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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Oct 02. 2021

역사는 인생의 정답을 찾는 지침서다

고등학교 한국사 첫 시간이었다. 교단 앞에 선 선생님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설명해 주셨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의 문제를 대처하여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하셨다. 단박에 설득되어 다른 과목보다 한국사는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여전히 근현대사는 어렵게 느껴졌다. 몇 년도에 무슨 사건이 발생했고, 어떤 단체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암기하는 과목으로 다가왔다. 수능이 끝나고 역사는 삶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가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40대에 독서를 시작했다. 심리 도서에 관심이 생겨 꾸준히 읽게 되었다. 그런데 심리학을 읽다 보면 진화심리학과 유전자, 뇌과학 분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워 포기하고 싶었지만, 심리 이론과 더불어 자주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익숙해지는 시기가 온다.


여러 분야의 도서를 읽다 보면 인간의 역사를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심리, 경제, 생명공학, 뇌과학은 모두 인간이라는 유기체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단순 암기 과목이라고 생각했던 역사는 삶의 해설서와 같다. <역사의 쓸모>는 한국사 선생님의 말씀처럼 삶의 문제가 전혀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 때 실마리를 발견하는 귀중한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했던 사르트르처럼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기에 막막하고 불안하다. 불안함을 줄여주는 방법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선택을 참고하여 적용하는 데 있다. 주변의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훨씬 많다. 그래서 역사 속 인물들은 어떤 선택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갔는지 살펴보는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역사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며,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준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한다.


그리고 역사는 과거의 인물과 만나는 일이다. 그 시대에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감정이입하며 배울 수 있다.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다.


<역사의 쓸모>저자인 최태성 작가는 역사에서 잘 내려오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누구나 정점을 찍는 날이 온다. 그렇지만 그 자리를 자신이 아니면 지키기 어렵다는 오만함과 메타인지의 부족으로 잘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선택이 여러 세대를 거쳐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역사의식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선택은 더 많은 사건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사건이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바로 그것이다. 구텐베르크는 어떻게 인쇄술을 창조했을까.


창조는 무언가 기존에 있는 사물과 지식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구텐베르크는 종이, Press 기, 금속활자를 조합하여 인쇄술이라는 혁신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에 발명된 아이폰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큰 돈벌이가 필요하여 인쇄술을 발명한 측면도 존재하지만, 인류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조선시대에도 이처럼 큰 업적을 남긴 창조물이 여럿 있다. 그중 한글은 단연코 지상 최대의 과학적인 언어체계라 할 수 있다. 한글의 목적은 '민본'이다.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여러 시도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한글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지식의 독점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려고 만든 장치다. 이러한 독점을 타파하려는 영향력을 펼친 세종대왕은 진정한 역사적 인물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피지배층이 공부해야 올바른 나라가 형성됨을 알 수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6.25 세대는 왜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거리로 뛰쳐나왔을까. 그들의 이면에 담긴 수많은 감정을 역사에서 추론해볼 수 있다.


역사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상상해보고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일이다. 결과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행위에서 벗어나 그 속내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헤아리는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것 아닐까? 이런 행동이 바로 '소통'이다. 현대 사회에 가장 부족한 소통은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뜻이다. 역사를 공부하고 현대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수많은 사람이 역사를 공부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면 세대 간의 갈등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은 단 한 번 주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더욱 해답에 목말라한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만으로 우리의 하루는 이전보다 더욱 충만하게 채워질 것이다.


이런 목표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삶의 가능성이라 하면 굉장히 거대한 말 같지만 사실은 몹시 연약한 말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가능성과 비교하면 상처 입기 쉽다. 그래서 비교는 오로지 과거의 자신과 해야 한다. 삶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의 삶은 어떤 계기로든 변할 수 있다. 삶의 모든 것이 이미 결정 나버린 생각이 들어도 가능성을 불신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도리어 망쳐버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까닭은 그들의 꿈이 '명사'였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을 뿐,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그래서 목표를 직업으로 정했더라도, 그 직업을 가진 이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동사'로 꿈을 정해보면 어떨까.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 좋은 직업을 가져도 행복하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룰 때가 가장 좋다. 그보다 더 큰 행복은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다. 내 존재가 가치 있다고 느낄 때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얻는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인싸'는 인사이드의 줄임말이다. 누구나 관심과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는 내면에 존재한다. 그런데 '인싸템'이라는 말은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사회를 대변하는 단어라 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지만, 아무리 가진 게 많아도 인격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그 사람만의 무언가가 없으면 진정한 인싸가 되지 못한다.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면 다른 사람으로 인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역사는 오늘 내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는 자신을 공부하고, 나아가 타인을 공부하고, 그보다 더 나아가 세상을 공부하는 일이다. 인생의 과제는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세상의 관계를 잘 정립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타인과 소통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역사를 배우는 게 아닐까.



참고 도서 : 역사의 쓸모

저자 : 최태성

출판 : 다산초당

발매 :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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