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직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관계에서 파생하는 갈등이다. 사실 그 이면을 잘 살펴보면 서로의 오해와 밥그릇 싸움인 무한 경쟁으로 생겨난 갈등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직장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경쟁에서 빚어진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상담받으려는 내용도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과 마찰로 파생된 문제였다. 지인이 맡고 있던 주된 업무를 다른 리더가 조금씩 관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 리더는 지인이 어떤 업무를 책임지고 진행하는지 알면서도 그 일의 진척사항을 공유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고 난 이후에 관련된 일을 다시 지인에게 아무 설명 없이 할당하곤 했다.
지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리더가 난감했고, 자신의 성과를 혹시 질투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앞으로 자신에게 꼭 미리 업무 공유가 있었으면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물론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나에게 피해라고 생각한 타인의 행동은 직장 내 스트레스의 요인이고 자신의 감정은 격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인은 이야기하며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할지 조언을 듣고 싶어 했다. 모든 내용을 다 듣고 난 이후 우선 지인의 감정에 공감해주었다. 나라도 누군가 나의 업무를 가로챘다는 느낌이 들면 심히 불쾌하여 직장에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 사람이 일부러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독심술, 임의적 추리와 같은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직접 확인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추론으로 발생하는 인지 오류다. 그래도 지인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공감해주었다.
이러한 인지 오류와 더불어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일방적으로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쌍방과실(7:3 정도..?)이라는 말은 그리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었다.
직장에서 평소에 열정을 갖고 일에 전념하는 사람이 있다. 열정적인 회사원은 타인과 대화를 나누면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열정이 넘치는 팀원의 행동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다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지만, 곁에서 대화하는 사람은 불편해한다. 일을 하며 여러 사람의 생각에 교집합이 발생하지 않고 다른 방향성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건 어찌 보면 일의 의욕이 과한 경우에 나타나기도 한다. 본인이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답답함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 나타나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투가 나도 모르게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아무리 선한 의도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강압적이거나,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말투는 꺼려한다.
또한, 아무리 자신에게 필요한 건설적인 피드백이라도 냉정하게 이야기한다면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하게 된다.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대화를 이어나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상처는 서로의 내면에 남아 각자도생 하는 길을 선택한다.
이런 몇 가지 사례를 지인에게 이야기하며, 분명 그 순간 감정이 상해 상처를 받았다면 반응이 좋게 나왔을 리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물론 상대방이 먼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 순간에 몰아붙이듯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신은 크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이 왠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자신이 아무리 실수했어도, 상대방의 반응으로 상처가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관적인 내용을 전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자신은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직장 동료는 거센 항의를 해서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게 된다면 그 지인의 평판은 자연히 낮아지게 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데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직장에서 평판을 올리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은 배려다.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 오히려 배려를 하자니 그 또한 억울함을 풀기가 어려울 듯 보인다. 그렇지만 배려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유익한 태도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어떤 실수를 저질러 나에게 피해가 온다면 자연스럽게 성과를 내야 하고, 평가 받는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벌어진 실수는 어떻게 되돌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오히려 실수한 동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지인은 베푸는 사람인 '기버'가 되어야 하냐고 물어보았지만, 정확히 무조건 돕기만 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직장 내에서 협업하는 그 누군가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비방하지 말고, 오히려 실수를 도와준다. 하지만 이렇게 도와주는 일만으로 평판이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는 어렵다. 대부분 골방에 책상을 두고 혼자 일하는 환경이 아니라면 주변에 다른 직원들이 포진되어 있다. 어떤 직원의 실수가 나에게 피해를 주었지만, 그 피해를 적절히 잘 해결하고 실수한 직원에게 이런저런 문제를 내가 해결했노라 가볍게 대화를 나눈다면 근처 파티션에 자리 잡고 있는 직원들도 이를 어느 정도 알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대화하기 꺼려하는 사람에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협업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자연스럽게 평판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그 누구도 아닌 본인에게 이득이다.
지인의 여러 상황은 이미 평가의 권력을 쥐고 있는 부서장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러한 태도는 여러모로 쓸모 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골머리 앓고 있는 하나의 일을 관리자의 개입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일을 덜은 셈이 된다.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주지 않을 리가 없다.
지인은 지난 1년 여 함께 독서모임에서 마음공부를 했던 터였다. 대인관계에서 평판을 높이는 방법을 들은 지인은 완전히 이해했다며 목소리에 자신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태도를 고쳐서 시도해보고 그 과정을 다시 알려주겠다며 1시간이 넘는 긴 통화를 마쳤다.
분명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하는지 패턴도 파악해야 하고, 수많은 연습으로 몸에 익혀야 한다. 쉽지 않지만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감정 조절은 그 누구도 아닌 본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직장 내에서 타인과 관계를 유연하게 맺으려면 왜곡된 인지 오류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최선이다. 이러한 인지 오류의 개선은 직장에서 평판을 올리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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