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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Apr 05. 2021

인간은 왜 행복을 느껴야 할까?

대한민국의 행복 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왜 이렇게 한국 국민은 행복하지 못할까. 최근 몇 년간 행복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상당하여 수많은 책과 기사가 등장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생각일까? 인간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평생 고민하며 산다. 왜 우리는 행복해야 할까. 그리고 행복은 어디서 올까.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마치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각 혹은 가치라고 착각한다. 불행한 사람은 긍정의 가치를 모르지 않는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불행하다고 느낀다. 행복은 내면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사람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이성적 사고는 분명 인간의 탁월한 능력 중 하나이다. 이성적 능력을 과대평가하면 행복을 이해하는 감정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보다 중요한 원인을 살펴볼 수 없도록 만든다. <행복의 기원>에서는 행복이 무엇인지 보다 '왜' 행복을 느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왜 인간은 행복을 경험해야 할까? 도덕적 관점이 아닌 과학적 관점에서 행복을 고찰해본다.



인간은 100% 동물이다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며, 이것은 의미 있는 삶을 통해 구현된다는 식의 생각은 도덕 관점의 행복론이다. 다른 버전의 행복은 과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생명체는 후세에 자기의 유전자를 남겨야 하며, 이때 넘어야 할 엄청난 장벽이 성공적인 짝짓기이다.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면 환경에 적응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 근친결혼이 금지된 이유는 약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태어나 대를 잇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전자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다양하게 변화했다. 기린이 목이 길은 이유는 높은 나무의 풀을 뜯어 먹으려고 늘어나지 않았다. 목이 긴 유전자를 가진 기린이 더 많은 양의 먹이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생존 본능의 영향으로 목이 긴 기린의 유전자가 더 많이 복제되었다. 이처럼 행복 또한 생존의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왜 인간은 행복을 느낄까? 인간은 행복해지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생존을 도모하는 동물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건 무엇일까? <행복의 기원>에서는 바로 행복감이라고 말한다. 행복하려고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려고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낀다.


희열, 성취감, 만족, 뿌듯함, 자신감과 같은 치명적 매력을 가진 경험을 한번 맛보면 다시 경험하고 싶어진다. 이러한 감정을 유발한 모든 사건, 물체, 장소, 사람을 찾아 나선다. 스스로 인식하든 못하든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장기적인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행복을 느낄까?



결국은 사람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하지만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기쁨 또한 사람을 통해 온다. 왜 이토록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까?


세상에 포식자들이 있는 한, 모든 동물의 생존 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으면 높아진다.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응집력이 뛰어나다. 사회성은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가장 독보적인 특성이다. 인간을 가장 인간스럽게 만드는 뇌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으려고 점차 발달한다.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맺으면 뇌에서 사회적 쾌감을 대량 방출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쾌감을 느꼈던 자들의 유전자를 지니고 산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을 절실히 찾고, 가장 강렬한 기쁨과 즐거움을 사람에게서 얻는다. 사회적 경험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회사에서 승진하고, 연봉이 인상되고, 복권이 당첨되어서 강렬한 기쁨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주위에 아무도 축하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행복감을 지속하려면 조금 더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이 필요하다.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자신의 인생에 무엇이 있어야 행복할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돈, 명예, 건강 등 몇 개의 범주 안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외적 조건과 과도한 기대와 투자를 하는 건 그리 현명하지 못하다. 부유해질수록 돈으로 행복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요소에서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이나 출세 같은 인생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행복의 총량을 과대평가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행복의 '지속성' 측면을 빼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상당 부분을 부와 성공 같은 삶의 좋은 조건을 갖추려고 애쓴다. 사회에서 남들보다 우월한 무언가를 소유해야 행복이 가능하리란 강력한 믿음이 내면에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기대만큼의 행복 결실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은 왜 그토록 빨리 소멸할까. 왜 처음의 흥분과 떨림은 지속하지 못할까? 연애를 시작하며 발생하는 떨림은 3개월이면 소멸한다고 말한다. 현재 연인과 헤어진 후의 행복도를 예측하는 실험에서 대부분의 연인은 행복도가 매우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험의 결과는 연인을 만나기 전과 비슷한 행복도를 보인다.


이처럼 적응은 생존하려면 반드시 생겨야 하는 현상이다. 적응이란 간단히 말하면,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다. 행복은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을 느끼는 행위가 훨씬 중요하다.


행복은 타인과 교류하며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건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에 한해서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고백하는 이유도 역시 인간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빈곤한 인생은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다.



한국인의 행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 사회는 집단 주의보다는 관계 주의가 우선시 된다. 서로의 관계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이다. 개인의 행복 수준은 외향성 같은 성격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문화도 추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문화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심적인 개념은 '공유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생각, 가치, 규범이나 행동 방식에 대한 문화 구성원 간의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행복 연구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다. 높은 경제 수준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행복도가 낮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이런 국가들이 가진 문화적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화적 특성은 왜 개인의 행복감과 충돌할까?


학자들이 문화를 이해하려고 가장 널리 사용하는 개념 중 하나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이다.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이다.


한국의 집단주의와 관계 주의 문화에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장점은 일단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 무서운 응집력과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긴장과 피로가 수반된다. 서로 촘촘히 엮여 있는 관계 주의에서 존재감이 없다면 소외감을 느끼고, 너무 과하가 존재감을 느끼면 압박을 받는 구조다.


과도한 타인 의식은 관계 주의 문화에서 행복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행복의 중요 요건 중 하나는 내 삶의 주인이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는 인식 자체가 인간에게는 엄청난 압박이며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 자신을 평가하는 시선이 느껴지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더 긴장하고 위축한다.


행복감을 자주 느끼려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 사람과 관계 맺는 일은 행복의 절대 조건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삶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각자가 가진 맥락, 가치와 이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존중하며 이해하는 인식이야말로 사람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가치 있는 삶 vs 행복한 삶

한국인은 '가치 있는 삶'과 '행복한 삶'을 혼동하고 있다. 행복은 가치나 이상, 혹은 도덕적 지침이 아니다. 천연의 행복은 레몬의 신맛처럼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다. 쾌락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뒷전에 두고 행복을 논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이냐, 행복한 삶을 살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방향성이 아닐까 한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며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지 않을까.




참고 도서 : 행복의 기원

저자 : 서은국

출판 : 21세기북스

발매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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