에 주변 지인과 신뢰 형성을 중요시하던 저에게 아주 적절한 미끼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지인에게 연락을 돌리며 거짓말을 남발하고 돈을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돈을 빌리고 어쩔 수 없이 모자란 돈은 저의 돈을 조금 투자해서 상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건 사기행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죠. 그래서 이제 그만하겠으니, 내가 투자한 돈을 돌려달라고 친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미 결제로 이체가 되어서 전액 환불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죽도록 패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입대 시기가 결정되었고, 그전까지 돈을 회수하여 빌린 지인에게 모두 돈을 갚아야 했기 때문이죠. 군 입대를 한 달 남겨두고 결국 제가 투자한 돈 4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모두 환불받았습니다. 제가 투자한 40만 원은 포기했습니다. 20대 초반에 40만 원으로 아주 큰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절대 잊지 않고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고 뇌에 각인했습니다.
돈을 빌려준 모두에게 다단계라는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 못하겠더군요. 하지만 저를 믿고 꽤 큰 금액을 빌려준 지인에게 돈을 돌려주며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그 뒤로 뉴스에서 피라미드가 다단계라는 사실을 알고 집중하며 기사를 보았습니다. 약 8개월간의 다단계로 저는 고등학교 동창생과 모두 인연을 정리했습니다. 그들은 물론 친구와 함께 사업을 하면 충분히 돈을 수억 원 벌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함께 하자고 했겠지만, 결국 저의 구매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챙긴 이기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8개월간 마음고생이 엄청났습니다. 걱정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야위어 갔죠.
저는 왜 이런 고통을 혼자 감내했을까요. 그건 바로 부모님과 애착이 전혀 없어서였습니다.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오히려 면박을 받아 저의 마음이 더 아플까 봐 차마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하게 다단계 경험했던 이야기를 가족에게 꺼내게 되었습니다. 왜 이야기하지 않았냐는 부모님 말씀을 들으니 허무하더군요. 전혀 공감하지 않고 저의 부족함을 나무라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님의 야속했습니다.
이제는 인간관계에서 처음에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저를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가차 없이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서로 이타적인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네요. 멘탈을 더욱 강화하고 역량을 높여 최선의 판단을 선택하는 길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늘 학습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다단계로 인도한 친구 덕분에 고등학교 동창생을 모두 잃었지만, 인생의 참 교훈을 얻어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네요. 인생은 다양한 경험을 어떻게 이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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