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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Dec 05. 2019

굳이 독서할 필요가 있을까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조작하며 디지털 매체에 매료되어 청소년 시기를 보냈다. 성인이라고 부르는 대학생 시기에는 인터넷과 PC방이 대유행했다. 월드와이드웹에서는 다양한 정보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기도 했고, 책을 읽어야 좋다는 막연한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왜 책을 읽어? 어차피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는데? 굳이 시간을 할애해서 공들여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인 프로그래밍 구현 과정에서도 잦은 오류의 해결책은 책에서 찾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얻었다. 게시판에서 검색만으로도 해당 오류의 해결책을 손쉽게 찾고 개발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특히 프로그래밍 언어는 MSDN에서 검색하고 공부해야만 얻는 정보도 꽤 많았다. 그렇게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경제 활동에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에서 얻어서인지 책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은 단 1도 없었다. 그저 중학생 시절 읽었던 소설 영웅문과 그 외 무협소설이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프로그래밍만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인간이 지금껏 살아온 시간의 과정 속에서 얻어진 지혜가 언어로 전해져 내려온다. 그리고 새로 연구하고 발견된 지식과 인간이 추구하는 다양한 산물이 언어로 널리 퍼진다. 인간은 세상에서 혼자 살수 없는 진사회성 동물이기에 다양한 변화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적응하며 살아간다. 인간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막강한 지식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제대로 논점을 파악하고 해석하며 내면화하기 어렵다. 직접 경험으로 지식을 얻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열심히 적응하려고 노력하고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 앞에서 실망하는 자신을 마주하기도 한다. 2년 전까지 내 삶이 그랬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문제라고 비난했고, 속해 있는 조직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평, 불만만 쏟아냈다. 이직을 자주 하다 보니 나 자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지만 아무런 진척 없이 혼란만 가중되었다. 그런 시기에 독서를 해야 물음에 답할 수 있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우연을 만났다.


독서를 통해 인류의 보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지혜로운 사람들의 사고법을 따라 배울 수 있다. 그 견고한 토대를 밟고 섰을 때 내가 갈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는 법이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35p


인풋이 없다면 절대로 혁신은 발생하지 않는다. 인풋 없이 오랜 기간을 보냈으니 당연하게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려고 발버둥 쳐봐야 결과는 혼란뿐이었다. 다양한 지식인들의 일생이 녹아있는 책을 탐독하고, 배움이 있어야 내 안에서 연결이 발생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생산하지 않을까. 전화, 시계,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데 스마트폰이 어느 순간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을 통한 지식과 간접 경험은 '자아를 재발견'하는 토대가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독서를 통해 낯선 자극과 부딪히면서 익숙한 생활과 삶을 재정비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를 혼자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타인은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욕구를 충족하려고 모임에 참여하고, 가치관이 공유된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계기가 찾아온다. 항상 같은 행동과 생각만 하면 똑같은 결과만 얻기에 자신을 재발견하기 어렵다. 결국 독서에서부터 모든 변화가 시작한다.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독서가 인생을 변화시켰으며 그래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꾸준히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67p


40대에 접어들고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독서가 효율이 있으지 내심 두려웠다. 조바심도 났다. 책을 처음 펼치고 30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다시 책을 펼쳤는데 어디까지 읽었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3개월을 다시 독서하지 않는 예전의 삶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다양한 자극을 통해 출근길 지하철 독서라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환경을 설정하고 늦게 시작하는 만큼 남들과 벌어진 격차를 줄여보고자 악착같이 독서하며 글을 썼다. 즐거운 독서라기 보다 생존에 가까운 독서였다.


출근길 30분을 정도의 시간 동안 억지로 읽고, 퇴근길에 간략하게 일기를 쓰고 그날 읽은 책의 내용에 부합하는 단상을 적었다. 한 권의 책을 일주일 동안 읽고 쓰며 주말 시간을 할애하여 8시간 동안 정리하고 블로그에 남겼다. 생존 독서는 블로그 포스팅을 발행한 날 성취감을 맛보며 독서의 길로 안내했다. 조금씩 즐거운 독서로 변화하고 있었다. 즐거운 독서로 변하며 퇴근 후의 일상은 독서와 글쓰기로 채워졌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책을 읽지 못했다는 생각과 행동은 그저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다. 귀중한 깨달음을 독서를 통해 얻었다. 유튜브, 스트리밍 방송 시청, 게임 플레이를 금지하는 환경 설정으로 독서 시간을 대거 확보했다. 하루에 출근, 퇴근 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은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2년 동안 독서 습관을 만들고 삶이 변했다.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어떤 책을 읽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109p


본인 스스로 독서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다면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너무나 효과가 강력한 독서를 하지 않으면 본인 손해는 확실하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자연스럽게 업무의 파악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자아의 성장은 고사하고 발견하기도 어렵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삶을 살아가는 건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습관화하기 어렵고,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부터 읽어보면 어떨까 한다. 저자의 10가지 독서법 꿀팁을 배우며 자신에게 딱 맞는 독서법을 알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물론 무언가 알아가는 과정은 고통이 뒤따르지만 말이다. 역경을 딛고 혜안을 얻는다면 분명 독서의 재미에 푹 빠지지 않을까. 독서는 꼭 해야만 하는 생존 방법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몇 가지 독서 기술]

저자가 이야기해주는 10가지 독서법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내용을 몇 가지 적어본다.


1. 책을 찾는 방법

책을 선정하기에 앞서 서문과 차례를 우선 꼼꼼히 살펴본다. 대부분 하나의 주제로 쓴 책을 고르고 읽는다. 그 이유는 저자의 오래된 연구와 다양한 참고문헌이 수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너무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책은 선호하지 않는다.


2. 독서 노트

처음 책을 읽으며 서평을 무조건 쓰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챕터마다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만의 독서 노트에 인용구를 필사하고 책의 빈 공란에 단상을 적어나가는 아웃풋 독서법은 지금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훗날 아이가 성장하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꺼내들고 아빠의 생각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 같다. 아이와 책에 대해 토론하는 상상도 해본다.


3. 질문하는 독서

독서 모임에서는 1주일에 1권을 읽고, 서평을 쓴다. 그리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토론을 한다. 모임에서 리딩을 담당하는 사람은 책의 내용을 모두 이야기하기에 시간이 부족하여 매번 나누고 싶은 발제문을 등록한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독서하며 생각하는 습관도 책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준다. 이런 습관은 서평 제목을 고민할 때도 도움을 준다.


4. 함께 읽는 사람을 확보하기

아무래도 혼자 읽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함께 읽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슬럼프에서 회복하는데 보다 빠르다. 또한, 함께 읽고 책의 내용을 이야기한다면 더욱 오래도록 책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책의 내용을 자주 꺼내는 연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스킬도 향상된다. 기억나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다시 한번 책을 펼치고 살펴보는 반복으로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변환할 수 있다.





참고 도서 :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by 사이토 다카시

#독서는절대나를배신하지않는다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3기 #디지털시대와아날로그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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