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by 곽준원

얼마 전 성당 은총 잔치에서 아들은 평소에 저축한 용돈으로 아내와 나의 선물을 구매했다. 선물을 받은 아내는 충격을 받았다. 나의 선물은 노트와 샤프. 아내의 선물은 빵 모양의 수세미.


아내는 아들에게 엄마도 책 읽고 공부 많이 하는데 왜 수세미냐며 따졌다. 아들의 한마디에 아내는 K.O. "아빠가 엄마보다 글 더 많이 쓰잖아." 아내는 속이 상했지만 아들의 말에 수긍했다. 사실 아내는 일본어 스터디를 주 1회 2년이 넘도록 지속하고 있어서 공부의 양은 나보다 훨씬 많다. 그렇지만 블로그에 글을 남기거나 노트에 자신의 글을 쓴 건 별로 없다.


이런 시점이 바로 동기부여를 해야 할 시간이다. 씽큐베이션 선정도서인 <아날로그의 반격>을 읽었던 기억에 글을 한번 써보는 건 어떠냐고 아내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몰스킨 다이어리를 구입하면 제정 지원해주겠노라고 선언했다. 나는 인터넷 사이트를 보여주며 어떤 다이어리가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아내는 자신이 선호하는 색상의 다이어리를 선택했다. 며칠 지난 후 아내는 교보문고를 방문해 몰스킨 노트를 직접 살펴보더니 너무 비싼 노트인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며 예전에 구매한 다이어리에 글을 써도 충분하다고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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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쓴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까지 아내에게 글을 써보라고 말한 건 딱 한 번뿐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 아내는 본인이 글을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글을 쓰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비록 강박장애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아내는 나의 변화에 진정으로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자아정체성을 찾아가고 가족의 안녕을 위해 노력하는 나의 모습에 아내도 글을 써보겠노라고 다짐했다. 물론 아들의 수세미 선물에 서운함도 가득했겠지만 글을 쓰며 자신의 능력을 키워보겠다는 아내가 대견하다.


출근길에 식탁에서 책을 펼쳐놓고 읽으며 노트에 글을 쓰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진심을 다해 칭찬하라는 <인간관계론>을 실천했다. "오... 진짜 열심히 노트에 글을 쓰는구나. 정말 멋지다!" 그리고 나의 일기 노트도 보여주었다.


돌아오는 아내의 답변도 나의 내적 동기부여를 자극한다. "오후 10시에 일기 쓰기 알람이 울리던데 그때마다 쓰는 거 알아" 우리는 서로 미소를 지으며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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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무언가를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결국 절실함의 부족이 아닐까 싶다. 내적 동기부여가 충만해야 외적 동기부여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왜 쓰는가. 성장하고 싶은가? 왜 성장하고 싶은가. 이런 물음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 단계 높은 사유를 우리는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의 사유 과정에서 우리는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고,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엊그제 씽큐베이션 독서 모임 3기의 마무리를 했다. 우리는 어떤 모임이건 행동이건 배울 점이 있다. 어제보다 나은 자아의 성장은 각자마다 크기가 다르다. 각자의 생활이 다르고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꼭 배울 점이 성공일 필요는 없다. 12주 동안의 치열함 속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글쓰기의 실력이 늘 수도 있다. 물론 독서의 슬럼프와 글의 실력이 늘지 않아 괴로움이라는 고통 속에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조차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실패는 주저앉는 순간 실패라고 했다. 12주 동안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자신을 곱씹어 보며 앞으로 채워야 할 건 무엇인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얻었다면 씽큐베이션에서 충분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안에서 내향성 리더십을 발견하고 앞으로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했다. 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나에게 잊지 못할 하나의 추억이다.


노력은 설명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것이다.


나 하나의 날갯짓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꾸준함은 주위의 사람을 함께하게 만든다. 그냥 남들이 하니까 하려고 하지 마라. 자신의 why를 찾아보고 그 절실함을 무의식에 간직하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면 분명 꾸준히 할 수 있고, 어제보다 나은 자아를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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